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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Jun 25. 2021

<수영 2> 접영으로 가슴 근육을 찢었다?!?

 

정말 싫다. 평영.

이 세상에는 멋지고 멋진 수영법이 많을 텐데, 왜 굳이 이런 걸 배워야 하는지… 팔을 내저으며 머리를 수면 위로 내보내는 것까지는 괜찮다. 문제는 이 다리 모양… 당시 20대였던 나로서는 도저히 심적 허용이 불가능한 자세였다.


수린이었던 내 눈에 평영은 그저… 개구리 같았다.


 심지어 스승님은 그 망할 평영 다리 모양을 물 밖에서 연습시켰다. 아, 물론 스승님 입장에서는 물속에서는 가라앉기 바쁜 총체적 난국팀을 위한 특단의 조치였을 것이다. 하지만 땅바닥에 배를 깔고 평영 발차기를 하는 우리는 마치… 개구리… 아니, 육지 위에서 살기 위해 팔딱대는 날생선 같았다. 우리 입장에서는 땅 위에서 쪽팔려 죽으나, 물속에서 가라앉아 죽으나 마찬가지였다. 제발 누가 이 짓 좀 멈춰줘.


 그때 스승님께서 다가왔다. 젠장.

제발 오지 마! 와서 자세 교정해주지 마! 니 눈에 아무리 내 자세가 똥같이 보여도 그냥 이렇게 하게 냅둬! 지금 현타 오기 일보직전이니까 그냥 내버려 두라고! 영 맘에 걸리면 거기 멀리서 말로 해.

제발 다가오지 마.


라고 온마음으로 애원했건만, 스승님께서는 결국 내 귀 옆까지 오셔서 잠시 머뭇거리더니 속삭이셨다.


“국주 회원님… 저… 수영 강사 중에 누가 제일 잘 생겼어요?”


 와우, 스승님… 너 제정신이니?

 땅 위에서 개구리 다리를 하고 있는 사람한테 그런 질문이 목구녕밖으로 나오냐고! 그래… 그래도 내 개구리 다리가 틀렸으니 다른 방식의 개구리 다리를 하라는 주문보다는 낫구나.


“선생님, 저… 그거… 제가 답을 선택할 수 있는 질문인가요?”


 스승님께서 피식 웃으셨다.


 “당연히 아니죠.”


아… 눼… 내가 보기에는 너도 정상은 아니야.


 “당연히… 우리 선생님이 젤 잘 생기셨습니다.”


 이 대답해주는 것이 뭐가 어렵겠니. 그니까 나 이 개구리 발차기 좀 그만하게 해 줄래?


 우리가 그러거나 말거나 스승님께서는 망할 개구리 수영을 끈덕지게 시키셨다. 뭐… 그분이야 그게 직업이니 가르쳐주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했겠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평영이 끝난 날 기쁨의 회식을 했다. 아, 평영이 끝났다는 거지, 내가 마스터했다는 뜻은 아니다. 난 아직도 평영을 모르겠고, 그 존재의 의미는 더더욱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는 가까스로 진도를 나갔고, 드디어 수영의 꽃 접영을 시작했다. 접영, 영어로 하면 butterfly stroke. 한국어로도 영어로도 멋있다. 그리고 실제로 목격하면… 한 마리의 새가 물 위는 나는 듯한 그 자태에 영혼을 빼앗긴다.


 ‘아… 나도 날개뼈를 접으면서 나비처럼 물 위를 날고 싶어.’


수영을 시작한 이래로 처음으로 설렜다.


 나는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접영을 시도했다.

인어처럼 두 다리를 모아 물을 찬다. 그리고 두 팔을 뻗어 내리며 물살을 갈라 머리를 물 위로 내보내면… 내보내면? 어?? 내보내야 하는데??? 내 머리는 왜 아직도 수면 아래인 거지? 한번 더 하면 물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그렇게 네 번의 몸부림만에 내 손이… 수영장 바닥에 닿았다?!? 이상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나비처럼 물 위를 날아야 할 텐데… 스승님은 이젠 내가 물 밖으로 한참을 안 나와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내 폐활량은 완벽하게 스승님의 신용을 얻었다. 훗.


