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민 Apr 13. 2023

141~150

141

매일 아침 마시는 차가운 모닝커피는 각성제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내가 나 자신에게 보내는 응원의 한 마디, 또는 다짐과도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하루도 힘내자! 누군가 너를 부수러 와도 너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넨 너 자신이 바로 여기 있어. 네 안에



142

너무 대단한 아이디어다! 하고 생각했는데 이미 세상에 나와 있을 때, 탄식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아무런 도움도 없이 그런 아이디어에 도달했다는 것에 희망을 느끼기도 한다. 언젠간 세상이 놀랄 아이디어를, 나만의 아이디어를  찾게 되었을 때 나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143

아이와 하는 대화에서 알게 모르게 내 안의 의문들이 풀리기도 하고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하고.


144

아이의 질문에는 여러 장르가 있지만 그중에서 지식 분야는 나도 모르는 게 많아 아이의 관심사라 포착이 되면 평소에 책을 읽으며 조금씩이라도 공부를 해놓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의 시선에 맞게 풀이를 해줘야 한다. 때론 스스로 이런 다정함에 놀라고, 정리해서 풀이해 준 내용에 놀란다. 누군가 내게 이렇게 다정하게 알려줬더라면 나는 공부 잘했을지도…(그렇다고 우리 딸이 공부를 잘하길 오매불망 바라지도 않는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145

나의 직업적 아이덴티티는 디자이너+출판인+회사원 정도가 되겠다. 그런데 이 셋의 비율이 미묘하게 비슷해서, 한마디로 ‘출판사에 다니기 좋아하는 디자인 업을 가진 출판인‘ 정도로 표현함이 적당할 듯하다. 어찌 됐든 온전한 디자이너는 아니다. 그런 것에 스스로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었는데 이제와 보니 그게 나의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146

누군가 애를 혼내기도 하냐는 질문에 “오? 혼내는 게 뭐지??”하고 답했다가 모두 웃음바다가 된 적이 있다. 생각해 보면 ‘때리는 건 안된다’ ‘던지는 건 나쁜 거야’라고 말한 적도 있고, 붙잡고 ‘타인을 아프게 하는 건 나쁘다’라고 말한 적고 있지만 큰 소리를 내거나 신체적 처벌을 한 적은 나도 남편도 한 번도 없었다. 처음부터 부단히 그것만은 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라 이제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아이가 버릇없이 자라지도 않았다. 오히려 아이치곤 어른의 말을 귀담아듣는 어린이가 됐다.

아이에겐 여러모로 고맙다. 애는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애와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하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내가 얼마나 힐링이 됐는지. 이미 성인인 내가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다시 처음부터 아이와 함께 배우게 됐는지. 언제나 아이에게서는 배우는 게 많고 그래서 늘 고맙다


147

이유 없이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걸 알지만 그 관계가 외부에서 비롯된 게 아닌 그저 나의 친구, 동료, 가족 그 누구도 될 수 있다는 걸. 그래서 악의도 없지만 어쩔 수도 없다는 걸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다


148

지난날의 기록은 나를 위로한다. 나쁜 기억조차 추억이 된다. 그래 이런 일도 있었지 하고


149

‘우린 자유로워’라고 말하면서도 어딘가에 갇힌 느낌이 든다면 그건 얼마나 괴로울까. 가여워라.


150

알고 있어도 스스로 계속 상기시키고 정진해야 좋은 것을 내면화할 수 있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아도 나쁜 것은 쉽게 내면화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나쁜 것, 좋은 것 모든 것을 평소에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무엇을 내 안에 심고 끝내 싹을 틔워 키워나갈지는 나에게 달렸다. 내 마음 한 부분을 쭉정이 가득한 풀밭이 만들지 멋진 정원으로 만들지는 나에게 달렸단 뜻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