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별그램에는 올리고 싶어!
‘책 표지만 보고 판단하지 마라’라는 영어 속담이 있지만, 단순히 생각하면 책의 첫인상은 결국 많은 부분 표지가 결정한다. 그래서 책 표지만으로 많은 것들이 결정되는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전자책은 이 흐름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다.
요즘은 책을 읽을 때 장소 또한 중요하다. 어떤 장소에서 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내가 읽는 책의 제목을 표지를 알릴 것인지 아닌지도 결정된다. 여기서도 전자책은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예전에는 방송을 통해 독서를 권장하고 특정 책을 선정해 그 책을 읽도록 많이 독려했다. 독서권장 차원에선 좋지만 한 권의 책을 여럿이 맞기는 사실 어렵다. 누구나 자신만의 취향이 있고 독서도 마찬가지다. 그 시절에는 “나도 그 선정 도서 읽어”라고 자랑하듯 책을 펼칠 수 있었지만 요즘은 그것과 다르다. 나만의 고유한 취미와 특징, 생각, 신념, 취향을 만들길 선호하고 책또한 그 모두를 고려해구매하고 읽는다. 그러므로 그런 나의 세밀하고 세부적인 정보가 될 수 있는 책을 특정 다수가 있는 곳에서 열어 보기보단 전자책을 보거나 북커버를 씌워 ‘비공개’인 채로 ‘공개’한다.
하지만 나의 정체성 맘껏 드러내 잘 만든 하나의 공간이 되어 버린 SNS의 경우는 다르다. 나와 함께 팔로우를 하는 사람들과는 그것들을 맘껏 공유한다. 북스타그램이 활성화된 것은 그런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이 또한 독서를 독려하는 행위의 하나로도 볼 수 있는데, 그 예전 티비 프로그램이 하던 것들을 이제는 개인이 나만의 공간에서 드러내기를 선호한다.
이러한 흐름에서 전자책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같은 파일을 여러 기기에서 여러 형태로, 때론 컬러로 때론 흑백으로, 때론 책이 아닌 척 그 장소에 있기도 하고 맘껏 책인 척 있기도 하다. 이 책이었다가 저 책이었다가 해도 멀리서 보면 하나의 책(기기)로 보이기도 한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도 싶고 드러내기 싫은 요즘의 정서와도 아주 잘 맞는다. 어쩌면 ‘책 표지로 판단하지 마라’는 속담은 현대에 이렇게 다시 쓰일 수도 있겠다. ‘내가 어디에 있던 내가 어떤 책을 읽던 그걸 보여주는 건 내가 결정해. 판단은 그 이후에 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