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세 살이라더니. 미운 건 세 살 네 살 다섯 살 해를 더해가면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다고들 한다. '어려서 누워있을 때가 제일 좋았지'라는 말이 그렇게 허언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허언만은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실제로 아이가 밉지는 않지만 미운 행동은 한다. 이렇게 귀한 내 새끼가 이런 미운 행동하며 다니다가 어디서 밉상이란 소리 들을까 봐 걱정도 되고 그래서 어디 가서는 꼭 아이의 행동가짐을 조심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가 이제 슬슬 마음속에서 ‘욕심’이라는 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나 보다. 어린이날이 가까워져 대형 장난감 가게를 가니 무조건 “많이~ 많~~~~~이”라고 한다.
아니 그러니까 뭘 많이 하고 싶은데?라고 물으면 “몰라. 많~~~~~~~~~이 많~~~~~~~이 갖고 싶어” 그러고선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의 피규어를 박스 세트로 고르고 손에서 놓지 않는다. 이것저것 권해도 봐도. “안돼. 이거. 많이~~~ 많이 들어있는 거”라고 하며 드러누우려 한다. 주변을 돌아보니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드러누워 있었다. 각개전투 모드로 부모들은 각각 아이들과 줄다리기 아닌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꼭 이름을 부르는 데 그날만큼은 나도 모르게 맘속으로 ‘이게’ 누굴 닮아서(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이러나 싶었는데, 오늘 자료 조사하러 들어간 인터넷 서점 발견한 문고본을 보고 ‘어머 이건 사야 해’를 외치며 카트에 책을 주섬주섬 넣는 자신을 무심코 발견하게 됐다.
그러다가 집에 가선 또 난 아닌 척 덕후 남편에게 “제발 박스 좀 버려라~ 미니멀 라이프 원츄”라고 하겠지. 그럼 남편은 “박스는 영혼인데”라는 소리를 할 것이다.
아… 아이가 누굴 닮았겠는가. 나를 닮고 남편 닮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