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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Jun 03. 2021

앞으로는 내 앞에서만 취하는 걸로 하자

이번 편도 율군의 입장에서 쓰였습니다. 저 요즘 셀프 디스에 맛 들였습니다.


내 작은 콩알은 지가 술을 잘 마시는 줄 안다.

아무리 아량으로 봐줘도 콩알의 주량은 나보다 쪼끔 나은 수준 이건만, 녀석은 그냥 무식하고 용감했다. 그리고 그 용감무쌍에 대한 뒷감당은 왜인지 늘 내 몫이었다. 녀석을 보고 있자면 국가가 어째서 알코올을 마약으로 분류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어느 날 콩알이 엉엉 울면서 전화를 했다.


 “엉헝헝. 선배님...”

 “허? 너... 울어? 왜 울어?”

 “으어어엉.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길을 잃은 거 같아요. 크흐흐흐흐흡.”

 “뭐?? 길을 잃어??? 어디서 길을 잃었는데?”

 “흐어어엉. 여기가 어딘지 몰라서요. 엉엉. 길을 잃었어요. 으헝헝.”


하아... 진짜 환장한다.


 “국주야. 걱정 마. 내가 데리러 갈게. 대신 거기 가만있어야 해. 아무나 따라가지 말고!! 주위에 뭐가 보이는지 말해봐.”

 “네… 선배님 잘생긴 얼굴이요.”


아니… 이 인간… 도대체 얼마나 퍼마신 거야.


 “보이는 건물 이름을 말해. 아무나 따라가면 안 돼!”

 “아... xx 빌라요.”


어... 그건 우리 집 건물이잖아.

아니나 다를까 계단을 내려가 보니 녀석이 건물 벽에 대걸레마냥 퍼질러져서 목놓아 울고 있었다. 하… 저 반토막밖에 안 되는 녀석의 등짝을 보고 있자니 한 손으로 집어다가 집 안으로 던져 넣고 손 털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 욕구를 꾹 누르고 한숨을 쉬며 녀석 옆에 털썩 앉았다. 그러자 녀석이 울음을 멈추고 나를 한참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더니 헤헤헤 하며 웃는 것이었다. 방금까지 울어서 붕어처럼 퉁퉁 부은 눈으로…


 “아니... 왜 웃는 건… 어어?”


녀석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얼굴을 조물조물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하…


 “우와... 내 애인이다. 이것 봐. 선배님 얼굴 보인다니까… 거짓말 아니잖아. 우와… 만져지기까지 하잖아… 우와... 오늘도 잘 생겼다.”


인간이 어쩌면 이리 한결같고 대쪽 같을 수가 있는지. 나는 내 얼굴을 조물딱 거리는 녀석의 손을 붙잡았다.


 “국주야, 이제 집에 가자.”

 “그런데 선배님.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요?”

 “어… 니가 전화했으니까…”

 “우와… 울 선배님 디따 빠르다…”


ㅇㅇ. 여기는 우리 집이거든.

라고 말해봤자 못 알아들어 처먹을 거 같아서 녀석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그런데... 당겨지지 않았다? 어? 저 작두콩만 한 녀석이 나한테 힘으로 버틴다? 왜지? 녀석을 쳐다봤더니 녀석도 눈에 힘을 주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 또 왜? 왜 그러는데? 뭔데?


 “선배님... 우리...”


우리 뭐? 또 뭐?

 

 “족발 먹어요.”

 “뭐? 족… 국주야... 지금 새벽 두 시야.”

 “족발한테도 통금 시간이 있나요?”


어… 그래. 어차피 니 맘대로 할 거지?

나는 일단 녀석을 들어다가 방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족발을 배달시켰다.


근데... 너 뭐 먹고 온 거 아니니?

왜때문에 뼈까지 먹을 기세인 것인지. 녀석의 손에 들어간 족발들은 철수세미로 닦은 듯 반짝거리는 뼈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마치 지금 당장 과학실에 전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듯한 그런 모습으로... 녀석은 그렇게 정성껏 발골한 깨끗한 뼈친구들을... 한 개 한 개 왼손에 모아서 그러쥐기 시작했다. 도대체 저 뼈는 왜 모으는 거고, 왜 손에 모조리 쥐고 있는 걸까. 궁금했지만 묻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답을 들을 수도 없을 것 같았고…


녀석의 단풍잎만한 작은 왼손은 뼈친구들로 가득 차서 넘치기 시작했고, 급기야 그 친구들은 녀석의 손에서 하나씩... 탈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녀석이 떨어진 뼈친구들을 구하러 방바닥을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닥을 기면서 왼손에는 미처 탈출하지 못한 뼈친구들을 꼭 쥐고 있었고, 오른손으로는 떨어진 뼈들을 다시 모으는 것이었다. 그렇게 녀석은 뼈와 함께 바닥과 식탁을 오르락내리락했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나도 덩달아 생각이 많아졌다 적어졌다 했다. 더 이상 간섭을 미룰 수가 없었다. 나는 녀석의 왼손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뼈친구들을 빼앗았다.


 “국주야. 이거는 뼈야. 못 먹어. 버리자.”

  

그랬더니 녀석이 반짝이는 족발뼈로 삿대질까지 해대면서 버럭버럭 성질을 내는 것이었다.

 

“선배님! 이건 내 거예요!!! 뺏어가지 말아요!!!! 이런 얼굴만 잘생긴 도둑놈 같으니라고!!!”


허…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과 함께 뼈도둑놈 누명을 써버렸다.


 “국주야. 뺏어가는 거 아니야. 하… 줘도 안 가져. 이건 쓰레기야. 여기 고기 붙은 거 먹자.”

 “쓰레기라니요!!!! 말이 너무 심하시잖아요! 선배님 꺼는 선배님이 직접 만드세요!!”


역시 말을 들어 처먹지를 않는다.

도대체 뭘 직접 만들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 어차피 지 맘대로 할꺼같고… 여긴 내 집이고... 이 꼴을 볼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 그냥 놔두기로 했다.


그런데 한참을 족발 친구들을 발굴하던 녀석이 더 이상 발골할 족발이 없어지자, 지금까지 구한 뼈친구들을... 조각조각 맞추기 시작했다!?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어째서 녀석의 행동 알고리즘은 늘 나의 예상 범위를 벗어나는 것일까.


한참 후, 이 섬세한 작업을 끝낸 녀석은 나를 자랑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족발은 이렇게 먹는 겁니다. 화석 발굴 수준...

 “선배님, 이거 제가 만든 돼지예요. 멋지죠?”


놈은 저런 걸 만들어놓고 어서 칭찬해달라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저것이 멋지다는 의견에 일단 동의를 해주긴 해야 하는데 도대체 어느 부분이 어떻게 멋지다고 칭찬을 해야 할지 심히 고민되었다. 그리고 나는 왜 새벽 세 시에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어... 우리 국주가... 뼈를 너무 잘 맞춰서... 돼지가... 다시... 살아 숨 쉴 것 같네...”


현타가 온다. 진짜 못해먹겠다.

난 최선을 다 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내 또라이가 배시시 웃는 것이었다. 무척 다행이었다. 내 칭찬이 썩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아… 아닌가... 그냥 나를 보고 웃는 건가. 그런데 너는 왜 나만 보면 그렇게 웃는 건지… 그래도 내 눈앞에서 저러니까 맘은 놓인다.


 “국주야.”

 “네, 선배님. 사랑해요.”


 그래... 안다. 그 말은 백번은 넘게 들었다.


 “너... 앞으로는 내 앞에서만 취하는 걸로 하자.”


 심장이 터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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