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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Feb 13. 2023

101~125

101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이 큰 기쁨을 느끼면서 이 순간이 아쉬워 ‘조금만 천천히 커라’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얼른얼른 커서 자유롭게 날아가라’ 하는 마음도 든다



102

사람마다 고통을 느끼는 부분과 크기, 깊이가 달라서 알게 모르게 서로 상처를 준다. 그 사실조차 서로 모른 채



103

입사와 재입사를 반복하던 한 사람이 또 같은 회사를 그만뒀다. 순간 깨달았다. ‘아, 이 사람 이 일 싫어하는구나’. 일을 하다 보면 천직이란 게 있기도 하고 때론 꾸역꾸역 하다 보니까 천직이 되기도 하는데, 확실히 그건 사람마다 다르고 그걸 깨닫는 시기도 다른 것 같다. 

그건 다르게 말하면 나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할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시간이 없으면 결과적으로 시간을 더 쓰게 된다. 돌아 돌아 겨우 도착하는 느낌. 그래도 생존에 위협을 느낄 정도만 아니라면 돌아가는 인생도 나쁘지 않다



104

깊은 절망으로 빠지는 계기는 어떨 땐 너무 단순하다



105

정착한다는 것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그것이 비록 작은 물건이라도. 물건을 자주 바꾸고 쉽게 질렸던 내가 하나씩 정착템을 만들고 나니 가방 속에는 온통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애착템이 돼버린 정착템들이 가득하다. 아침에 가방을 열며 인사하고 싶을 정도로. 애들아, 잘 잤니?



106

잔소리는 유료 서비스. 그것도 선불. 말하기 전에 결제부터 준비하자



107

나두 넝담~ (^_^) (=_=) ( -..-)



108

글을 쓰며 오늘도 ‘방전’한 ‘마음’을 ‘충전’



109

남들 앞에서 말을 하고, 내 생각을 분명히 말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쉽지는 않아도 못할 건 아닌 게 되었다. 글을 쓴 이후부터. 어쩌면 글을 쓴 게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또 좋았고… 그래서 스스로 에너지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를 했으니 이제 뭐든 글쓰기처럼 하면 된다고.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즐거운 순간이 반드시 온다는 굳은 믿음이 실현된 것을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110

다시 읽고, 쓰고, 고치고, 다시 읽고, 또다시 읽기. 다른 건 몰라도 다시 읽어보는 것만큼은 여러 번 해도 좋다. 또 글을 쓴다면 계속 계속 계~~ 속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제자리에 있는 것 같고 때론 삽질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그 삽질한 바닥에 새로운 희망이 움트기도 한다. 그리고 이건 인생의 패턴과도 같다



111

“아, 내 인생에 지분 있나?”라고 생각되는 간섭들이 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부모는 지분이 있긴 있었다. 그러니 부모님 말은 일단 듣기로(듣는 것만). 듣는 걸로 키워준 빚, 지분을 갚아 나가기로(이것도 내 맘대로). 



112

‘꾼이네, 꾼’ 이건 칭찬

‘꾼이네, 꾼. **장사꾼’ 이건 욕, 게다가 장사꾼에 대한 욕



113

별 것 아니지만 누가 봐도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남겨놓는 것. 예를 들면 자격증 같은 것. 그것이 있으나 없으나 능력은 있을 수 있지만 굳이 증명하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종이 하나



114

‘조언’이란 것은 틀린 말이 아니어서 더 기분이 나쁘다기보단, 오묘하게 민망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것



115

너무 좋은 것은, 내가 이미 말한 적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도, 심지어 같은 사람한테 또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아도, 앵무새처럼 계속 말하게 되는 것. 알아도 또 말하고 싶은 것

그런데 그렇게 계속 말하는 것은 좋은 것을 같이 공유하고 싶은 마음. 몇 번이고 다시 또다시 



116

미안하지만 더 이상 간섭하지 말아 줄래?라는 말을 하기 위해선 앞뒤로 수많은 말을 붙여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그 말을 숨겨서 말해야 된다는 게 아이러니지만



