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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Jul 03. 2021

<태권도 1> 관장님과의 한판승

친해지길 바라


 이번엔 태권도다. 이유는 도복이었다.

 눈처럼 하얀 신선 같은 도복. 그러나 내가 간과한 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게… 아무나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


이 사진이 아직도 남아있다니… in 2007

 뭐 어쨌거나, 나는 동네에 있는 태권도 학원을 다 뒤졌다. 그런데… 성인을 받아주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당연했다. 수요가 없으니 공급도 없는 것이었다. 태권도를 취미로 하겠다는 성인은 예나 지금이나 드물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사소한 이유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 그렇다면 내가 수요를 만들어주면 되지.


 하여 나는 태권도 크루를 만들기로 했다.


 “지애야, 우리 태권도 하자.”

 “야… 또 미친거냐?”

 “아영아, 우리 태권…”

 “이 인간 뇌에는 배터리가 있나. 왜 주기적으로 정신이 나가냐고.”

 “소윤아, 우리 택ㅋ..”

 “니 또 헛소리 할 생각이면 여기서 그만 두거라.”

 “친구들아, 내가 치맥 쏜다.”

 “국주야… 이 언니가 너 때문에 많이 속상하다. 우리 국주 머리엔 먹는 거뿐이니?

 “그래… 그렇다면 삼겹살.”

 “제발… 김국주… 우리가 그렇게 가벼워 보여? 나 진짜 화나려고 그래.”

 

그래, 나도 쉬울 거라곤 생각 안 했다.


 “오케이. 그럼 소고기 콜?”


 그리하여 우리 네 명은 태권도(소고기) 크루를 결성했다. 그리고 자고로 이런 건 바로 행동에 옮겨야 한다.  (놈들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우리 크루는 그날 근처의 도장을 전부 방문했다. 나로선 재방문이었다. 도장의 관장님들은 다시 마주친 나를 적잖이 반가워하셨다.


 “허… 아니 왜 또 오셨… 우리 도장엔 성인반이 없다니까요.”

 “알아요. 그니까 성인반 클래스 만들어주세요.”

 “아니… 그러고 싶지 않… 싫어요.”


 그렇게 싸돌아다니길 두어 시간이 지났다.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이름이 용인대 태권 어쩌고 그런 이름이었던 듯하다. 그 도장의 관장님께서도 우리를 많이 경계하셨다. 하지만 왜때문인지 흔쾌히 받아주셨다. 왜지? 우리는 궁금했지만 물어보진 않았다. 행여나 다시 나가라고 할까 봐.


 그렇게 그 도장에는 오전 성인반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관장님께서는… 우리를 생각보다 더 많이 어려워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관장님 입장에서는 늘상 어린아이들만 가르치려다 20대 성인 여성들을 가르치려니 많이 불편하셨을 것 같다. 그런데 당시 그 사정을 알리 없었던 우리는 우리대로 서운했다.


 ‘어? 이상하다… 우리 나쁜 사람들 아닌데…’


 심지어 스승님께서는 우리랑 눈도 잘 안 마주치셨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소심하신 스승님 때문에 우리 태권 크루는 꽤 심각해졌다.


 “야! 우리 스승님께서 우릴 싫어하신다!”

 “도대체 왜 그러시지?

 “혹시 우리가 너무 못해서 가르치기 싫어지셨나?”

 “그니까 지애 너! 줄넘기할 때 사방 찍기 하지 말라고! 니가 팽이냐?”

 “허… 김국주! 너나 앞구르기 할 때 마지막 포즈 잡지 마! 뭐하는 짓이냐고. 진심 쪽팔려!”

 “아 이 인간이 예술을 모르네! 엔딩 포즈가 얼마나 중요한데!”

 “아니, 성공이나 하고 엔딩을 하라고! 이 또라이야!”


 와우, 이 인간들이 누가 누구더러 또라이래.


 “아영이, 넌 힘들 때 흐느끼면서 웃지 마! 정신분열이냐고! 스승님께서 너를 두려워하시잖니!”

 “아 그건 아드레날린 때문에 저절로 나오는 거야!”

 “그러는 소윤이 너는 지르기 할 때 입으로 쉿쉿 소리 내지 마. 미친겨?”

 “너 영화 안 봤어? 자고로 주먹질할 땐 바람 소리가 나야 멋이 있는 거야!”


