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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Jul 10. 2023

201-216

201

2009년인가 2010년쯤 면접을 볼 때의 일이다. “십 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말해보세요”라는 클리셰 그 자체의 질문에 정해진 답인양 나 또한 클리셰를 담아 답했다.


“현재 <지금, 한국의 북디자이너 41인>이라는 책이 나와 있는데, 그 책의 2탄이 나온다면 거기에 한 자리 끼고 싶습니다”


십 년도 더 지난 지금, 그 책의 2탄은 나오지 않았고 설령 나왔다 하더라고 그 41인에 끼기는 여전히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어찌 됐든 내 책을 내게 됐다. 사람 말이란 게 무서워서 어떻게든 길을 만들고 돌아 돌아 어디론가는 간다. 이야기도 책도 일도 사랑도 모든 것이 어디론가 흘렀다. 그 어디론가 가는 여정이 순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좋았었다.


202

놀이터에서 나란 존재는 굉장히 뻘쭘하고 이상하기 그지없다. 어설픈 미소를 장착하고, ‘나 나쁜 사람 아니에요~ 저 아이 보호자예요~’라는 아우라를 풍겨야 한다. 나 말고도 여러 어른들이 그렇게 군데군데 서 있다. 그럼에도 깔깔깔 웃는 아이들의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세상 평화롭고 행복할 수가 없다. 순간뿐인 시절이겠지만 그 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이 참 복되고 복되어 보인다. 그 복됨을 충분히 느끼고 모두 행복한 아이로 자랐으면. 오늘 내게도 너희의 복됨을 나눠줘서 정말 고맙다.


203

누군가 내게 물었다. “어디서 에너지가 그렇게 나?” 글쎄 하고 생각해 보니 내 옆에서 매일 애쓰는 사람이 있다는 게 샌각났다. 태어나서 단 하루도 애쓰지 않은 날이 없는, 매일이 새롭고 그렇기에 성장하고 끝없이 도전하는 한 사람. 그 사람이 있기에 가족 모두가 성장하고 있다. 내 안에서 나왔지만 독립된 한 사람 덕분에


204

아이가 말을 잘하게 하고 싶으면, 많이 들려주고 또 무엇보다 아이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아이는 무럭무럭 꾸준하고 성실하게 알아서 잘 자란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응원해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더 잘 자란다. 한 발 대딛을 것도 안심하고 두 발 내딛을 수 있고 설령 넘어진다 해도 으앙 한 번 하고 손잡고 일어날 수 있다.


205

모든 것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남을 것은 남는다. 오늘 하루도 행복한 한 조각의 기억은 남길 바라며


206

키즈 프렌들리! 예스 키즈존, 맥*도날드의 주말 아침 풍경은 온 동네잔치 분위기.

아이들이 환영받는다고 광고하는 그곳에서 자본주의 키즈들이 자라고 있다


207

아… 갓생 별 거 있나. 해야지 하면 그냥 하는 거지.


208

고통도 행복도 쓰고 나면 밤하늘의 별이라도 되는 건지 어딘가 아득해진다. 그리고 아름다워진다.


209

아이한테 칭찬받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그 세계에선 ‘잘하고 못 하고 ‘의 기준이 다른데 얼마만큼 자기(아이)의 마음을 알아내 주는지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210

열심히 일해 얻은 부수입으로 b*s, 르세*핌 회사 주식 샀다. 진정한 덕질은 굳즈 구입이 아니라 주식 매수! 흥해라!!!


211

제대로 된 양말을 신고 새것은 아니지만 깨끗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는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서는 게 내 1번 목표다. 어쩌면 일터에서 가장 먼저 드러나면서도 간단하게 챙길 수 있는 애티튜드. 그 간단한 일을 아직도 못 하고 있다. 오늘도 주섬주섬 맨발로 신발에 편하디 편한 신발을 신고 간다. 나는 아직도 자세가, 애티튜드가 안 되어 있다.


212

인생이란 게 원래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닌 것을, 내가 원하는 하나를 얻기 위해 내 안의 많은 것들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가끔은 그 모든 것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 나 힘들어. 힘들다고


213

매 번 ‘시작!’하고 외치며 의지를 다져도, 새로운 건 할 때마다 어려워


214

아무것도 몰라 모드로 지내다가 뭐가 해결이 되려는 순간에 숟가락 얻는 것, 그리고 자연스레 입 벌리며 받아먹는 것. 뻐꾸기도 이런 뻐꾸기가 없다


215

계속되는 실패…… 정확히는 시도해 보려다 안된. 실패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그런 경험을 요즘 많이 겪었다. 창피하기도 하고 기운이 빠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면 안 돼! 하고 다시 의지를 다진다. 나 자신에게 이 글은 꼭 세상에 나와야만 해!라고 생각하고 다짐하고 세뇌한다! 꿈을 꾼다는 건 이 정도는 별 것도 아닌 수많은 좌절의 땅을 다져야 이뤄낼 수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세뇌하고 위로한다.


216

이 나이에 ‘재능 있다’라고 생각하기엔 쑥스럽지만 그래도 그렇게라도 나 자신을 속이면서 한 번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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