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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비 Nov 19. 2023

<She>

그녀의 다면성

앨범: She (Hidden Track No.V 1월 선정곡)

발매: 2017.09.09.

작곡: 유영현, 김도형, 최정훈, 장경준, 윤결

작사: 최정훈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UbSlWaerUIE


She is everything to me

지친 나를 감싸 안아줄 그대

나를 반겨줄 천사 같은 이름

Woo she 


She 그 미소 위로 닻을 내리고

내 하루가 쉬어가고

She 어떨까요 그대 없는 나는

All of my life is you

빰빰빰 빰 빰

빰빰빰 빰 빰     


무지개가 떨어진 곳을 알아

내일은 꼭 함께 가자는 그녀

내 손을 감싸 쥐는

용감한 여전사여

Woo she     


She 그 미소 위로 닻을 내리고

내 하루가 쉬어가고

She 어떨까요 그대 없는 나는

All of my life is you


She 어떤 밤에는 그대와 나는

길을 잃고 헤매겠지

She 걸음 맞춰서 걷다가 보면

All of my life is you

빰빰빰 빰 빰

빰빰빰 빰 빰


그녀의 다면성


천사 같은 그녀


모든 남성에게는 자기만의 ‘그녀’가 있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그에게 의미가 있고 그의 존재 자체를 떠받친다. 어떤 그녀는 그를 알지 못하거나 그에게 관심조차 없다. 따라서 그녀의 존재는 그에게 실선이 아닌 점선처럼 희미하다. 또 어떤 그녀는 그를 사랑한다. 그래서 그녀의 존재는 그에게 실선처럼 명확하다. 실선이든 점선이든, 그녀의 형상은 모든 “그”에게 유의미한 관계를 갖는다. 그녀와 그의 관계는 이처럼 희미하기도, 선명하기도 하다. 즉, 이들의 관계는 객관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닌 그에 의해 주관적으로 정립되는 것이다.


그의 주관적 공간 속에 구축된 ‘그녀는 그에게 모든 것이다(She is everything to him)’. 이제 그에게 그녀 외의 다른 모든 존재성은 중요하지 않다. 그녀만 있으면 된다. 이런 그녀는 ‘지친 그를 감싸 안아준다’. 그는 삶의 무게에 짓눌린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는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로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주변의 상황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힘들어하기도 한다. 이런 비틀거림으로 하루를 마감할 때쯤에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와 살며시 보이는 그녀의 얼굴은 이런 그를 지탱해준다. 물론 그의 모든 어려움을 그녀가 해결해 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런 문제는 그의 몫이므로 그녀에게 전가할 수는 없다. 그저 그녀는 비틀거리는 그에게 기대게 해 준다. 


그는 삶의 통증이 느껴져 자기 공간에서 벗어나 약간의 방랑을 한다. 그러나 짧은 방랑을 마치고 다시 자기 공간에 발을 들인다. 그녀는 이때 그를 ‘반겨준다.’ 물론 그녀는 그가 어떤 이유로 자리를 비운 것인지, 혹은 어디에 갔다왔는지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자초지종을 묻지 않는다. 그저 환한 미소로 맞이해 줄 뿐이다. 


환한 미소로 그를 맞이해 주는 그녀는 따라서 그에게 천사 같은 사람이다. 천사란 우리가 현실에서 쉽게 겪어 이해할 수 있는 물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러므로 보조관념으로 천사를 차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더 겪기 어려운, 흔치 않은 것에 흔한 ‘그녀’라는 명사를 빗댄 것으로 역설적이다. 이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천사’란 신의 메시지를 인간에게 전하는 영적 존재이며, 언제나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보호와 인도를 제공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천사란 물리적 형상이 존재하지 않기에 인간의 주관적 상상으로 그 모습을 정의할 수 있는 존재이며, 언제나 선한 신의 보호를 가져다주는 사자이다. 따라서 그녀가 ‘천사 같은 이름’이라는 것은, 그녀의 존재가 그에게 언제나 선하며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경외로운 모습임을 찬미한 것이다.


든든한 미소를 가진 그녀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녔다. 그는 그런 그녀의 미소를 보며 자신의 힘든 하루를 보내고, 이렇게 ‘그의 하루는 쉬어간다’. 하루가 지나면 다시 내일을 살아야 한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 인생은 마치 어딘가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여행과 비슷하다. 여행은 하이킹 같은 도보 여행이든, 자전거 여행이든, 기차 여행이든 종류가 다양하다. 이 곡에서 말하는 여행은 배를 타고 하는 기나긴 여정이다. 여행하는 ‘그’는 거친 바다를 항해해 가는 거대한 ‘배’에 비유된다. 배 여행의 경우에 배가 나아가는 항로가 있고, 그 항로를 따라 배를 조종하며 나아간다. 앞으로 항해해 가다 보면 거친 파도와 폭풍 같은 여러 가지 어려운 항해 조건에 직면하게 된다. 도보 여행이면 앞에 장애물을 피해갈 수도 있고 오던 길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망망대해에서는 장애물을 만나면 배를 되돌리기란 매우 어렵다. 잠시 멈추고 쉬어가기 위해 ‘닻을 내린다’. 그가 닻을 내린 곳은 ‘그녀의 미소 위’이다. 그녀의 미소를 보면서 ‘그는 오늘 하루를 쉬어간다’. 


