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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Jul 10. 2021

<태권도 2> 또 운동 부상!?! 등 파열!!

젠장..


 너희들의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리라.


 태권 크루의 시작은 소고기였지만, 우리는 점차 진심으로 덤비기 시작했다. 당장 단수라도 딸 기세였고, 우리의 열정은 더 넓은 세상의 그것을 갈망했다. 지금이야 유튜브가 있으니 수많은 영상 자료가 접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런 게 없었다.

직접 찾아서 다녀야만 했다.


 하여 우리는 태권도 공연(아마도)을 보러 갔다.

 공연이 시작되면서 관객석 뒤에서 도복을 입은 멋진 배우들이 한 명 한 명 등장했다. 배우들은 관객석을 가로질러 무대 아래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맨 마지막… 할아버지 분장을 한 배우가 비틀거리며 관객석을 가로질러 갔다. 연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당장 부축해서 병원으로 모셔다 드려야 할 것 같은 상태였다. 그 어르신은 무대 밑 계단에 다다르자 멈칫거리더니 스을쩍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나에게 손짓을 했다?!? 왓… 왜?


 “지금 저… 부른 거예요? 앞으로 나오라고요?”


 어르신께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셨다.


 ‘왜? 나 왜? 심지어 나 맨 앞자리도 아닌데… 도대체 왜? 내가 이래서 학교에서도 맨 앞자리는 안 앉는데.”


 몹시 불편한 마음으로 쭈뼛쭈뼛 앞으로 나갔다. 내가 무대 밑으로 오자 어르신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몸이 많이 안 좋아. 이 계단을 올라갈 수 없으니까 처자가 좀 밀어줘.”


와우, 손님한테 그런 걸 시켜도 되는 거야?

내가 망설이니 어르신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처자가 안 밀어주면 이 공연 시작 못 해.”


 허… 이건 또 무슨 신종 협박인가.

 그래, 뭐… 밀어달라는데 밀어주지 뭐… 그게 뭐 어렵겠어? 밀어주자… 밀어줘야 하는데…

 근데 어딜 밀지? 등을 밀자니 어르신이 이미 계단 하나를 올라서 있는 상태라 위치상 불가능했다. 허벅지를 밀자니 내 자세가 이상해질 것이 분명했다. 선택권이 없었다. 그래서 엉덩이를 밀었다. 내가 어르신의 엉덩이에 손을 대는 것을 언짢아하시지는 않을지 잠시 걱정했지만, 다행히 어르신께서는 내 선택에 만족하신 듯했다. 그런데… 이건 무슨… 난 분명 인간 엉덩이를 만졌건만, 무슨 돌덩이를 만지는 느낌이었다.


 ‘허… 이 인간 나한테 사기 쳤네. 와… 이게 다 근육이라고? 아니, 그럼 님 혼자 스스로 올라갈 수 있을 텐데? 왜 초면인 사람한테 이런 부탁을 하지?’

(김국주는 몰랐지만 관객 참여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겁나 무거웠다. 그렇게 근육질 어르신을 있는 힘껏 무대까지 크레인 밀듯 밀어주고 자리에 앉았다. 친구들이 다정하게 말했다.


 “야, 김국주 이 또라이야. 밀어달란다고 진짜 엉덩이를 밀어주냐.”

 “푸하하하하. 근데 저 배우 안 올라갈라고 힘줬어. 김국주 팔에 핏줄 서던데?”

 “김국주 표정 봤어? 남의 엉덩이를 죽자 사자 밀던데? 역도 드는 줄. 캬캬캬캬캬캬.”

 “딱 봐도 근육질이더구먼. 푸하하하하하.”

 “으헝헝헝헝. 근데 그 배우 진짜 사람 잘 고르네. 김국주니까 그런 짓도 해주지. 푸핡핡핡. 얘 이마에 호구라고 쓰여있나 봐.”


아… 집에 가고 싶다.

