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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Apr 08. 2019

33년간 모태솔로의 신혼일기 #20

V-Day - 모태솔로, 품절남 되다!

드디어 결혼식 날이다! 기대하며 기다렸던 그 순간이 드디어 다가왔다! 결혼이라니, 내가 결혼을 하다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평생 못할 줄 알았던 결혼 이렇게 빨리, 사귄 지 8개월 만에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믿기 힘들었다. 이건 백일몽일 지도 모른다. 잠에서 깨면 모든 게 사라지면 어쩌지?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그만큼 놀라웠고, 신기했으며, 기분이 좋았다. 평생 유지하고 싶을 만큼 기분이 좋았다.




메이크업 샵에 가기 위해 이른 새벽에 일어났다. 4시 30분 기상. 메이크업 샵은 서울에 있고, 웨딩홀은 안양에 있다. 결혼식이 11시라 자칫하면 주인공인 우리가 식장에 늦게 갈 수도 있다. 그럼 큰일 난다. 서둘렀다. 처가가 있는 경기도 시흥에서 메이크업 샵까지 1시간이나 걸려서 5시에 집에서 출발했다. 6시쯤 메이크업 샵에 도착했다. 우리보다 빨리 와서 메이크업을 하는 커플이 몇 커플 있었다. 그들도 예식 시간이 빠른가 보다. 잠시 기다렸다가 우리도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메이크업은 태어나 처음 받아본다. 야외 촬영 때도 메이크업을 하긴 했지만, 그때는 간단히 했다. 풀메이크업은 처음이다. 그래 봐야 신부 화장보다는 간단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메이크업을 받으려고 앉아 있으니 굉장히 어색했다. 누가 내 얼굴에 손을 대는 건 처음이라 쑥스러웠다. 남자 메이크업은 간단해서 메이크업에 머리 손질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반면 아내는 엄청나게 오래 걸렸다. 역시 신부 화장이다! 3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메이크업 샵이 3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2층과 3층을 계속 오갔다. 메이크업 공정이라고 해야 할까? 정말 세세하게 여러 가지를 했다.





드디어 길고 긴 메이크업을 마쳤다! 메이크업을 마친 아내를 본 순간, 와~ 정말 예뻤다! 이런 여자였나 싶을 만큼 예뻤다. 신부 화장을 두껍게 한 것도 아니다. 손이 엄청 많이 갔는데도 생각보다 옅게 됐다. 그래서 오히려 한 듯 안 한 듯 무척 자연스러웠다. 그런데도 엄청나게 예뻐 보였다. 미스코리아 진에 뽑힐 만큼 말이다. 연예인 메이크업을 하는 곳이라 그런지 실력이 수준급이었다, 라고 쓰면 화장발이라는 뜻밖에 안 되니 그런 게 아니고, 아무튼 정말 예뻤다!




감상은 여기까지, 늦으면 안 되니 급히 식장으로 향했다. 1시간 만에 식장에 도착했는데, 이제부터 정신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결혼에 대한 기대와 감상은 오간데 없어졌다. 아무 생각 없이 인사하고 악수하고 대화하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내가 무얼 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하객들을 맞이하고, 식장 상황을 정비했다. 결혼식이 이런 거란 말인가? 어떤 생각도 할 겨를이 없었다. 그 와중에도 재밌는 게 있었다. 사람들이 나중에 알려줬는데, 내가 계속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정신이 없는 데도 기분이 정말 좋았나 보다.

이제 신랑 입장 시간. 결혼식이 끝나고 사람들이 한 마디씩 했다. 왜 그리 빨리 걸었냐고, 그렇게 결혼을 하고 싶었냐고 말이다. 나도 모르겠다. 최대한 천천히 걷는다고 걸었는데, 나중에 예식 영상을 보니 정말 빨리 걸었다. 순식간에 앞에까지 갔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했나 보다. 다음으로 신부 입장! 문이 열리고, 그녀가 저기 온다!! 그녀가, 사랑하는 그녀가 저기 온다! 그녀가 한 걸음 한 걸음 내게 다가온다. 그녀가 말이다. 여보, 어서 와! 내게로, 빨리 와!

장인어른께 인사를 드리고 아내를 맞이했다. 이후 주례, 폐백, 식사까지 모두 무사히 마쳤다. 남녀 결혼은 식이 끝나고 식장을 나올 때까지 모른다고 했던가.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는 아무 사고 없이 식을 잘 마치고 나왔다. 이제 우리 사이는 정말 괜찮은 거겠지? 혼인신고까지 해봐야 아는 건가? 아무튼 식장에서 바로 호텔로 향했다. 신혼여행은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새벽에 출발할 예정이었다.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야 이제 정말 결혼했나 싶었다.




호텔에 도착하니 갑자기 설레기 시작했다. 단둘이 있으려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부터 기대하고 기다렸던 둘만의 시간이 시작됐다! 이 시간만을 기다렸다! 전날 아내를 지척에 두고 아쉬워하며 잠들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첫날밤은 어떤 느낌일까? 첫날밤은 어떻게 보내야 하지? 이렇게 둘이 있어 본 건 처음이라 어색하긴 했지만, 기분이 정말 좋았다. 33년간 모태솔로는 이렇게 품절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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