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두 직원이 다퉜다. 한 명은 나의 적이다. 그가 또 다른 직원과 야합해서 나를 은따시켰다. 그로 인해 나는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지낸다. 다른 한 명은 신입사원이다. 그래서 아직 그저 그런 관계다. 두 사람이 어찌나 심하게 싸우던지, 사무실이 시끌시끌했다. 나의 적이 상대를 진정시키고 대화를 이어나가려 애썼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신입사원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결국 둘은 밖으로 나갔다.
나의 예민한 귀가 둘이 나간 방향으로 향했다. 일부러 듣고 싶어서 들은 게 아니다. 들어야 했기 때문에 들었다. 누가 이기냐에 따라 나의 향방과 입지가 결정되니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큰 소리가 오갔다. 여전히 조율이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런 마음을 가지면 안 되지만, 상황이 그렇게 끝나길 바랐다. 그래야 내가 은따 생활을 청산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웬걸.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대화가 꽤 길어졌는데, 갑자기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좋다 말았다. 두 사람이 사무실로 들어오며 웃는 걸 보니 잘 해결한 모양이다.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다. 두 사람이 화해하긴 했지만, 둘 다 상한 감정은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두 사람이 또 한 번 격돌하면 그때는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다. 그럼 두 사람은 적이 되고, 나의 적이었던 동료는 아마 나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 자신과 싸운 동료를 철저히 따돌리려면 협력자가 필요할 테니까.
회사는 정글이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정글보다 더 치열한 곳일지도 모른다. 어떤 식으로든, 어떤 면에서든 동료들을 이기지 못하면 왕따가 되거나 잘리거나 사직서를 쓰고 나와야 한다. 남을 밟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상생은 없다. 오늘은 동료였지만, 내일은 적이 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료가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정글보다 더 치열하고, 잔인하다고 할 수 있다.
정글의 동물들은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먹이를 건들지 않는다. 아무리 맹수라도, 다친 짐승이 눈앞에 있어도 잡지 않는다. 하루하루 부지런하지 않으면 굶어야 하는 정글의 짐승도 욕심부리지 않는다. 배가 차면 그걸로 끝이다. 그런 면에서 짐승들은 신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는 어떤가. 너무나 치열하고 잔인하며, 치졸하기까지 하다. 분명 어제까지 점심도 같이 먹고 친하게 지냈는데, 오늘은 쌩하다. 이유도 없이 갑자기 멀어진다. 다른 사람에게 나에 대한 이상한 말을 들었든지, 진급 라인을 탔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제까지 나를 멀리하던 사람이 오늘부터 친한척하기도 한다. 내가 잘되는 모습을 보며 붙은 건지도 모른다. 라인 타기. 회사라는 생태계는 이처럼 야생보다 훨씬 더 냉혹하다.
저들이 또 싸울까? 조만간 싸울 거라고 확신한다. 제발 빨리 싸워라! 이런 마음을 품으면 안 되지만, 나도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이런 마음을 품기 싫지만, 퇴사하거나 잘릴 때까지 편하게 다니려면 싸움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기회는 한 번뿐이다. 기회가 오면 얼른 붙잡아야 한다. 그날이여, 어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