117

날 위해선 백 원도 안 썼어!라는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았기에(물론 기간 한정) 너무 얄미웠지만 미안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젠 안다. 주머니 속을 나왔다 다시 들어간 수많은 적은 돈과 그걸 넣을 때의 어딘가 부끄러운 손의 행방.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내가 쓰면 내 아이가 못 쓰게 될까 봐 꾸깃꾸깃 다시 넣는 손. 그 손이 나를 키웠다



118

이제 아이의 세계에서 ‘뽀로로’와 ‘포켓몬’은 공존할 수 없다. 이들이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이도 알아버렸다. 다 같이 모여 으쌰으쌰 놀던 때는 지나고 각자의 세계에서 각자의 시간대로 놀기 시작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쑥쑥이의) 뽀로로’와 ‘(쑥쑥이의) 포켓몬’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119

느린 토끼와 게으른 토끼가 한 팀이 되어 거북과 경주를 한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 토끼가 거북보다 빠르지만 그래서 이길 것 같지만 거북이 이긴다. 하지만 이 경주는 장소가 다르다. 이곳은 바다다. 바닷속엔 거북이 더 이상 느리지 않다. 비록 2:1이지만 토끼들은 거북의 상대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가 늘 그렇듯 반전은 존재한다. 토끼들은 거북을 이기고 경주에서 우승하고 싶다. 그래서 그들의 핸디캡을 무기로 바꾸기 위해 머리를 써야 한다. 그들이 쓸 방법은 무엇일까. -이건 우리 부부의 이야기다



120

이사 간 동네는 저지대라 그런지 집 이름도 파크다(아*파크 아님). 공공의 것이란 의미를 은연중에 내포하는 것인가. 

때마침 아이가 원하는 것이 당근에 올라왔다. 낯선 길을 찾아가니 그곳은 언덕 위, 힐스였다. 당근을 수령하고 돌아갈 길을 (대중교통으로) 찾아보니 너무 오래 걸려 걷기를 택했다. 힐스에서 파크까지. 50분. 당근이 나를 운동시켰다. 



121

넘버원보다는 온리원이라지만 나는 베러미. 무엇보다 나, 어제보다 나은 나



122

내 안의 행도 불행도 그 무엇도 땔감 삼아 불을 피운다. Burn it up!

그렇게 다 타고 재만 남은 땅을 갈고 엎고 씨앗도 심고 물도 주고 그렇게 아껴주다 또 수확하고 불 피우고 갈아엎고…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글이 된다. 



123

나는 유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유머가 왜 재밌는지 모르겠는 상황이 많다. 왜 웃지? 저게 웃긴가? 그런 상황말이다.


유머와 조롱은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유머에 한 방울에 조롱이 들어가 있다면 난 그냥 조롱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난 재미없는 사람이다.



124

애가 하나인데 왜 이렇게 힘들어~~ 하는 생각이 들어 차분히 생각해 보니 힘들 건 하나도 없었다.

그저 내 뜻,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힘들 뿐이었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타당한 선택과 요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내 생각에 범주에 없다고 화내는 꼴이었다



125

실수했을 때, 깨끗하고 선선하게 그것을 인정하고 다시 하는 게 여러모로 어려웠다. 일단 억울했고 내 잘못 아닌데 내가 왜 고생해야 하나, 아니면 내 잘못이라도 하기 싫은 맘이 있었기 때문이다. 때론 쓸데없는 고집을 피우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잘못은 변하지 않고 늦게 발견하던 빠르게 발견하던 반드시 바로 잡아야 더 나중에 고생도 안 하고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다는 것을 안 순간 실수를 전보다는 빠르게 인정하게 됐다. 이 또한 육아가 나에게 준 가르침 중 하나다. 역시 육아는 한 사람만 키우는 게 아니다. 키우는 사람도 같이 키워준다. 난 이래서 아이에게 고맙다. 대단히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니어도 어제보단 조~~~ 금씩은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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