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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Jan 09. 2019

일 중독은 너 하나만으로 족해!

열심히 일하는 동료가 한 명 있다. 그는 정말 열심히 일한다. 회사 내에서 일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크다. 열심히 일하는 만큼 성과도 확실히 낸다. 직원 중에 모든 면에서 단연 앞선다. 그 실력을 인정받아서 입사 일 년 만에 진급했다. 중간 관리자가 됐다. 입사 동료인데... 진급한 게 딱히 부럽지는 않다. 그의 실력을 인정하니까. 다만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 


진급 전에 그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진급 후에도 열심히 일한다. 문제는 진급 전이다. 그는 동료들이 자신처럼 열심히 일하길 원했다. 자신만큼 성과를 내길 바랐다. 자신은 이만큼 일하는데, 동료들은 자신만큼 일하지 않는다며 온갖 불평을 쏟아냈다. 그것도 저 위 인사권을 가진 상사에게. 어떻게 아느냐고? 상사와 나, 그 직원, 이렇게 셋이 있는 자리에서 불평했으니까.


그래. 불만일 수 있다. 똑같이 월급 받고 혼자만 열심히 일하면 억울할 수도 있겠지. 그래 이해한다. 이해하지만, 용납은 못 한다. 그의 관리자 마인드를 말이다. 그 불만은 혼자 가진 걸로 족하다. 혼자 불편해하기만 하면 된다. 왜 상사에게 그 얘기를 하고, 왜 자신이 직접 직원들을 압박하냐고! 그건 아니지. 그건 잘못된 행동이다. 그가 관리자라면 이해한다. 관리자는 그럴 권한과 책임이 있으니까. 관리자도 아닌데 왜 관리자 노릇을 하느냐고. 그건 아니지.




어느 회사든 그런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혼자 일 중독에 빠져서 열을 내는 사람 말이다. 그런 사람은 동료들을 바라보며 분노하곤 한다. “왜 나만 열심히 일하는 거야!” 그 분노를 방구석에서 혼자 터트리면 아무 상관없다. 하지만 동료들에게 대놓고 독기를 뿜어대면 답이 없다. 상사에게 터트리면 완전 노답이다. 자기 어필을 제대로 하는 셈이니까. 성과도 못 내면서 상사에게 불평하기만 하면 다행이다. 상사도 그를 좋지 않게 볼 테니까. 하지만 성과도 내고 불평도 한다면? 그는 정말 간교하다. 상사에게 자신의 유능함과 자신의 존재를 동시에 각인시키는 셈이니까. 그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제대로 탄 거다. 다른 사람은 죽어라 계단을 올라가는데, 그는 편하게 쭉쭉 올라가겠지. 


아무도 그의 입을 막을 수 없다. “그럼 너도 적당히 일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머지않아 그가 진급할 게 뻔한데, 그렇게 말했다가 찍히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사람마다 능률과 파이팅이 다르니 네가 이해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는 진작 관리자 마인드를 장착했으니 그 말이 들릴 턱이 없다. 그저 뒤에서 외칠 뿐이다. 


“너나 잘하세요!”




관리자 같은 동료가 이제 진짜 관리자가 됐다. ‘아, 피곤하다.’ 앞으로 어떤 광풍이 몰아칠까? 이제 회사는 그의 세상이다. 동료였을 때도 그렇게 쪼았는데, 이제 상사가 됐으니 얼마나 쪼을까?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았으니, 딱따구리처럼 사람 마음에 구멍을 뻥 뚫어 놓겠지? 두려움이 엄습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 말 뿐이다.


“네, 알겠습니다.” 


부하 모드로 전환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비굴하지만 그것만이 살길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다. 


“거봐, 내가 열심히 일하라고 말했지? 열심히 하라고 했을 때 열심히 했어야지.” 


그가 정말 이렇게 말한다면 내 가슴에는 결코 메울 수 없을 만한 크기의 싱크홀이 생기게 될 것이다. 오늘은 다행히 싱크홀이 생기지 않았다. 한 주를 무사히 넘겼다. 다음 주도 무사히 넘기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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