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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Apr 03. 2019

33년간 모태솔로의 신혼일기 #19

33년간 모태솔로, 드디어 결혼한다!

D-Day

설레는 결혼전야. 사랑하는 그녀와의 결혼이 하루 남았다. 이제 우리는 ‘둘이 아닌 하나’가 된다. 아내와 사귀기 시작했을 때 지금부터 우리는 '하나가 아닌 둘’이라는 멘트로 사랑 고백을 했다. 사귀기 전에는 각자 솔로였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의미였다. 결혼을 앞두고 말을 바꿨다. 우리는 곧 ‘둘이 아닌 하나’가 된다고 말이다. 이 말은 결혼하면 우리는 ‘한 몸’이라는 의미였다.

결혼이라는 게 그렇다. 사람도 둘이요, 인격도 둘이지만, 신기하게도 그 두 사람은 하나가 된다. 정신적으로 하나가 되고, 삶도 하나가 된다. 서로 다른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서 다른 생각을 하지만, 생각은 늘 같은 방향을 향한다. 결혼해서 싸우고 갈라지는 이유는 같은 방향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끝까지 생각의 방향을 맞추지 않는다. 그래서 싸우고 갈라지게 된다. 이게 바로 이혼한 부부가 흔히 말하는 ‘성격 차이’이다.

생각의 방향을 하나로 맞추면 한 가지 방향, 한 가지 목적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대개 그 목적은 서로를 더욱 사랑하고 아끼며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더 사랑하고, 더 아끼며, 더 행복하려면 어떡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사랑과 행복을 얻고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혼자 행복하려고 하면 관계가 삐걱 댄다. 결혼했는데 여전히 각자 살아가고, 나만 행복하려고 하면 싸울 수밖에 없다.

결혼은 경쟁이 아니다. 부부는 내가 더 잘 살고, 나만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견제하는 관계가 아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함께’ 그리고 ‘똑같은 정도로’ 행복하기 위해 협력하는 관계이다. 그렇다고 협력을 목적으로, 계약을 맺은 관계는 아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행복해지려는 것이다.



나는 평생 결혼을 못 할 줄 알았다. 사실 언제고 내가 원하는 때에 결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만한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근자감이었을 뿐이다. 현실은 나의 자신감을 꺾어 놓았다. 학업, 취업, 연애, 어느 것 하나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결혼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갔다.

솔직히 말해서 결혼에 대해 자신감을 잃은 이유는 돈 때문이다. 나는 결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모아놓은 돈도 적고, 돈을 많이 버는 회사에 다니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내세울 만한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다. 상황이 그런데 어찌 결혼할 수 있겠는가? 아니, 결혼할 수는 있다. 그런 나의 상황을 이해해 주는 여자를 만난다면 말이다. 문제는 그런 여자가 흔하지 않다는 데 있다. 그런 여자를 만나기는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요즘에는 삶이 너무나 팍팍해 남자든 여자든 현실을 따진다.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갈수록 결혼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내게서도 결혼이 점점 멀어져만 가는 듯했다.


그러다 정말 천운으로 아내를 만났다. 아내와 사귀게 된 것도 놀라운데 결혼까지 하다니! 결혼은 정말 기적 같이 느껴진다. 결혼하는 게 꿈은 아니겠지? 결혼은 결혼식장에 들어갔다 나올 때까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지만, 설마 어떻게 될까? 우리는 아무 일 없이, 무사히 결혼할 것이다. 이것도 근자감일까?

결혼 전날, 처가에서 잤다. 결혼식이 11시라 메이크업을 하러 가려면 새벽에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메이크업 샵은 서울이었는데, 처가에서 출발해야 소요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처가에서 잤다. 아내가 바로 옆방에 있었다. 우리는 아직 결혼 전이기에 서로 다른 방에서 잠을 잤다.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코앞에 있는데 아내와 떨어져 자야 한다니. 그래도 다음날부터는 평생 함께 잘 텐데, 고작 하루를 못 기다리랴! 이제 눈을 감았다 뜨면 꿈이 현실로 바뀐다. 결혼하면 어떤 기분일까? 결혼식은 잘 마칠 수 있을까? 결혼식에서 떨리지 않을까? 온갖 생각을 하며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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