그만 웃어 이것들아. 공연장 예절도 모르냐.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고, 배우들의 멋진 태권도 시연이 펼쳐졌다. 아까 그 어르신도 하얀 가발과 수염을 다 떼서 던져버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태권도를 했다. 와… 배신감… 그런데… 배우들은 태권도를 하는 듯하더니 갑자기 덤블링을 하기 시작했다?!? 응? 웬 덤블링? 한번 시작된 덤블링은 멈출 줄 몰랐다. 그들은 현세에 현존하는 덤블링을 모두 시연할 기세였다. 그러다가 또 갑자기 스토리가 마무리되면서 무대가 끝났다.

왓더… 스토리가 있었어?


 우리는 저세상 텐션의 덤블링에 혹해서 스토리고 나발이고 주인공 파악도 제대로 안 된 상태로 극장을 나왔다. 내가 보기엔 배우들도 스토리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스토리에 뭔 로맨스도 있었던 거 같은데 그걸 배우들이 눈치챘다면 그렇게 덤블링만 해대지는 않았을 테니까. 뭐… 상관없지. 배우들도 신경 안 쓰는 스토리 뭣이 중하겠어.


 사달이 난 것은 그다음 날이었다.

 나는 그 전날 본 덤블링이 너무나도 해보고 싶어 졌다. 그런데 내가 하겠다고 하면 스승님이 안 된다고 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스승님께서 잠시 자리를 비우시길 기다렸다. 덤블링… 솔직히 믿는 구석이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는 덤블링이 가능했었다.


 사실 덤블링이란게 겁을 먹어서 못 하는 거지 겁만 안 내면 가능하다. 덤블링을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상체를 뒤로 양껏 젖힌다. 그리고 다시 상체 무게 중심을 앞으로 휙 옮기면서 그 반동으로 손을 바닥에 짚고 다리를 띄운다. 여기서 겁난다고 목을 꺾으면 안 된다. 고개는 반드시 등과 직선으로 한다. 그리고 역시 반동을 써서 허리를 아치로 휜 다음에 다시 다리로 착지하면 된다. 허리를 아치로 휘어서… 휘어서… 아뿔싸. 허리가 안 휜다. 내가 내 나이를 간과했다. 나는 더 이상 유연한 어린이가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등으로 착지했다. 동시에… 우지끈.

내 몸안에 무언가가 작살났다. 또… 작살났다.


 그리고 나는 일어나지 못했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일어날 수 없었다. 등이 찢어질 듯 아팠고, 움직여지지 않아 당황해서 눈물이 났다. 그렇게 누워서 엉엉 울었다. 그때 스승님께서 들어오셨다. 스승님께서는 울고 있는 나를 보고 많이 당황하셨다. 얼마나 당황하셨으면 반말이 튀어나왔다.

(당시 저는 스승님보다 나이가 어렸습니다.)


 “너… 왜 울어?”

 “끅끅.. 덤블링… 으헝헝헝.. 하다가.. 흡끄윽… 등으로… 흐헝헝… 아프고… .. 안 일어나지고… 으헝헝헝.”

 “…… 네? 뭐라고요?”


 스승님께서 못 알아들으시자 소윤이가 통역해줬다.


 “이 또라이… 덤블링 한다고 깝치다가 등으로 착지해서 등 작살난 거 같은데요?”

 “덤… 블링?!? 왜? 아니, 그걸 왜 해요?”


지애가 말했다.


 “관장님, 김국주 행동에 이유가 궁금하신 겁니까?”

 “그럼 그걸 왜 안 말렸어요? 쟤 성격 뻔히 알면서.”


허… 스승님… 내 성격이 어때서요?

다정한 친구들이 말했다.


 “말린다고 얘가 듣나요?”

 “그리고 그걸 우리가 왜 말려요?”

 “지 인생이지…”


고맙다. 친구들아. 우리가 이렇게 의리가 있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국주야… 나 잠깐 나간 사이에 사고를 치면 어떡하니. 앞으로는 내가 안 보는데서는 움직이지도 말아요. 나한테 허락받고 움직여요. 알았지? 대답.”


 허… 스승님…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요구사항입니까? 그리고 반말하고 싶으시면 그냥 반말하세요. 존댓말 섞지 마시고… 더 무서워.

