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국주 Jun 16. 2021

<수영 1> 수영은 폐활량이지!

내가 수영반 에이스! (아님)


사람들이 묻는다.


“운동 종목은 무슨 기준으로 골라요?”


기준 같은 거 없다. 그냥 그때그때 땡기는 거 한다.


 어느 날, 내 율군과 아쿠아리움으로 놀러 갔다.

 나는 거기서 너무나도 귀여운 펭귄들을 보고 말았다. 그 몽실몽실, 동글동글한 펭귄들을 쓰다듬고 안아보고 싶었다. 그걸 마음껏 할 수 있는 펭귄 조련사들이 부러웠다. 그날 저녁, 신재희한테 말했다.


 “나… 펭귄 조련사가 되고 싶어.”

 “…… 언니, 너 또 뭘 보고 온 거니?”

 “안될까?”

 “하아… 그걸 아무나 시켜주겠어? 적어도 수족관 닦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걸?”


 물론 저 말이 사실인지는 모른다. 어쨌거나 아쿠아리움에서 수족관 닦는 직원 모집 공고가 떴을 때, 신재희의 말이 생각났고, 나는 이력서를 넣었다.

 그랬더니 연락이 왔다! (나도 당황했다.)


 “김국주씨, 수영은 할 줄 알아요?”

 “아니요.”


 그리고 광탈했다. 훗.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김국주가 아니지.

며칠 후 집 근처 수영 학원을 방문했다.

그런데… 수영장 안의 세계는 바깥세상이랑 사뭇 달랐다. 수영 트레이너들이 하나같이 모두… 빛이 나는 것이었다. 뭐지? 왜때문에 이렇게 화사한 거지? 트레이너들을 미모로 뽑았나? 느닷없는 눈호강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그 화사한 분 중 한 분이 다가왔다. 상담을 해준다고 했다.

내 마음은 이미 등록하고 있었다.


 “수영 처음 배우세요?”

 “네…”

 “수영은 배우시려는 이유가? 체력증진? 다이어트?”

 “펭귄… 아니, 살 빼려고요.”


 아차차. 순간 진실이 나올뻔했다. 하지만 화사한 상담사 분은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펭귄… 이요?”


그래, 뭐… 기왕 이렇게 된 거.


 “네… 펭귄 조련사를 하려면 수족관 닦는 일부터 해야 한데요. 그러려면 수영을 할 줄 알아야 한데요.”


 그분은 아무 말 없이 나를 빤히 쳐다보셨다. 그리고 몇 초 후 가까스로 입을 떼셨다.


 “네… 뭐… 금액부터 보실까요?”


 하하. 많은 말들을 생략하셨구나.

 나는 그날 바로 수영을 등록했다. 그리고 그 상담사 선생님이… 나의 스승님으로 배정되었다. 젠장. 펭귄 얘기하지 말걸… 내 이미지 어쩔…


 처음에는 물속에 머리를 넣었다 뺐다만 했다. 숨쉬기 운동이었다. 그 짓을 며칠하고 나서 자유형을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물에 빠진 사람처럼 허우적대는 모양새였지만, 뭐… 그것도 자유형이라면, 우리는 한달 후, 자유형까지 마스터(?) 했다.


 다른 팀도 다 못 했지만, 그중에서도 우리 클래스가 특히 총체적 난국이었다. 스승님께서는… 우리 팀을 살짝 포기하셨다. 우리가 숨만 쉬면 만족하시는 듯했다. 우리는 그렇게 가까스로 배영을 시작했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배영은 누워서 하는 영법이에요. 그런데 처음 하시는 분들께는 물 위에 눕는 게 좀 무서울 수 있어요. 그러니까 둘둘씩 짝을 지어서 서로 등을 받쳐주는 걸로 해요.”


 응? 뭘 하라고? 우리 총체적 난국의 수린이들은 스승님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저게 뭔 뜻인지 모르겠다. 한 팀, 한 팀 출발하고… 우리 차례가 되었다. 내가 물 위에 드러눕고 짝꿍이 내 등을 손으로 받쳤다. 그런데…


 “잠깐, 잠깐만요.”


 나는 쾌속선을 탄 기분이었다. 내 짝이 자기 손에 내 등을 싣고 빠른 속도로 레일의 끝까지 내달렸다. 내 정수리는 배앞머리처럼 수영장의 물살을 갈랐다. 목적지에 다다라서야 그 미친 질주가 끝났다. 그리고 나도 내 짝을 레일 끝에서 끝으로 그런 식으로 빠르게 실어 날랐다. 그러자 스승님께서 빡치셨다.


 “아니! 손바닥에 사람을 태우고 달리란 뜻이 아니잖아요!”


 어? 아니야? 이렇게 하는 거 아니야? 잼있는데…


 “하아… 그냥 각자 합시다.”


 아니, 자네…. 사람이 왜 이리 포기가 빨라?

 하여 우리는 그냥 각자 배영을 시작했다. 한번 쾌속선을 탄 경험 때문인지 물 위에 눕는 것이 무섭지 않았다. 와우, 이래서 쾌속선을 타라고 하신건가. (아님)


 어쨌든 물 위에 드러눕기를 성공하고, 발차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몸이 계속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귀가 잠기기 시작했고 눈이 잠겼으며, 종국에는 코까지 잠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을 휘두르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냥 전진했다. 뭐 별거 있어? 끝까지 가면 그만이지. 그렇게 한참을 가니 내 정수리가 벽에 부딪쳤다. 와우, 해냈다. 뿌듯한 마음으로 일어나서 스승님을 쳐다봤다. 그런데… 스승님께서 왜인지 환하게 웃고 계셨다.


 “우와!!! 김국주 회원님 진짜 대단해요.”


왜? 뭐가? 왜 그러는 거지?


“코가 수면 아래에 있는데 멈추지 않고 레일 끝까지 갑니다. 우와!!! 폐활량 대박!! 보통은 숨이 막히면 멈출 법도 한데, 우리 국주 회원님은 끝까지 달리네요!!! 푸하하하하하하. 대단합니다! 푸하하흐흐흐”


……. 스승님… 칭찬이니?


 “푸하하하. 국주 회원님… 괜찮으세요? 수면이 얼굴 위로 찰랑거리던데… 푸하하하하.”


방금까진 괜찮았는데, 스승님 너 때문에 안 괜찮아졌어. 와… 고만 웃지?


 스승님은 이 사건 한방으로… 김국주에 대한 경계심을 해제했다. 어쨌든 해피엔딩.



덧붙1.

아이와 수영 선생님의 케미 폭발

 수영 스승님들의 미모는 예나 지금이나 빛이 나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의 수영 스승님들도 모두 멋있고, 예쁘십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이 수영 스승님을 참으로 좋아합니다. 도통이의 저 표정…

 

도통아, 그럼 이제 스승님 말씀도 잘 듣자.



덧붙2.


 이번 주는 <공순이의 달살로> 대신 <몸짱 아줌마>를 올렸습니다. 주 3회 발행은 좀 빡시더라구요.

<공순이의 달살로>랑 <몸짱 아줌마> 격주로 번갈아가면서 올릴까 생각 중인데…

울 구독자님들, 괜찮으실랑가 모르겠습니다.

 


다음 화와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book-kingkong/87

.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헬스> 나는 근육 0, 근린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