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능 홈뿌라스가 제일 좋아”

by 김경민

내가 왜 그랬을까. 이유를 대려고 하면 여러 가지이다. 일단 늦게 아이를 낳았다. 고로 세대 차이는 물론 세상 물정의 차이가 있었다. 마흔 살의 엄마여야 하는 내 정체성은 자꾸만 어린 시절의 나를 소환했다.

아… 라떼는 이런 거 없었는데… 온 세상이 유혹으로 가득하다. ‘이것만 있으면 내 아이가 행복할 것이다’라고 주문을 외는 듯이.


내가 자라던 라떼의 아침은 이랬다.

날이 밝으면 엄마가 준 오백 원을 들고나간다. 그 길로 동네 문방구에서 스케치북을 사 와 오전 시간 내내 그림을 그린다.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아무 말없이 나가 감감무소식 마음대로 놀아도 좋았을 시절이었다. 동네 아이들과 몰려다니기도 했고 처음 보는 아이 집에도 서슴없이 오고 갔으며 옆집에서 한 끼 정도는 가뿐히 얻어먹어도 괜찮았던 시절.

하지만 현재 이 시각 21세기에 사는 아이는 집 앞 놀이터조차 마음대로 나갈 수 없고 넷플릭스 다큐 예능 <나의 처음 심부름>의 한 장면처럼 간단한 심부름도 할 수 없다. 뭐든지 조심조심. 그런 아이가 나도 모르게 안쓰러웠을까. 나도 남편도 자신들이 어린 시절 가질 수 없던 것들을 마구 사 오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아이가 귀한 것은 부모인 우리뿐만은 아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고모, 언니… 모두들 양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오기 시작했다.

마음은 좋았지만 너무 과했던 것일까.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이 팡팡 솟아나는 집에 살던 아이는 슬슬 자기 욕구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나능 오늘 홈뿌라스 가야해. 홈뿌라스가 제일 좋아”

어딜 가도 집 근처 홈뿌라스를 찾는 녀석. 아이는 알고 있다. 그곳에는 없는 것이 없다는 것을. 거기엔 항상 자신이 원하는 게 있었다. 그게 무엇이든.

빈손으로 들어가도 항상 두 손 넉넉히 채워올 수 있는 그곳을 아이는 외면할 수가 없었다. 매일매일 노래를 부르다 이제 엄마 아빠에게는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바로 노선을 변경하는 아이. 이제는 할머니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안된다고 했어. 그래서 속상해떠”

아이는 결국 원하는 걸 얻어낸다.

아이는 그래도 부모는 그러면 안 된다는 세상인데, 자본주의 만능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어렵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잘 단속해내야만 한다. ‘바람직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선 바람직한 어른이 먼저 되는 것.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을 거란 고루하지만 당연하고도 무한의 책임감을 요구하는 명언. 그래서 오늘도 나는 쇼핑 카드를 채웠다 비웠다를 반복한다. 아이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서. 그래도 중심을 잡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



덧.

다음날 아이는 잠들기 전 갑자기 나에게 사과를 청했다. "엄마가 안된다고 했는데... 미안해"

그래, 안되는 걸 알아도 미안했어도, 갖고 싶었구나. 속상했구나. 엄마도 쑥쑥이도 이렇게 배우는 건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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