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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비 Nov 30. 2023

<사라진 모든 것들에게>

방랑하는 마음을 챙기며!

앨범: RECONNECT

발매: 2020.11.16.

작곡: 코드쿤스트, 최정훈, 박종권, 사이먼 도미닉

작사: 최정훈, 사이먼 도미닉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KqjRlE0nlVc


멀어진 우리 거리만큼

내 삶과 더 가까워져서

뚫어져라 나만 보다

오늘은 마침내 관통했나 봐     


구멍 난 이 맘 가리우고파

새하얀 웃음 귀에 걸고선

느닷없이 사라지던

그 숱한 밤들을 떠올려보네     


Time flies!

Keep your eyes open wide!

Oh our love runs!

Keep your arms open wide!     


사라진 모든 것들에게

잊혀진 모든 밤들에게

그럼에도 속삭이던

조그마한 사랑과 마음들에게     


돌아갈 수 없다 한 대도

이 밤 또 노래를 불러야지

그리워하는 마음이

미래를 향하는 마음이라며     


뭘 하든 뜨뜻미지근한 나의 지금

기쁘거나 슬프지도 않아 그냥 멍하게 앉아있기만

집에 혼자 있는 거 좋아하지만 나도 답답한 건

참을 수 없네 끝내 터져 나오는 지겨운 신음

밖에 나가고 싶은데 나가기 싫은 기분에

이 비극에도 잘만 놀러 다니는 친구에게 심술냈네

괜히, 짜증만 늘어가고 사는 낙이 없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연말이 오네

환기가 안 되네 삶에, 창문을 활짝 열어도

오늘은 꽤나 맑네, 좋은 날씨가 그나마 위로돼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 있을 진 모르겠다만

그 사실을 애써 잊어버리고 사니까 난 조금 괜찮아     


사라진 모든 것들에게

잊혀진 모든 밤들에게

그럼에도 속삭이던

조그마한 사랑과 마음들에게     


돌아갈 수 없다 한 대도

이 밤 또 노래를 불러야지

그리워하는 마음이

미래를 향하는 마음이라며 

출처: https://pixabay.com/photos/skylight-attic-boy-2777582/


방랑하는 마음을 챙기며! 


시간과 공간의 한정성


우리의 삶은 공간과 시간 속에 놓여 있다. 흔히들 공간이 무한대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현재 있는 이 공간은 사실 한정되어 있다. 한정된 공간이란 공간이 경계로 나뉜다는 뜻이다. 그 경계는 내 시선으로 결정된다. 내가 볼 수 있는 곳까지가 내 공간이 되고, 보이지 않는 공간은 나의 공간이 아니다. 결국 나의 공간은 시각이라는 주관적 장치로 범위가 정해지는 공간이다. 무한하다고 생각되는 시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덩어리로 나뉜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시간은 현재라고 한다. 하지만 이 현재라는 시간이 과거나 미래와 어느 정도까지 인접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은 현재이지만, 바로 앞에서 쓴 단락이나 문장은 과거의 것인가, 혹은 지금 내가 보고 있으니 현재에 속한다고 규정할 수 있는가? 아직 글로 쓰지 않았고 내 마음속에서 어렴풋이 자리하고 있는 단락이나 문장은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것이다. 그 미래의 단락이나 문장은 약간의 시간만 지나면 현재로 모습을 드러내니 현재와 인접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여하튼 우리가 사는 공간과 시간은 어떤 식으로든 경계로 나누어지고 구분이 되는 초자연적 실체이다. 초자연적 실체이지만 인간이 개입할 수 있는 것이 공간과 시간이기도 하다.


Here and Now!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공간과 시간은 ‘현재’와 ‘지금’이다.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우리 일을 하고 있다. 선생님이라면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학생이라면 선생님의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다. 요리사라면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들고 있고, 손님은 그 요리사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서로 활기찬 대화를 이어나간다. 문제는 우리의 마음이 항상 지금 이곳에 맞추어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눈앞의 일 이외의 다른 곳과 다른 시간으로 방랑한다. 이곳이 아닌 저곳으로 방랑하고, 이 시점이 아닌 과거나 미래로 방랑한다. 며칠 전에 사소한 일로 친한 사람과 다툰 일을 후회하고 있고, 한 달 뒤에 있을 중요한 사업 미팅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으며, 갑자기 이곳이 아닌 태국의 한 섬에서 휴가를 즐기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 


이처럼 마음이 지금에 집중하지 못하고서 딴 곳으로 배회하는 ‘마음 방랑(mind wondering)’의 순간에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라는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 우리의 뇌가 현재 이곳에서 활동하지 않는 채 휴면(休眠) 상태이거나 과거나 미래 또는 다른 곳으로 방랑할 때 이 뇌 부위는 활동을 시작한다. 즉, 우리는 정지해 있지만 활동하는 뇌 부위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이다. 이 뇌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은 우리가 공상에 잠기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미래를 상상하고, 다른 사람의 의도에 관해 생각하는 때이다. 이런 일이 잦아지면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는 마음챙김(mindfullness)이라는 명상 기법도 있다. 마음챙김은 과거에 집착하거나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다. 특히 마음챙김은 내 생각을 좋거나 나쁘다, 옳거나 그르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한다.


