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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Mar 11. 2024

책을 잘 읽은 아이는 질문을 잘한다

'왜'가 중요하다

만복이네 떡집으로 유명한 김리리 작가의 작품 중 '나의 달타냥 <창비>'이라는 고학년 동화가 있다. 개인적으로 만복이네 떡집만큼이나 좋아하는 작품이다. 아마 만복이네 떡집을 읽은 독자가 나의 달타냥을 읽는다면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가 누구인지 모르고 읽는다면 김리리 작가의 작품이라고 짐작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만큼 저자가 스펙트럼이 넓은 작가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아이들과 책을 읽을 때, 내가 아이들에게 질문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먼저 질문하길 권한다. 이때 한 가지 조건을 건다. 


단답형 질문은 안 된다는 전제다. 질문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 답변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답변을 할 수 있는 개방형 질문을 하라는 조건을 단다.


질문을 들어보면 아이들이 책을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가늠할 수가 있다. 책을 읽기는 했지만, 안 좋은 습관 때문에 책을 글자 위주로 읽은 아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본인은 개방형 질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함께 질문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 보면 결국 단답형 질문을 하는 경우다.


반면, 글자 너머에 있는 숨겨진 이면을 생각하며 책을 읽은 아이는 어른인 나도 책을 읽을 때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달타냥을 읽었을 때, 한 아이가 이런 질문을 했다.

"왜 책 표지가 노란색일까요?"


처음에는 무슨 질문인가 의아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 보니, 출판사는 원고를 편집하고 책 표지를 디자인할 때에 많은 공을 들인다. 어찌 보면 책을 읽지 않은 독자에게 선택받기 위해, 책 표지는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는 얼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이의 말처럼 책 표지가 노란색으로 덮여 있다면, 글 작가와 그림 작가, 그리고 디자인을 한 분의 특별한 의도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에게도 질문의 의도를 물어보니 아이도 같은 답을 했다. 노란색에는 책의 중요한 생각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질문을 했고 함께 이야기를 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아이들은 아마 그림 그리시는 분이 노란색을 좋아했을 것 같다. 책이 눈에 확 띄게 노란색을 썼을 것이다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


'나의 달타냥'은 인간의 폭력으로 엄마를 잃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강아지 달타냥과 아빠의 가정 폭력에 시달리며 엄마를 지키지 못한다며 자책하는 그리고 엄마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민호의 이야기다. 우연히 만난 달타냥과 민호는 처음 서로의 눈빛을 본 순간부터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달타냥은 너무 일찍 민호의 곁을 떠나 천국으로 가게 되고, 달타냥을 묻은 곳에서는 노란 개나리가 핀다. 그리고 폭력의 가해자인 아버지 또한 어린 시절 가정 폭력의 피해자였는데,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 찍었던 흑백 사진 속에도 개나리의 모습이 보인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내용은 짧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결론은,


작가가 책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려고 할 때, 개나리가 등장한다. 그리고 개나리는 노란색 꽃을 피우니, 이 책에서 노란색은 희망을 상징하는 것 같다. 그래서 책은 슬픈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작가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고, 그래서 책 표지도 노란색으로 장식한 것 같다.


였다. 실제 작가의 생각이 그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들과 저자의 생각이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표지가 왜 노란색일까요?"라는 짧은 질문에 정답은 없지만, 답을 찾기 위해 꽤 오랜 시간 동안 함께 다시 책을 뒤적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좋은 질문으로 서로 책 이야기를 나눌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점은 아이들이 책을 다시 한번 뒤적이며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나의 의견을 찾기 위한 구체적인 목적으로 책을 뒤적이니, 아마 혼자 읽을 때보다 훨씬 더 집중해서 책을 보게 될 것이다. 그 짧은 경험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습관이 되고, 그렇게 좋은 습관이 생기면 혼자 책을 읽을 때에도 몰입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책을 읽고, 아이들과 책 이야기를 나눈다면, 어른이 먼저 질문하기 전에 아이들 스스로 질문할 수 있도록 하면 장점이 많다. 


결국 책을 읽을 때에도 '왜'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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