힘든 오늘 무거운 발걸음을 끌고 가는 그에게 미소 지어줄 그녀가 없다면 그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침몰이다. 그의 존재 상실과 소멸이다. 상상도 하기 싫은 모습이다. 결국 ‘그녀는 그의 생명과 그의 삶의 모든 것이다(All of my life is you)’. 그녀의 미소는 그의 생존을 책임진다. 


이런 그녀의 미소는 환하면서도, 그가 닻을 내릴 수 있을 만큼 든든하다. ‘환한 미소’란 문자 그대로 밝은, 빛의 속성을 지닌 미소를 의미한다. 환한 미소라는 표현은 으레 쓰이는 말이다. 그 웃는 모양새가 빛처럼 마음을 밝혀주고, 어둡던 감정을 쾌청하게 해 준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든든한 미소’라는 말은 보편적인 표현은 아니다. 이 부분은 문학적으로 쉽게 쓰는 말이라기보다는 미소의 기능적 속성을 부각하는 환유 표현이다. 그녀의 미소는 ‘그’라는 배의 닻을 내릴 수 있게 하여 그를 지탱해주는 기능을 한다. 그의 존재가 무너질 것만 같을 때, 그녀의 미소는 그가 무너지는 것을 능히 막을 수 있을 만큼 힘과 지지를 제공한다는 의미로서 ‘든든하다’. 미소가 그를 지탱하는 힘을 지녔기에, 이 원인의 결과로써 그는 든든하다고 느낀다. 든든하다는 결과가 역으로 지탱해주는 원인이 되는 그녀의 미소를 가리킨다는 환유가 ‘든든한 미소’라는 표현에서 작용한다.


여전사 같은 그녀


그녀의 환한 미소와 든든한 미소 위에 닻을 내리고 비바람과 태풍이 그치기를 그는 기다린다. 이런 기다림을 유지하는 그에게 ‘그녀는 무지개가 떨어진 곳을 아니 내일은 꼭 함께 가자고 하면서 그의 손을 감싸 쥔다’. 이런 그녀는 꼭 ‘용감한 여전사’ 같다.


인생은 전쟁이라고 했던가? 전쟁에 참여하는 사람을 전사라고 부른다. 전쟁에서는 궁극적 목적인 승리를 위해 전략을 세우고, 이 전략에 따라 공격하고 방어하면서 승리를 다짐한다. 전쟁터에는 병사와 그 병사를 이끄는 장군이 있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장군과 병사의 관계일 것이다. 장군은 병사를 자식처럼 아끼고 병사는 장군을 부모처럼 잘 따라야 한다. 이것이 전쟁에서 승리를 위한 선결 조건이다. 그의 그녀는 ‘용감한 여전사’ 같다. 여장교로서 그녀는 병사인 그의 손을 꼭 쥐고 ‘돌격 앞으로!’를 외친다. 또 다른 전투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는 그의 삶에 희망을 심어주고 다친 그의 마음과 몸을 어루만져준다. 그의 용감한 여전사는 따뜻한 마음을 품은 간호장교 같다. 


그녀가 그에게 함께 가서 보자고 하는 ‘무지개’는 희망과 약속의 상징이다. 폭풍우가 지나간 후 비와 햇빛이 공존하면 무지개가 나타난다. 어려운 상황에서 선명한 색이 나타나는 전환은 앞으로 더 나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약속과 같다. 전쟁에서 간호장교인 그녀는 이런 무지개를 제시하며 다친 병사인 그에게 희망을 준다.


무지개를 찾아 같이 길을 떠나는 ‘그녀와 그는 어떤 밤에는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그땐 ‘걸음 맞춰서 걷다가 보면’ 다시 길을 찾고 무지개를 찾아 다시 달려갈 수 있다. ‘헤맴’이 ‘걸음 맞춤’으로 변형되는 이 모습 또한 무지개를 닮았다. 무지개의 색상 조합은 조화로운 혼합으로 간주된다. 무지개의 이런 상징성은 서로 다른 요소가 통일성을 갖추고 있는 삶의 균형이나 조화의 개념과 관련이 있다. 그와 그녀는 이 현실 세계에서 서로 다른 존재로 살아가지만, 무지개라는 희망을 찾아가는 순간에는 균형을 이루어 걸음 맞춰 앞으로 나아간다. 


그는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안고 살아가는 한 인간일 뿐이다. 어느 순간 약한 그의 본성이 노출되면 그는 그녀의 목소리와 미소에 의지한다. 지난한 뱃길에서 거친 폭풍우를 만나고, 인생이라는 전쟁터에서 지쳐 있는 한 남성은 ‘그녀’라는 존재 자체로 안정을 찾고 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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