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잠시만요 대통령님'이라는 그림책이 있다. 오래전에 읽은 그림책인데, 아마 처음 접했던 시점은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헌정사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던 것 같다.
파스텔 톤의 표지 그림은 색색깔의 마시멜로우를 연상시켜 뭔가 말랑말랑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전체적으로 유화풍의 그림도 개성 있어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는 작품이다.
대통령이 긴 책상에 앉아 있다. 책을 보면 다른 나라들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총파업에 결식아동 문제, 실업률 등 대통령을 향한 전화는 잠시도 쉬지 않는다. 그리고 곧 괴물까지 출몰한다. 그 괴물은 처리하기 곤란한 서류들을 모아놓은 곳에서 왔다.
그런데 그림책 속 대통령은 이 위기의 상황에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그런 아들에게 엄마는 잘될 거라면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괴물이 도시를 폐허로 만드는 사이 대통령님은 걱정만 할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주변에 전문가는 넘쳐나는데, 밥 먹으라는 엄마의 말만 듣는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 마치 우리나라의 상황을 비판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지은이를 살펴보니 스위스 출신 작가였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국민의 걱정도 비슷하다는 생각도 했다.
이후 몇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는 여전히 지도자의 리더십과 소통의 부재를 걱정하며 살고 있다. 결국 시대가 바뀌어도 국민은 진정성 있게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의 겪는 아픔을 함께 할 리더를 원한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리더가 될 지금의 아이들이라면 다른 사람의 아픔에 마음으로 공감할 줄 아는 리더십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글을 쓰기 전 다시 한번 읽어보았는데, 현재는 절판이 되었다. 요즘 자주 이런 일이 있다. 좋은 책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지 못해 절판되는 사례들이 많은 것 같다. 반대의 경우는 더 많다. 좋은 책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오랫동안 살아 숨쉬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