과거로의 마음 방랑 


이 곡의 주인공은 현재 마음이 방랑하고 있다. 그는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을 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이 아닌 과거에 있다. 그와 그녀는 사랑의 마음이 멀어진 만큼 공간적 ‘거리도 멀어져 있다’. 과거에 가 있는 그의 마음은 현재의 그의 마음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과거의 그의 마음에서 나오는 눈빛이 지금 ‘그의 삶에 가까워지면서’ ‘오늘은 마침내 현재의 그의 마음을 관통했다’. 


과거의 아픈 기억이 떠오르면 마음이 아픈 것이 바로 이 때문이었다. 과거의 마음이 현재의 마음을 공격하여 그 마음에 구멍을 내 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그의 마음은 ‘구멍 났다’. 그는 구멍 나서 상처 입은 ‘자기 마음을 가리우고파’ 아프지 않은 척하려고 한다. 그 방법은 웃음이다. 그는 웃는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밝음과 활기가 없다. 그 웃음은 ‘새하얀 웃음’이다. 그러나 때 묻지 않은 천진난만한 웃음으로는 자신을 가리기에 역부족일 것이다. 더욱이 이 웃음은 자연스럽지 않다. 웃음은 유쾌한 상황을 접할 때 자동적으로 나오는 반사 반응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웃음은 자연스러운 행동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으로 바뀌면서 인위적인 사건이 되고 만다. 결국 그의 웃음은 자연스럽지 않고 어색할 뿐이다. 그는 이런 가식적이고 힘없는 웃음을 지으면서 ‘느닷없이 사라지던 그 숱한 밤들을 떠올려본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 소중한 것들이 사라질 때 자초지종을 몰랐다. 그는 아무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소중한 사람이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일을 당한다. 자신의 무기력함이 극에 달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마음을 과거로 방랑시켜 지나간 숱한 밤들을 기억해 본다. 


미래로의 마음 방랑


그는 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는 것을, 그리고 사랑은 계속 진행된다는 것을. 그는 눈을 크게 뜨고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소중한 것을 발견하려 한다. 두 팔을 활짝 벌려 흘러가는 사랑을 껴안고자 한다. 그는 ‘사라진 모든 것들’과 ‘잊혀진 모든 밤들에게’, 그리고 ‘조그마한 사랑과 마음들에게’ ‘속삭인다’. 그는 아직 과거에 미련이 있지만, 이젠 그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이 밤’에 ‘또 노래를 부르고자’ 한다. 현재의 이 밤에 마음은 과거로 가 있지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부른다. 그 마음은 ‘미래를 향하는 마음’이다. 과거에 가 있는 마음을 현재로 가져왔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마음이 향하는 곳은 결국 미래이다. 그의 마음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먼 미래로 다시 방랑하고 있다.


공허한 현재     


과거와 미래로 방랑하면서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그의 마음 때문에 ‘나의 지금은 뭘 하든 뜨뜻미지근하다’. ‘기쁘거나 슬프지도 않고 그냥 멍하게 앉아있기만 한다’. 그는 ‘집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지겨운 신음소리’만 낼 뿐이다. ‘밖에 나가고 싶은데 나가기 싫은 기분’이라는 역설도 보인다. 자기와는 달리 현재의 순간에 충실하게 집중해 뇌를 쉬게 하지 않는 친구에게 ‘심술까지 나고’ ‘괜히, 짜증만 늘어가고 사는 낙이 없어 한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연말이다’. 그는 과거와 미래로 마음 방랑을 하다 보니 현재의 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알지 못한 것이다. ‘환기가 안 되어 창문을 여니 오늘은 꽤나 맑다’. ‘좋은 날씨가 그나마 위로가 된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그 사실을 애써 잊어버리고 사니까 난 조금 괜찮아진다’고 한다. 과거의 기억을 잊고서 마음을 현재로 가져오는 순간 지금 이곳에서 그의 마음은 편안해진다. 


그는 창문을 연다. 자기 마음과 달리 밖은 맑고 화창한 날씨이다. 그의 시선과 촉감이 닿을 수 있는 현재의 이 화창한 공간이 그에게 위로를 주면서 그는 마음을 챙긴다. 그는 과거와 미래로 방랑하던 자신의 공허한 마음을 챙기고 지금 이곳에서 움직임을 실천한다. 밖으로 나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을 본다. 그는 어느 봄날 감각적 자극에 푹 빠져든다. 산들바람에 그의 머리카락이 나풀대고 바로 지금 이곳에 서서 날씨나 바람의 방향, 온도가 주는 메시지를 읽는다. 바람이 기분 좋게 그의 목을 타고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드디어 그는 행복한 기분을 음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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