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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May 17. 2024

만화는 나쁜가요?

학습만화 이야기

책 이야기를 나누다, 한 초등학생 아이가 질문을 했다.

"쌤, 만화는 나쁜가요?"

다소 갑작스러운 질문이기는 했으나, 질문을 하면 답변을 해주는 것이 가르치는 사람의 도리이니, 내 생각을 말해주었다.

"아니. 만화책이 왜 나빠? 나쁘지 않아."

만화 자체가 나쁠 이유는 없다. 나 또한 어린 시절 고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님과 나의 방학 기간이 되면 만화방에서 공포의 외인구단을 빌려 뜨듯한 아랫목에 배를 깔고 온 가족이 만화책을 읽던 행복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만화가 나쁜 게 아니라, 과하면 문제가 되는 거지. 그런데 만화뿐 아니라, 세상 일 대부분 항상 과하면 문제가 아닐까?"


아이가 다시 질문한다.

"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일곱 권 빌렸는데 학습 만화책을 일곱 권 빌리면 과한 건가요?"

그래서 답했다.

"과하지. 선생님 생각에 도서관에서 일곱 권 빌렸다면, 한 권 정도 학습 만화책을 빌리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단다. 초등 고학년이면 굳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이가 다시 또 질문한다.

"만화책을 과하게 읽으면 뭐가 문제예요?"

그래서 또 답했다.

"만화책의 가장 큰 목적은 '재미' 겠지? 책을 읽을 때 재미를 느끼며 읽는 건 매우 중요해. 쌤도 책을 읽는 가장 큰 목적은 재미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재미가 중요한 만큼 책이 주는 다른 영향력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단다. 우리는 재미만을 위해서 책을 읽지는 않으니까. 그러니까 매번 '재미만'을 위해서 책을 읽는다면 문제겠지."


이어서,

"사실 어른들도 마찬가지인데, 공부를 하기 위해,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책을 읽을 때, 항상 재미있지만은 않단다. 솔직히 말하면 재미없는 책을 읽을 때도 많아. 심지어 공부하려면 교과서를 읽어야 하는데, 교과서도 재미있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 그런데 수없이 많은 책들을 재미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읽지 않는다면, 책이 주는 수많은 선한 영향력 중 극히 일부만 받을 수 있으니 문제란다."


아이가 조금 수긍하는 눈빛을 보여 조금 더 설명을 이어간다.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재미를 추구하려 하지? 재미있는 것을 싫어하고, 재미없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런데 어려서부터 너무 과하게 '재미'만을 책 읽기에 목적으로 하면, 계속해서 재미만 찾을 수밖에 없단다. 사실 만화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적정선을 찾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단다."


왜일까? '재미'는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학년이 어린아이일수록 재미라는 중독성에 스스로 선을 긋는다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항상 학습 만화에 관해 이야기할 때, 학습 만화를 읽는 건 독서와 구분하라고 말씀드린다. 학습만화를 읽는 건 취미 정도로 생각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 독서를 하고, 공부를 하고, 시간이 남으면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친구와 축구를 할 수도 있고, 학습 만화를 읽을 수도 있지 않은가.


이 정도가 적정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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