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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Sep 02. 2022

나이 마흔, 비로소 운동을 시작했다.

프롤로그

그날은 평소와 다르지 않은 날이었다.

늘 그렇듯 다 함께 복작복작 볶다가 아이들을 재웠고, 우리 부부도 나란히 누워 수고했다며 서로의 볼을 토닥토닥거렸다. 그런데 그때 신랑의 턱에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멍울이 만져졌다. 그땐 그냥 염증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다음 날 우리는 병원을 찾아갔다.

결과는 멍울이 악성일 확률이 높으니 조직 검사를 받자는 것이었다.


그렇다. 암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나는 아닐 거라 생각하는 그런 이야기였다.


그리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일주일…

설마 하는 생각이 우리를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이럴 경우 암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 ‘증상은 어떤가.‘ 악성과 양성의 차이…’ 등등…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이것이 확률의 문제가 아님을 알면서도 그저 희망의 확률을 높이고자 의미 없는 짓을 반복했다.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고, 우리는 그 결과를 알기 위한 검사를 했을 뿐이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도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무한 지옥속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일주일 후, 악성 종양 판정을 받았다.

우리는 그날부터 암환자가, 그리고 암환자의 가족이 되었다. 병명은 침샘암이었다. 보도 듣도 못한…


수술 당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그의 수술을 지키러 병원을 갔다. 신랑은 이미 침대에 실려… 아니, 침대에 끼여서 수술실로 이동당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니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은 암환자일 뿐이지 거동이 불편한 것이 아닌데 도대체 왜 벌써부터 저기에 끼여서 이동하는 것인지… 아니, 무엇보다… 침대가 너무 작았다!! 덩치가 큰 그가 침대 틀에 꽉 끼어서 그의 팔이 삐죽 삐져나와 있었다!? 갑자기 참았던 눈물이 핑 돌았다.


 “저… 선생님, 좀 더 큰 침대 없어요? 침대가 너무 작은 것 같아요. 여보야, 걸을 수 있잖아요?! 거기서 나와서 그냥 걸어가요. 너무 불쌍해요.“


그 말을 들은 간호사 선생님께서 당황하셨다.


 “아… 저… 침대 사이즈가 하나뿐이라…”


 그러자 그가 얼른 말했다.


 “여보야. 이거… 침대가 작은 게 아니야. 내가 큰… 아니, 이거 나한테 딱 맞는 거야. 우와… 신기하다!!! 그지? 침대가 맞춘 것처럼 나한테 딱 맞네? 딱 나를 위한거네?!“


여보야… 그런 걸 침대가 작다고 하는 거예요. 누가 침대를 몸통에 딱 맞게 씁니까? 갑옷도 아니고…


수술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아마 4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40년 같은 4시간을 병원 의자에 앉아서 수술실 문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이의 하원을 위해 그가 나오는 것도 보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갔다. 나머지 시간은 어머님께 부탁했다. 그때는 울 신랑… 정말로 침대에 실려 나왔을 텐데…


그리고 그가 퇴원하는 날.

주차가 힘들어서 병원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기다렸는데, 그가 몹시 초췌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정말… 심하게 초췌해져 있었다. 우리 신랑이 아닌 것 같았다. 우리 신랑… 왜 저렇게 반쪽이 되었지?

그런 그가 나를 보자마자… 아니, 내 차를 보자마자 절대로 차를 안 타겠다고 버티는 것이었다.


 “여보야. 도대체 왜 차를 안 탄다는 거예요?”

 “차를 안 탄다는 게 아니라, 니가 운전하는 차를 안 탄다는 거예요. 여보야.”

 “당신 지금 환자예요. 내가 운전해야죠.”


 이때 그는…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은 한마디를 내던진다


 “여보야, 암은 나를 서서히 죽이지만, 너는 나를 한방에 죽일 수 있잖아요. 절대로 안 타요. 못 타요.”


그렇다. 몹시 초췌해지긴 했지만 내 신랑이 확실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런 농담(?)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저 사람뿐이니까… 그리고 그 말을 듣고 웃을 수 있는 사람도 김국주뿐이니까.


우리는 그렇게 일생일대의 일을 겪고도 웃었다.

그 후로도 계속 웃었다. 웃고 또 웃었다. 웃는 얼굴은 그 누구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완벽하고 산뜻한 포커페이스였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는 감정이 없는 무표정이었다.


그렇게 나는 웃는 얼굴로 천천히 무너져갔다.

모든 벨리댄스 공연을 취소했으며, 도서관에서 듣던 수업도 중단했다. 친구들과의 모임도 서서히 줄여나갔다. 그렇게 아이의 학교 활동을 제외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집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런데 내가 집에 있는 들… 뭘 할 수 있었겠는가.

그는 수술은 했지만 화학치료나 약물 치료가 필요한 상태는 아니었다. 정상적으로 출근도 했다. 내 손이 전혀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점점 싫어졌다.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더이상 숨기면서 억지로 웃지 싶지도 않았다. 나는 점차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이렇게 계속 혼자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내게 슬며시 말했다.


 “여보야. 운동이라도 해볼래요?”


당연히 싫었다.

움직이기도 싫었고, 나가기도 싫었으며, 굳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더 싫었다. 나는 당시 쌍방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누군가와 얼굴 맞대고 대화하는 것이 힘들었고, 웃는 얼굴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려웠다. 고개를 끄덕일 수는 있었지만 타인과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힘들었다. 그냥 집에서 책이나 읽고 싶었다.

그런 내가 누굴 만나고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내가 대답을 망설이자 그가 말했다.


 “여보야. 참고로 나는 근육질 여성이 좋아요. 내 소원이에요.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하… 지금 이 상황에서 죽은 사람 소원이란 단어는 반칙 아닌가. 그리고 그의 이상형은 연애 시절부터 들어왔다. 와… 저 인간… 그 와중에도 참 취향 일관적이고 확고하다.


그래. 까짓 거. 해줄게.

좀 늦었지만 소원이라는데… 해줄게. 니가 뭘 기대하던 그 이상을 만들어줄게. 내 전부를 갈아 넣어서라도…


그렇게 나는 나이 마흔에 운동을 시작했다.


우중충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2화부터는 뚠뚠 가정주부의 즐겁고 유쾌한

운동 & 다이어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Go Go!!


QnA Time

Q. 다이어트 때문에 운동을 시작하려는데 어떤 운동이 젤 좋은가요?

A. 다이어트할 때 젤 중요한 건 꾸준함이에요. 꾸준하려면 운동이 즐거워야 하고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듯, 맞는 운동도 각기 달라요. 가장 좋은 운동은 내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Q. 나한테 맞는 운동을 어떻게 알아요?

A. 당연히 처음엔 모르죠.
이것저것 해봐야 합니다. 아이들도 재능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경험시켜 보잖아요. 우리도 그렇게 찾아야 해요.
시작이 반이라고 했어요. 찾을 때까지 딱 반씩만 겪어보세요. 의외로 일찍 찾아집니다.
Q. 저는 운동은 넘 힘든데 사람들이 좋아서 다니고 있어요. 다른 운동 찾아야 하나요?

A. 아니요.
그것도 충분히 이유가 될 수 있지요. 사람이 좋아서, 선생님이 좋아서, 저 운동을 하면 내가 왠지 멋져 보여서…
그게 어떤 이유이건 그 운동을 즐겁게 만들어준다면 전부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2016년 뚠뚠 김국주 _ 보정으로 팔뚝 깎은거 ㅋㅋ
신랑은 2022년에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걱정해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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