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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책방 Feb 10. 2022

억압된 감정에서 벗어나야 '좋은 부모'가 된다

자식을 공감하려면 부모가 억압된 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구나 자녀에게 좋은 부모이고 싶다.


두 아이를 키우며 깨닫는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좋은 부모가 되는 건 아니다. 물론 완벽한 부모가 될 수 없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부모는 좋은 부모가 아니다. 내가 반복하는 실수는 딸 사랑이에게 유독 화를 내는 것이다. 내가 가장 감정 조절이 힘든 순간은 첫째 아이가 징징거리며 요구할 때다. 아이에게 화낸다고 마음이 편하지도 않다. 화를 내버리면 그만인데 금새 죄책감을 느낀다. 나는 정말 사랑이를 사랑하고 싶다. 내 자녀에게만큼은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꼭 주고 싶다. 그대로 수용해주고 싶고 넉넉한 아빠가 되어주고 싶지만 원하는 대로 감정 조절이 어렵다. 단순히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맹세한다고 해결되지 않았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마거릿 폴'은 <내면 아이의 상처 치유하기>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자신보다는 자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내면 아이를 보살피는 것을 맨 나중으로 미루어놓을 수 있다."(p.307)


아이에게 사랑을 주기 이전에 나에게 먼저 사랑이 필요했다. 소유하지 않은 것을 타인에게 줄 수 없는 노릇이다. 역기능 가족은 가족역할이 뒤바뀐다. 부모가 부모 역할을 하지 못하면 자녀가 부모를 돌보며 가족의 균형을 맞춘다. 이것은 내 이야기다. 나는 내 감정과 욕구보다 부모의 감정을 책임지며 자라야 했다. 딸에게 애정을 쏟으려 하지만 정작 내 슬픔은 돌보지 못했다. 사랑이가 우는 소리로 요구할 때 느끼는 분노를 잘 들여다보았다. 내 분노의 뿌리는 어머니의 요구를 책임져야 했던 나의 내면 아이의 슬픔이었다. 딸을 무의식으로 어린 나 자신으로 바라본 것이고, 나는 엄마가 되어 딸을 공격하는 투사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투사: 무의식에 있는 욕구와 동기를 상대방에게 투사하는 자기 방어기제다.


그동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사랑이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이를 순종적으로 만들까?'생각했었다. 아이를 어떻게 만들지에 초점을 맞출 문제가 아니었다. 물이 필요해 목말라하는 아이에게 내가 줄 수 있는 물은 충분하지 않았다. '사랑이에게 화내지 말아야 할 텐데' 하며 많이 고민했지만, 사랑이가 징징거릴 때 느끼는 내 감정은 돌보지 못했다. 정작 부모의 내면을 돌보지 않고 아이 감정만 책임지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자식을 공감하려면 부모가 어린 시절 억압된 감정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부모가 스스로 감정을 책임질 수 있어야 아이에게도 '자신의 감정에 책임지는 일'을 가르칠 수 있다.


사랑이를 징징거리는 딸로 만든 것은 나였다. 자녀의 요구에 한계를 정해주지 않고 계속 들어주면 아이는 점점 더 괴로워진다. 자꾸만 커지는 욕구는 어떤 부모도 해결해줄 수 없다. 나와 아내가 어려워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사랑이는 기가 막히게 알아 차린다. 엄아 아빠가 "안 돼!"라고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것을 안다. 어떤 때는 되고 어떤 때는 안 된다고 한다. 안 된다고 하면 아이가 거절당해서 상처를 받을까 봐, 그래서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된다는 잘못된 믿음이 있었다.


내가 먼저 자신의 감정에 책임지지 않아 생긴 문제였다. 어려서부터 나 감정보다 부모의 감정을 돌봐야 했기 때문에 항상 타인의 감정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이 있었다. 이런 부모의 영향으로 사랑이는 자신의 감정에 책임지기보다 모든 것을 해결해달라고 의존적으로 행동했고, 욕구를 조절할 힘을 기르지 못했다. 스스로 책임지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으면서 사랑이를 까다로운 아이라고, 부담스러운 아이라고 여겼다. 아이를 목마르지 않게 하려면 부모가 샘이 되어야 한다. 사랑이에게 언제든 와서 마실 수 있는 솟아나는 샘물이 되고 싶다.




[생존 책방의 셀프 치유 TIP] :

1. 자녀의 문제행동의 원인은 부모에게 있다.
2. 자녀를 돌보느라 나의 내면을 돌보지 못한다면 순서가 바뀐 것이다.
3. 자녀 때문에 욱하는 순간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살펴봐야 한다.
4. 부모가 먼저 자신의 감정에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5. 부모는 자녀가 스스로의 감정에 책임지도록 힘을 길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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