 그래… 접영은 처음이니까 안 되는 것이 당연하지.

 나는 레일을 몇 번 더 왔다 갔다 했다. 그 결과 10번 중 4번은 정수리가 물 밖으로 나왔다. 즉 나는 접영을 하면 40퍼센트의 확률로 살 수 있다. 아니, 농구의 3점 슛도 아니고… 왜 접영 머리 뜨는 데 확률이란 게 존재하는 걸까. 그래도 계속하니 그 확률이 조금씩 늘어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국주씨, 대회 나가요? 왜 이리 열심히 해요?”

 “…. 승환씨, 대회 나가는 사람은 적어도 접영 할 때 머리가 물 밖으로 나오지 않을까요?”

 “아?!? 국주씨 접영 하는 거였어요?? 난 국주씨 잠수하는 줄 알았네.”


 허허… 그래요.

 그런 식으로 이런저런 오해를 받으며 접영을 연습하길 일주일째였다. 어느 날 느닷없이 가슴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정확히 말하면 유방 쪽이었다. 생전 처음 겪는 타는 듯한 열감과 통증.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나… 몸을 너무 함부로 써서 결국 병에 걸리고 말았구나.


 유방 통증… 나는 그날 밤새워서 검색질을 했다. 항암치료에서 유방 절제술까지… 다행인 건 요즘 유방암은 치사율이 낮았다. 모르겠다. 적어도 내 접영보다는 치사율이 낮은 것은 분명했다. (내 접영 치사율 60%)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수영이고 학교고 다 때려치우고 병원으로 조직검사(?)를 하러 갔다. 차분해 보이시는 의사 선생님께서 이것저것 검사를 해주셨다. 그리고 드디어 결과가 나왔다. 의사 선생님은 차트를 유심히 바라보기만 하실 뿐 말씀이 없으셨다. 왜 이리 오래 보시는 거지? 보통 드라마에서 이러면 큰병이던데… 불안해진 나는 침묵을 참지 못하고 먼저 물어봤다.


 “저… 가슴에 뭐가 생겼나요?”

 “아…”

 “선생님, 말씀하셔도 괜찮아요. 혹시…”


 저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어요. 그냥 쿨하게 말씀해주세요. 한참 차트를 보시던 의사 선생님께서 드디어 입을 떼셨다.


 “혹시…  접영 하셨나요?”

 “네, 역시 접… 네? 뭐라고요? 접영이요?”


접영이요? 내가 아는 그 접영이요?? 잠수로 오해받는 그 접영???


 “네… 접영 하시면서 가슴 쪽 근육이 좀 찢어진 듯하시네요. 근육이완제 처방해드릴게요.”

 “허… 아니… 어떻게 하면 가슴 근육이 찢어져요?”


그 말을 들은 의사 선생님께서 작게 한숨을 쉬셨다.


 “저야 모르죠? 그런데 접영 때문에 오시는 분들이 가끔 계십니다.”


아… 나만큼 미련한 사람들이 가끔 있구나. 다행이다. 여러모로…


 “아… 저만 그런 건 아니군요.”

 “네… 그런데 절대 흔치는 않아요.”


아… 눼… 생각보다 단호하시네요.


 “수영은 좀 쉬시고 다음엔 살살하세요.”


 그리고 다음은 없었다. 나는 쉬는 김에 수영을 완전히 때려쳤다. 시작한 지 7개월 만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쿠아리움 직원 모집 공고에는 지원서를 넣어도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덕분에 나는 수영을 배웠다.

고마워요. 아쿠아리움.





수영 중임. 농땡이 부리는거 아님.

수영 에피소드는 2화로 끝납니다.

수영을 7개월을 했는데 남은 사진은 발꼬락 사진뿐이네요.


본 에피소드는 지난화와 이어집니다.


다음엔 태권도 에피소드가 올라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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