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쓸 수 있다면 고쳐써 주세요.
"선생님. 남편이 변화될 수 있을까요?"
1. '내 행복을 위해서' 남편이 변화되길 원하는지?
2. '내 남편을 위해서' 남편이 변화되길 원하는지?
문제 행동의 뿌리, '내면 아이'를 들여다봐야 한다.
아이가 열이 날 때 증상보다 '원인'을 찾아야 한다. 염증 반응인지, 바이러스 반응인지 살펴야 한다. 마찬가지로 남편의 성격이 모든 문제가 되기엔 무리가 있다. '내면 아이'에게 원인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어린 시절의 뿌리에서 문제 행동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남편의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는지, 어린 시절은 어땠는지 대화하다 보면 핵심 문제를 알게 된다. 그럼 남편을 사랑하기 어려워도, 용서하기 어려워도 이해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K선생님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줬다.
"선생님 저는 '예민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어요. 늘 신경질적이고 가족에게 경멸하는 눈빛을 보내고 불평이 가득한 사람이었어요. 아내는 저만 참아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시댁도 참아야 했어요. 그런데 고맙게도 아내가 제가 자란 환경을 이해해주고 기대를 내려놓고 기다려 주더라고요. 저는 변화에 대한 의지는 있었는데 자기 인식이 잘 안 됐던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아내가 반복해서 하는 말을 들으려 했어요. 아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 객관적인 진짜 나의 모습이더라고요. 저는 이런 말까지 들어봤어요."
아내는 정말 참고 참다가 말하는 사람이다. 내가 지금까지 아내에게 '미안하다'라고 말한 횟수는 결혼 일 수보다 많다. 아내는 나보다 한 발 먼저 성숙한 사람이다. 역시 아내를 잘 만나야 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변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아내의 수용해주는 태도였다. 수용받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내가 미안하다고 할 때마다 다시 기회를 주었고, 그래도 많이 변했다고 격려해줬다. 무엇보다 내 기본 욕구를 잘 채워줬다. 내가 좋아하는 된장찌개와 삼겹살을 해줄 때 나는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잘 먹여줬고 잘 재워줘서 좋다. 남자는 정말 단순하다. 아내는 어린 시절부터 얼어붙었던 내 마음을 서서히 녹여준 사람이다. 덕분에 내 마음을 다시 찾을 수 있었고, 이제는 내가 아내를 녹여줄 차례가 되었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