 나는 그날 사지를 포박당해서 정형외과에 끌려갔다. 예전에 발등이 작살났을 때 갔던 그 정형외과였다. 그 동네에 정형외과는 그거 하나밖에 없었다. 나를 다시 본 의사 선생님께서는 몹시 반가워하셨다.


 “왜 또 왔어요? 발등이 계속 아파요?”

 “아뇨… 이번엔 발등 아니고 그냥 등이요.”

 “…… 등은 또 왜요?”

 “덤블…”

 “네?”

 “덤블링 하다가요.”

 “덤블링이요? 왜? 아니, 그걸 왜 해요?”

 

 왜 다들 이유를 물으시는 겁니까.


 “저번엔 널뛰기하다가 발등뼈 골절돼서 왔잖아요.”

 “아니… 그건 자의가 아니었…”

 “……하아… 일단 엑스레이 찍어봅시다.”


 의사 선생님께서 포기하셨다. 그래요. 뭐든 포기하면 편하답니다.


 결과는 등근육 파열이었다. 뼈가 다친 건 아니었기에 다행이었지만 회복은 석 달 걸렸다.

나는 그렇게 태권도를 때려쳤다. 무려 노란띠였다.


그런데 왜… 태권 크루 늬들도 다 같이 때려친거니?

혹시… 늬들… 말 안 듣고 말썽 부리다가 쫓겨난 건 아니지? (너만 하겠니.)






덧붙1.

바벨 무게 40kg 백스쿼트 in 2021

 20대의 김국주는 무모했지만, 40대의 김국주는 몸을 함부로 하지는 않습니다. 취미로 운동을 해온 세월이 있어서 더 이상 운동으로는 다치지 않아요.

오히려 꽤 몸을 사리는 편이지요.


 그런데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무리하지 말아라. 괜찮냐. 이런 말을 참으로 많이 듣습니다. 나는 몸을 사리고 있는 건데도…

(적어도 덤블링은 안 하잖아…)


 제가 괜찮다는 사실을 믿어주시는 분은 현스승님 뿐입니다. 그래서 ‘이 분이라면 맘 놓고 다져주시겠구나.’ 하는 생각에 개인 피티를 신청했습니다.

 저의 피티는 두 가지 믿음으로 움직입니다. 스승님께서는 ‘김국주 회원은 무엇을 시켜도 괜찮을 것이다.’ 라는 믿음 하나. 나는 ‘스승님께서 옆에서 보고 있으면 무슨 짓을 해도 다치진 않을 것이다.’ 라는  믿음 둘. 그렇게 딱 죽기 직전까지만 다져줍니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운동을 하냐고.

처음에는 건강하기 위해 운동을 했습니다.

나중에는 몸이 예뻐지고 싶어서 운동을 했지요.

지금은 그냥 운동이 좋아서 운동을 합니다.


그리고 저는 괜찮습니다.

스승님께서도 말씀하십니다.


“국주 회원님은 괜찮습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승님.





덧붙 2.

목 놓아 우는 10세 도통이…


 도통이랑 주짓수를 빙자한 몸싸움 놀이하다가 결국 울렸습니다. 뭐가 그리 서러운 지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오래도 웁니다. 사진 찍으니 더 우네요.


 “엄마! 나 귀엽다고 다른 이모들한테 사진 보여줄라고 찍는 거지?”


이러면서 목놓아 우는 중입니다.

허… 공유할 생각 없었는데 놈이 그렇게 나오니 공유하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브런치에 올립니다.


그런데… 엄마는 이 체력 오래오래 유지해서 오래오래 늬들 괴롭힐 건데… 억울하면 빨리 자라렴.



본 에피소드는 <태권도 편 1>과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book-kingkong/91


집 근처에 주짓수 도장이 생겼어요.

그래서 체험하고 왔습니다. 다음화는 <주짓수 원데이 체험 편>입니다.



<마흔 몸짱> 매거진 다음 글은 다음 주 금, 토 요일중 하루 올라오고 싶습니다.

울 구독자님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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