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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책방 Mar 17. 2022

남편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고쳐쓸 수 있다면 고쳐써 주세요.

"선생님. 남편이 변화될 수 있을까요?" 


'내면아이 셀프치유 독서모임'을 마친 K선생님이 이렇게 질문했다. 


"치유 독서모임을 찾고 있었는데 생존책방은 남자 분이 진행하는 것이 신기했어요. 

리더 선생님은 어떻게 치유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저희 남편도 정말 변화될 수 있을까요?" 


나의 대답을 요약하면 이렇다.


"변화를 직접 시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변화 기회는 줄 수 있습니다." 




아내가 나랑 5년 동안 살면서 수없이 들었던 생각이다. '내 남편이 정말 변화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주변에 남편을 고쳐쓰는 사람이 있다면 '지혜'가 있는 사람이니 찾아가서 배우길 권한다.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변화가 필요한 사람'은 변화될 '기회', 충분히 인정받고 사랑받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물론 변화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서 모두 변하는 것은 아니다. 남편을 변화시키려는 아내의 마음은 두 가지의 태도로 나뉠 수 있다.

1. '내 행복을 위해서' 남편이 변화되길 원하는지?
2. '내 남편을 위해서' 남편이 변화되길 원하는지?


남편의 존재를 위해 돕겠다는 태도 이미 성숙한 사람이다. 많은 경우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남편이 변화되길 원하기 때문에 쉽게 갈등이 풀리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남편도 똑같이 아내가 변화되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의 책임이 자신이 아닌 상대에게 있으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 이런 셀프 질문이 필요하지 않을까? 남편을 만나기 전에 나는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었는가? 나의 행복은 정말 남편에 달린 걸까? 남편의 변화를 이끌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문제 행동의 뿌리, '내면 아이'를 들여다봐야 한다.


아이가 열이 날 때 증상보다 '원인'을 찾아야 한다. 염증 반응인지, 바이러스 반응인지 살펴야 한다. 마찬가지로 남편의 성격이 모든 문제가 되기엔 무리가 있다. '내면 아이'에게 원인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어린 시절의 뿌리에서 문제 행동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남편의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는지, 어린 시절은 어땠는지 대화하다 보면 핵심 문제를 알게 된다. 그럼 남편을 사랑하기 어려워도, 용서하기 어려워도 이해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K선생님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줬다.


"선생님 저는 '예민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어요. 늘 신경질적이고 가족에게 경멸하는 눈빛을 보내고 불평이 가득한 사람이었어요. 아내는 저만 참아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시댁도 참아야 했어요. 그런데 고맙게도 아내가 제가 자란 환경을 이해해주고 기대를 내려놓고 기다려 주더라고요. 저는 변화에 대한 의지는 있었는데 자기 인식이 잘 안 됐던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아내가 반복해서 하는 말을 들으려 했어요. 아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 객관적인 진짜 나의 모습이더라고요. 저는 이런 말까지 들어봤어요."



"여보는 정말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야."

"혼자 살면 딱 좋을 것 같아."

"아니 어떻게 한 번을 져주지 않아?"

"무슨 말만 하면 공격으로 받아들여."


"여보는 정말 공감 고자야!"


아내는 정말 참고 참다가 말하는 사람이다. 내가 지금까지 아내에게 '미안하다'라고 말한 횟수는 결혼 일 수보다 많다. 아내는 나보다 한 발 먼저 성숙한 사람이다. 역시 아내를 잘 만나야 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변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아내의 수용해주는 태도였다. 수용받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내가 미안하다고 할 때마다 다시 기회를 주었고, 그래도 많이 변했다고 격려해줬다. 무엇보다 내 기본 욕구를 잘 채워줬다. 내가 좋아하는 된장찌개와 삼겹살을 해줄 때 나는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잘 먹여줬고 잘 재워줘서 좋다. 남자는 정말 단순하다. 아내는 어린 시절부터 얼어붙었던 내 마음을 서서히 녹여준 사람이다. 덕분에 내 마음을 다시 찾을 수 있었고, 이제는 내가 아내를 녹여줄 차례가 되었다.


최근에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여보를 변화시킨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아. 여보 의지가 컸지." 

그럼에도 내 의지를 도와준 것은 아내다. 물론 나도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었지만, 혼자 힘으로 변할 수 있었다면 혼자살 때도 변화했어야 했다. 그동안 나는 두려움을 동기로 나를 자책하며 성장시켜왔다. 아내는 두려움이 아닌 사랑으로 천천히 나를 녹여줬다. 남편이 항상 제자리인 것 같을 때에도 다시 기다려주고 용서하기를 반복했다. 역시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은 오직 '사랑'이다. "여보 고쳐써줘서 고마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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