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결혼 생활
우리는 사회생활하며 무언가를 주고받는 관계에 익숙합니다. 관계에 따라 내가 준 만큼 받고, 손해 보지 않기 위해 계산하고 따져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 논리가 가장 친밀한 관계인 부부 사이에 스며든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내가 이만큼 했으니 당신도 이만큼 해야 한다"라는 태도로 서로의 헌신에 점수를 매기고 평가하는 순간, 부부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부부 사이에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매사에 그런 태도를 갖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아래는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주말 아침, 지혜 씨는 아내 민수 씨에게 "어제 내가 빨래했으니, 오늘은 당신이 음식물 쓰레기 버려줘"라고 말했습니다. 민수 씨는 지혜 씨가 말한 대로 음식물 쓰레기를 버렸습니다. 지혜 씨가 그 모습을 봤지만,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민수 씨는 내심 지혜 씨가 자신에게 고맙다고 해주길 바랐는데, 자신의 도움이 거래의 일부처럼 여기는 모습에 서운함을 느꼈습니다.
며칠 뒤, 지혜 씨는 김치찌개를 끓이다가 김치가 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지혜 씨가 민수 씨에게 "여보, 냉장고 정리 좀 제때 해줘! 이러니까 김치가 다 상하지!"라고 말하자, 민수 씨는 "내가 지난번에 음식물 쓰레기 버렸잖아! 냉장고 비우는 건 당신 담당 아니야?"라며 받아쳤습니다. 두 사람은 '나는 이만큼 했고 너는 이만큼 안 했다'는 식으로 서로의 기여도를 따지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냄새나는 김치와 뒤엉킨 채소만큼이나 두 사람의 마음은 엉망이 되었고, 두 사람 사이에는 따뜻한 밥상 대신 차가운 냉기가 감돌았습니다. 그들은 부부라는 관계 속에서 서로를 돌보기보다 마치 상인처럼 흥정하고 있었습니다.
부부 사이에 흥정하거나 결혼 생활에서 서로의 기여도를 계산하는 태도는 관계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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