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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Mar 08. 2023

126~140

126

어떤 인연은 아무 일도 없었는데 갑자기 싹둑 잘린 것처럼 끊어져버린 인연도 있다. 그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성숙한 자세이다. 때론 ‘왜’를 차마 말할 수 없는 경우도 들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127

친구의 정의가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인데, 오래 사귈수록 각자의 상황은 계속 바뀌어서 물리적 거리는 멀어질 수도 있다. 다만, 마음의 거리만은 언제든 가까워질 수 있을 정도로 탄력성을 가지길 바랄 뿐이다. 한쪽이라도


128

어떨 때는 ‘안녕’이란 두 음절에 마음을 다 못 담을 때도 있고 어떨 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것도 TPO에 따라서 최고의 조합이 또는 최악의 조합이 될 수도 있다


129

불행이란 작은 불씨를 키워 나 자신을 불태우지 말자. 불행은 그저 작은 불씨에서 끝내버리자


130

우연히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야”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드는 의문 하나. 자연스러운 것은 무엇인가. 요즘 세상이 자연스러운 게 자연스럽도록 놔두는 세상이었던가.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모든 것을 거슬러 가는 게 좋다고 그래서 모두가 역행하고 있는데 그럼 그런 게 자연스러운 것인가. 

예를 들면, 나이가 들어도 젊어 보이고 싶고, 많이 먹어도 살 안 찌고 싶고, 노력보다 많이 얻고 싶고, 나쁜 짓해도 벌 안 받고 싶고, 남에게 못되게 해도 나만 기분 좋으면 되고… 그런 세상에서 뭐가 자연스럽고 뭐가 안 자연스러운 건지, 그건 누가 정하는 건지 혼란스러워졌다. 그래서 우리는 혼란과 자연스러움을 구분도 못하고 생각도 못하고 그냥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감당 못해서


131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었나… 갑자기 좌우명이란 걸 정하고 싶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생각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딱 하나만 고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럼 일단 오늘의 좌우명은 뭘로 할까 생각해 보니… 

‘일단 나는 내가 알아서 잘할게’로 하기로 했다


132

스트레스받을 때, 누군가 잔소리할 때 이런 생각을 하면 내 정신 건강에 유용하다고 한다. “점심 뭐 먹지?”

……

어처구니없지만 이렇게 잡념을 의식적으로 끊어내는 것도 노력이다. 아주 유치하지만 치열하게 해내야 하는 노력


133

좋은 것을 순도 100퍼센트로 ‘좋다’고 말하고 그 감정을 나도 같이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하는 사람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134

나는 가심비가 굉장히 중요한 사람인데 생계 때문에 가성비를 택하기로 했다. 내 한 시간과 동전 한 닢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일단은 그 동전이 실제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135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내가 인식하기도 전에 먼저 하고 있는 게 있고,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계속 되뇌고 ‘그럴 시간에 차라리 하겠다’ 해도 죽어도 안 하는 게 있다


136

부모 맘이란 게 그렇다. 선생님 전화에 두 손으로 받게 되는 것


137

이제는 거의 모든 경험이 설레지 않는다. 닥치면 그냥 앞만 보고 갈 뿐, 설레거나 떨려서 심장 소리가 들리는 그 지경의 경험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오늘도 수고했다, 나 자신’. 이 정도랄까. 이게 나란 사람이 성숙해진 시그널인지 아니면 위험하단 신호인지 모르겠다


138

‘와, 너무 좋은 아이디어인데…’라 생각했지만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게 천지다. 좋은 아이디어와 희소성 그리고 흔한 소재여도 특별하게 만드는 재주 이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야 창작물이 나올 수 있다. 정진, 정진!


139

요즘 들어 특히 살기 힘들어진 게 아니라 그동안 너무 평탄하게 잘 살았던 것 아닐까. 폭풍 속에서도 고요하게. 폭풍 속에서도 그리 살 수 있었던 건 나 대신 누가 그 자리에서 날 지켜주었던 건 아니었을까. 반성하게 된다


140

누군가에게 나쁘게 대하는 그 정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굳이 애써서 찾아가서 하는 괴롭힘. 그래서 내 맘 속에서 우러나진 않지만 쥐어짜 내서 악담을 뱉어낸다.

절대 잘 죽지 마세요. 몸도 마음도 최대한 아프게. 외롭게 지내세요. 굳이 나한테 와서 한 것처럼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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