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을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구입 또는 구독을 하고 다운로드를 받는다. 그게 어떤 기기이든 상관없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거쳐야 한다. 일단 각 서점 앱을 거쳐야 하고, 뷰어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책은 산 것은 나지만 만든 것은 출판사 또는 제작, 유통사이다. 나는 그들이 제공한 파일 그대로 읽을 수밖에 없다.
전자책의 경우 크게 ‘가변적인’ 전자책과 ‘불변적인’ 전자책 두 가지로 나뉠 수 있고, 가끔 앱북과 같은 형태도 있지만 주로 많이 쓰이는 것은 위의 두 가지이다.
텍스트가 많은 경우는 ‘가변적인’ 전자책으로 읽을 가능성이 높고, 이미지가 많거나 복잡한 것, 잡지의 경우는 ‘불변적인’ 전자책이 많다.
이는 많은 텍스트를 가진 전자책의 경우 파일의 무게가 무겁지 않고 긴 시간 독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독자의 취향과 독서 스타일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게 최대한 가능한 선 안에서는(기계의 한계는 차치하고라도) 변화가 가능하게 해 준다. 이는 소설이나 인문 책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미지가 많거나 복잡한 경우에는 ‘가변적인’ 전자책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일단 파일 안에 정보가 많아 파일 크기가 무겁고, 이를 구현할 기기도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설령 이런 것들을 감안하고 ‘가변적인’ 전자책을 만든다 해도 e-ink, e-paper(화소가 빛나도록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전통적인 평판 디스플레이와 다르게, 일반적인 종이처럼 반사광을 사용한다. 그래서 그림이 변경된 이후에, 글자와 그림은 전기 소모 없이 디스플레이할 수 있지만 일반 평판 디스플레이와 똑같은 구현을 하기는 어렵다)를 사용하는 전자책 기기에서는 구현이 어렵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는 기존의 종이책을 pdf화하여 그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 pc를 이용하면 확대 축소도 가능해 앞서 말한 단점들을 보완할 수도 있고 이미지 손실도 줄여줘 원본에 가까운 이미지를 볼 수도 있다. 이를 제작하는 출판사 및 제작업체에서도 종이책 작업을 그대로 변환만 시켜도 되어 물리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텍스트가 많은 원고에서는 이와는 또 정반대로 단점이 되어 주로 채택하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다.
‘불변적인’ 전자책은 한번 만들면 변경이 어렵지만, ‘가변적인’ 전자책은 늘 변화할 수 있도록 설정을 잡아줘야 한다. ‘가변적인’ 전자책에서 좋은 점은 각주, 미주, 참고문헌으로의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 종이책이라면 적어도 몇 번의 손길을 거쳐야 하지만 이는 한 번의 클릭으로 가능하다. 그런데 이것 또한 만드는 입장에서는 하나씩 입력값을 잡아줘야 되는 것이다.
각 서점 및 유통사가 같은 파일을 쓰는 것도 아니다. 포토샵에서 jpg, png, eps가 같게 보여도 다 다른 파일이듯이(심지어 jpg와 jpeg도 다르지 않은가), 각 유통사가 원하는 형식으로 다 바꿔서 보내줘야 한다. 한 권의 책으로 같은 다른 파일을 여러 개 갖고 있어야 해서 관리도 쉽지 않을 수 있다.
파일이 이동하는 것이니 제한을 둘 수밖에 없어서 나온 고육지책이지만 이 또한 구멍이 없는 것도 아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은 전자책이라는 것도 만들어냈듯이 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사람이 쓰거나 기계로 인쇄한 문자의 영상을 이미지 스캐너로 획득하여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문자로 변환하는 것)이라는 프로그램도 만들어냈다. 이는 출판계에 절판 또는 유실된 책들을 발굴하는 기회도 주었지만 불법 유통이라는 그림자도 만들어냈다. 기술의 발전은 한정이 없고 그것을 쓰는 사람들도 기술도 점점 어떤 쪽이든 발전한다. 그곳에는 양면이 있고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그 한계를 뛰어넘는다.
종이책이 여러 형태를 거쳤듯, 전자책도 여러 형태를 거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종이책에도 전자책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그것 안에 담긴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읽고 만들 우리들이 거기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