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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May 20. 2024

재미없는 책도 읽어야 하는 이유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끔은 아이들과 아이들이 지루하게 느낄만한 지문을 조금은 길게 모아 서로 돌아가며 소리 내어 읽을 때가 있다. 어려운 지문이나 책을 읽을 때,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면, 나지막이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좋다. 이렇게 아이들과 소리 내어 지문을 읽는 이유는 아이들의 문장을 읽는 습관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문장을 읽는 호흡이 짧은 아이들은 함께 소리를 내어 지문을 읽을 때에도, 본인의 평상시 습관이 나온다. 두 세 문장 읽고 한참을 건너 띄고 눈에 들어오는 문장을 읽는다던지, 반 페이지 정도의 지문을 읽고 긴 한숨을 내쉬며 폭발 일보직전인 아이들도 많다.


서로 함께 모여 읽을 때에도 위에 언급한 습관이 나온다면, 이 아이들은 집에서 책을 읽을 때 나쁜 습관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가끔 아이들에게 농담 삼아 잔소리를 할 때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선생님 생각에는 수능 시험을 보러 가서 1교시 국어 시험을 보는데, 아마 시험을 보다 오늘 시험 끝나고 뭐 하고 놀지......'와 같은 엉뚱한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꽤 있을 거다. 내 인생이 걸린 그 중요한 시험을 보는데도 말이야."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난 실제 이런 학생들 꽤 있을 거라 생각한다. 특히 요즘의 시험 추세라면 더 늘지 않았을까? 이유는 이렇다.


시험의 문항수는 많고 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깨알 같은 글씨로 된 긴 지문을 장장 80분 동안 읽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막상 길고 이해가 가지 않는 지루한 지문을 읽을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집중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인간이라면......


그러니까 학생이 딴생각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일정 시간 집중해서 문장을 읽는 연습이 부족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흐려지는 것이다. 실제 아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책을 읽을 때, 가만히 아이들 모습을 살펴보면, 책을 읽은 지 10분도 되지 않았는데,

다리를 떨기 시작하고,

한숨을 쉬며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하며

책상 위의 물건에 자꾸 손이 가며, 물건을 책상 밑으로 떨어트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하다가

급기야 이 순간을 멈추기 위해 목이 마르기 시작하고 소변이 마렵기 시작하는 생리 현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는 장면을 자주 본다.


그러니 부모님께서 아이가 책도 잘 읽고 국어를 잘하기 원한다면, 독해 능력은 두 번째고, 일단 길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문장을 일정 시간 이상 집중해서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우선 전제되어야 한다.


책을 읽는, 독서의 가장 중요한 미덕은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아이들 시험 문제에 나오는 지문들은 아이들 입장에서는 재미없는 글들이 훨씬 더 많다. 고로 국어를 잘하기 위해 국어 공부 차원에서 책을 읽어야 한다면 아이들이 재미없어하는 책들도 읽어야 한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 좋다. 나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정확히 구분해 보아야 한다. 아이가 책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다독이 되는 건지,  아니면 책을 좋아하지 않고 책을 잘 읽지 않는데, 그러다 보니 급한 마음에 많은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하고 책을 읽는 것인지......


전자의 경우는 매우 아름다운 결과이지만, 후자의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다. 마음만 급하다고 아이가 책을 잘 읽게 될까? 책을 잘 읽지 않는데, 조급한 마음에 아이에게 많은 책을 읽게 하면 아이는 책을 어떻게 읽을까?


아마 책을 읽고 이해한다기보다, 책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어떻게든 덮는 것을 목적으로 책을 읽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한 권의 책을 이해하지 못한 채, 백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이 아이에게 의미 있는 독서일까? 아이가 지금 당장 책 읽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면, 그럴수록 조급한 마음은 금물이다. 양만 늘린다고 그 책이 아이의 머리와 가슴속에 들어가는 아니다. 오히려 책에 대한 거부감만 늘어날 뿐이다.


결론적으로 한 가지를 제안해 본다.

1. 아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과 재미는 없지만, 국어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고 읽어야 하는 책을 함께 읽는다.

2. 단! 공부를 위해 읽어야 하는 책은 절대 빨리 읽지 않고, 챕터를 나누어 일정 기간 동안 읽는 목표를 세운다.

3. 책은 반드시 사서 내 책으로 읽는다. 공부를 하기 위해 장시간 읽어야 하는 책들을 읽을 때는 중요한 부분, 이해가 안 가는 부분 등을 체크하며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책을 소장하는 것도 올바른 독서 습관을 기르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이렇게 역사, 문학, 경제, 정치, 과학 등의 분야 별로 몇 권의 책만이라도 중학생 때 제대로 읽는다면 고등학교에 올라가 국어 공부를 하고 수능을 준비하는 데에도 매우 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 독서의 즐거움과 국어 능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노력과 인내, 꾸준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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