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자책 입문기
내가 전자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출판사에 다녀서가 아니다. 전자책이란 물성에 거부감이 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볼 것 많고 읽을 것 많은 시대에 책을 누가 읽겠어’라는 생각을 많이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글들에 둘러싸여 있는지 모른다. 단지 그것이 종이와 인쇄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뿐.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글을 본다. 글을 쓰고 올리는 플랫폼도, 쓰는 형태도, 주제도, 사람도 다양해져서 더 많은 것들을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중이다.
이것들을 어떻게 엮느냐에 따라 종이책, 전자책, 신문 또는 SNS 등 여러 형태로 이용될 수 있고 여기서 파생되어 전혀 다른 장르에서도 이용될 수도 있다(예를 들면 드라마 같은 것의 원작이 된다던지).
SNS를 읽듯이 책을 읽을 수 있다면, SNS를 보듯이 가볍게 책장을 넘기고 멈출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읽을 수 있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면 그건 아주 큰 장점이다.
기존에 책이라는 매체가 가진 엄숙주의가 뒤집히는 순간이다. 누구든 독자가 될 수 있고 작가도 될 수 있다. 혹은 누군가의 글에 단 댓글을 모아서 책을 낼 수도 있고 토론도 가능하다. 나는 어느 순간 전자책에서 책의 한 가능성이 열렸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로 인해 책의 물성을 만들어내는 나의 직업적인 입지는 좁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런 생각에 메여 한 발을 떼지 못한다면 그건 도태되는 일이다. 변화를 즐겁게 맞이하고 어떻게 하면 나의 발전에 도움이 될지 생각을 발전시키는 게 좋다. 시대는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그 변화에 매번 좌절하기보단 그 흐름을 느끼고 타는 게 중요하다.
전자책을 읽게 되면서 기존의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책을 읽고 접하게 된다. 책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에 감각을 열어놓고 호기심을 가지려고 한다. 감각을 많이 쓸수록 그리고 관심을 가질수록 더 확장된다. 이건 전자책을 만났기 때문에 경험하게 된 것이다. 만약 내가 20여 년 전 전공을 택할 때 보았던 그 전자책을 생각하고 아예 관심을 닫아두었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코로나 시대 아닌가. 열려있던 물리적인 경계도 닫히는 요즘, 열린 공간이 있다면 비집고 들어가 나의 가능성과 생각을 확장할 계기가 있다면, 그게 뭐든 꼭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어찌 보면 단순한 일이다. 종이로 읽던 것을 전자 기기로 읽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종이책을 신문을 전혀 안 읽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전자 기기를 전혀 안 쓰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내가 가지고 있던 감각 하나를 깨우면 될 일이다. 약간의 불편함과 어색함을 이겨내면 익숙하지만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