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이지만 충분히 잘 살고 있습니다
“혈액형이 뭐예요? A형이죠?”
나와 처음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내게 꼭 혈액형을 묻는다. 나는 목소리가 작고, 말수가 적다. 소심하다. 어느 누가 봐도 ‘내성적이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내 성격은 사람들 눈에 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A형일 거라고 추측하지만, 난 A형이 아니다. 사람들의 질문에 A형이 아니라고 대답하면 “그럼 AB형이냐”라고 고쳐 묻는다. 나는 다시 아니라고, “B형”이라고 대답한다. 내 대답을 듣고 사람들은 의외라는 듯이 놀란다. 분명히 A형 같은데 B형이라니, 전혀 생각도 못한 눈치다. 내 혈액형이 A형이면 어떻게 B형이면 어떠랴. 내 혈액형이 무엇이든 나는 내향인이다.
내향인은 어디 있어도 확실히 눈에 띈다. 다른 사람이 내 성격을 금세 파악하듯이 내향인은 딱 보면 안다. 그만큼 눈에 띄는 구석이 있으니까. 내향인은 대개 나처럼 말수가 적거나 조용하다. 아니면 사람들과 있을 때 수줍어하고, 나서서 말하기를 꺼려한다. 내향인은 그만의 특징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다. “나는 내성적인 사람이요”라는 아우라를 어떤 식으론 주변 사람들에게 풍긴다.
내향인만의 눈에 띄는 특징 때문에 사람들은 내향인을 유별나거나 독특한 사람 취급을 한다. 하지만 내향인은 결코 유별나거나 독특한 사람이 아니다. 외향적인 성격이 지극히 평범한 성격으로 여겨지듯이 내성적인 성격도 지극히 평범한 성격으로 취급받아야 한다. 왜냐, 모든 사람이 외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까.
세상 모든 사람이 외향적인 성격을 타고났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은 극소수라면 다수에 의해 내향인은 독특한 사람으로 분류되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외향인만 있는 게 아니다. 외향인도 있고 내향인도 있다. 두 종류의 사람이 골고루 섞여 있고, 내향인은 둘 중 한 부류일 뿐이다. 그러니 내향인을 이상하거나 신기한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고, 그렇게 바라보아서도 안 된다. 내향적인 성격은 외향적인 성격만큼이나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범한 성격 중 하나일 뿐이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어릴 적에 부모님이 나를 보며 걱정하셨다고 한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 봐서 말이다. 두 분의 걱정과 달리 사회생활을 잘 해왔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 사람을 사귀는데 문제 있던 적이 없고, 회사도 잘 다닌다.
성격이 내성적이라고 해서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외향적이라고 해서 사회생활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내성적이어도 별 어려움 없이 사회생활을 얼마든지 잘하고, 외향적인데도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하느냐 원만하게 하지 못하느냐 여부는 성격에 달려 있지 않다. 방식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내성적인 성격을 사회생활을 하는데 마치 결격사유처럼 여기거나 내향인을 사회 부적응자 비슷하게 생각한다. 아니면 2등 시민으로 생각한다.
이제 나는 그런 시선과 평가에 반기를 들려고 한다. 내성적인 성격은 유별나거나 독특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외향적인 성격을 아무 이상 없고 평범한 성격으로 생각하듯이 내성적인 성격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려 한다. 그리고 앞으로 쓸 이야기를 통해 내향인들은 자신의 성격이 특이한 게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성격임을 깨닫고, 이제 그만 어깨를 펴고 다녔으면 좋겠다. 내향인들이여, 이제 우리도 당당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