 아니, 그러니까 그 소리를 왜 입으로 내냐고.

하… 무슨 또라이 대전도 아니고.


 “어이, 친구들! 우리 고만하자. 미래지향적인 삶을 살아야지. 그래서… 우리 앞으로 어떡할래?”


 곰곰 생각하던 지애가 아주 현명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친구들아, 아무래도 우리 인상이 좀 그런가 봐.”

 “허… 우리 인상이 왜? 뭐? 순박하구먼.”

 “순… 쯧. 우리 앞으로 스승님이랑 눈 마누치면 무조건 최선을 다해 환하게 웃는 거야. 오케?”

 “그래! 좋은 생각이다! 웃는 얼굴엔 욕 못 하니까.”

 “와우! 역시 넌 우리 브레인이야!!!”

 “내일 스승님께 안 웃는 인간은 디진다.”

 “콜!”


 그래! 눈 마주치면 웃자! 웃어드리자! 눈 마주치면… 마주치면… 마주치면??

 아놔… 젠장할. 못 해 먹겠네. 눈을 마주쳐야 웃지. 애초에 눈도 안 마주치려고 드는데 어떻게 웃냐고.


 우리 또라이 크루는 다시 한번 ‘스승님과 친해지길 바라 비상대책회의’ 를 소집했다.


 “야, 스승님이 우리랑 눈도 안 마주친다.”

 “맞아. 저번에도 그거 때문에 회의(?)를 한 건데.”

 “와… 우리가 뭐 어쨌다고 우리랑 눈도 안 마주쳐?”

 (크루의 존재 자체가 이미 뭘 어쩌고 있음)


그때 우리의 대브레인 지애가 말씀하셨다.


 “전우들! 그럼 눈을 마주치게 하면 되지!! 내일부터 눈 마주칠 때까지 스승님 얼굴만 쳐다본다.”

 “와우! 대박! 역시 넌 우리 브레인이야!! 계속 쳐다보면 언젠간 마주치겠지! 그래! 그러면 되겠다!”

 (그러면 되긴 개뿔…)


 그렇게 우리는 본래 취지에서 한없이 멀어져 갔다.

우리 또라이 크루는 그 날부터 전원 스승님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스승님께서 얼굴이 따끔거려 우리를 쳐다보기라도 하면 우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빨을 드러내며 최선을 다해 웃어드렸다.

 

 ‘우리 제발 좀 친해집시다.’


 우리랑 눈이 마주칠 때마다 스승님의 짧은 머리카락이 바짝 서는 듯했고, 눈엔 눈물이 맺히는 거 같았지만 계속 강행했다. 우리는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웃는 법을 배웠고, 스승님께서는 그냥 세상이 힘들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렇게 서로가 힘겨운 날을 보내길 한 달…

우린 결국 친해졌다. 어떻게?


 예부터(?) 이런 말이 있다.

 소고기를 사는 사람은 조심해라. 세상에 댓가 없는 소고기는 없다. 호의는 돼지고기까지이다.

 흠… 그런데 이건 반절만 맞는 말이다. 당연히 소고기를 사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단, 그 사람을 잃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무려 소고기를 사준다는데 우리가 그 의도까지 파악해야 하는가.


 우리 또라이 크루는 겁먹은 스승님께 소고기를 사드렸다. 그리고 성공했다. 눈맞춤이고 나발이고 진작에 그냥 소고기로 할걸… 스승님은 소주 몇 병에 우리와 절친이 되어 어깨 동무를 하며 가게에서 나왔다.


거봐… 우리 좋은 사람들이라니까.




덧붙1.


 나중에 스승님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당시의 우리 비주얼은 흡사 도장깨기를 하러 온 듯한 비주얼이었다고… 그런데 클래스를 만들어달라고 하니 차라리 다행이란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얼결에 받아주신 거라며, 점점 미쳐가는 듯한 우리를 받아주신 것을 많이 후회하셨다 합니다.

우리 그리 나쁜 사람들 아닌데…

순하디 순한 김국주를 오해하셨습니다. 훗.


우리 또라이 크루는 한 달 뒤, 드디어 노랑 띠를 얻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해피엔딩???

하여 다음 주에  <태권도편 2> 가 올라옵니다.

우리 구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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