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은 이사였다. 운 좋게도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이사 경험이 별로 없던 우리 부부는 부족했던 경험에 몹시 당황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무엇하나 쉽게 넘어가는 게 없었다. 그리고 하나부터 열까지 안 부딪히는 게 없었다. 이런 다툼이 지나가던 불운을 더 불렀던 걸까. 아니면 운과 불운도 총량이 있어서 비교적 쉽게 집을 구했던 운을 대신해 불운이 한꺼번에 쏟아졌던 걸까. 쏟아진다고 말할 만큼 많았던 불운에 우리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일단 이삿날 비가 많이 왔다. 그리고 생각보다 쓸 짐도, 버릴 짐도 많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포장 이사인데 빗속을 뚫으며 짐을 버리는데 생쥐 두 마리가 따로 없을 정도로 쪼올닥 젖었다. 고쳐 쓰기로 했던 에어컨도 결국 회복 불가가 되었고, 그래서 다시 사기로 한 날에는 전산 오류로 두 시간을 기다려 결제를 할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바가지를 왕창 쓴 가격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아이는 이사 간 집이 아닌 친정 엄마의 집에 있었다. 아이 입장에서는 하루면 된다더니 이틀이나 엄빠랑 떨어져 있었던 데다 돌아간 곳은 ‘우리 집’이 아니었다. 좋으나 싫으나 정들었던 평생의 집인데 아이는 적응하기 힘들어했다.
밤만 되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빵빵 한 가지씩 터지는 일들이 있었고 아이는 아이대로 적응 못해 울고, 너도 울고 나도 울고 모두가 울고 싶은 나날들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지나 며칠이 지나자 서서히 집도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오래간만에 찾아온 평화에 나도 모르게 노곤노곤. 평화로운 대화를 나눠 보기로 했다.
나: 쑥쑥아, 엄마의 보물은 누구?
쑥쑥이: 음… 아빠!
@.@
참 머쓱한 순간이다. 몇 날을 그렇게 흠칫뿡 하고 살았는데 그걸 알 턱 없는 아이의 대답.
속으로는 아닌데 싶었지만 “맞았어!”하고 응수했다.
애아빠는 안 듣는 척하더니 “그건 거짓말 같은데”라고 삐죽 거린다.
나: 그럼 아빠의 보물은 누구?
쑥쑥이: 엄마!
남편은 말이 없다. 긍정인가. 그렇다고 치자.
나: 그럼 우리 쑥쑥이의 보물은 뭐야?
쑥쑥이: 이 키티 가방!
엄마라고 할 줄 알았는데 살짝 실망했지만, 아이의 대답에 온 가족이 웃었다. 그래, 엄마의 보물은 아빠 맞지. 보물을 만나서 이렇게 멋진 보물을 또 만났잖아. 힘들겠지만 우리 모두 힘내서 잘 적응해 보자. 우리 가족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