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민호 Jun 28. 2024

인공지능의 시대, 피노키오
다시 보기

인간다움이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인공지능 이야기를 하면 안 빠지던 이야기가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바둑 대결이었다. 불과 몇 년 전 이야기지만, 이제는 인공지능 이야기를 할 때, 알파고 이야기를 하면 먼 옛날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만큼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가파르다.


4찬 산업 혁명 관련 책과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로봇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로봇이 인간처럼 걷고 계단을 오르고 사다리를 올라가는 것을 구현하는데 애를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미국에서 개발한 로봇 영상을 보는데, 로봇이 점프를 해서 자동차 위에 올라갔다가 다시 백 덤블링을 해 밑으로 내려오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영상을 보니 이제 정말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을 상용화하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인공지능 분야도 쳇 지피티와 같은 범용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현실이니 5년 후, 어떤 세상이 눈앞에 펼쳐질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류가 고민해야 할 가장 큰 난제를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로 꼽는다. 


그런데 난 이 질문에 엉뚱하게도 피노키오가 인공지능 로봇을 소재로 한 소설의 원조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피노키오를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피노키오는 참 묘한 책이다. 우리는 피노키오를 어린아이들이 읽는 단순 간단한 명작 동화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 피노키오 축약본을 읽었기 때문이다. 피노키오의 원문은 분량 면에서도 그리 만만한 책이 아니다. 내용으로 들어가면 더 그렇다.

개인적으로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일러스트가 있는 '피노키오의 모험'을 좋아한다. 이탈리아의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기율여 그린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가 환상적이다. 피노키오 이야기의 환상성을 배가하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좋은 책이 지금은 절판된 듯하다.


원래 저자는 처음엔 성인을 대상으로 피노키오를 썼다고 한다. 그래서 결말도 비극적으로 피노키오가 목매달려 죽는 거였는데, 편집자의 요청으로 파란 요정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에게 내가 소장한 인노첸티의 책을 보여주니, "해리포터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아마 아이들의 눈에는 그림이 꽤나 신비로웠던 모양이다.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꼬맹이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피노키오 이야기에는 이탈리아 통일 운동 이후 자국민에게 바른 도덕관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 피노키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잘 살펴보면, 선과 악이 함께 내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작품이 읽는 이이게 더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게 아날까 생각해 본다. 이야기 속 피노키오의 행동을 보면 정말 속에서 화가 끓어오르는 때가 많다. 때로는 너무 얄미워서 나무로 된 다리로 "똑!" 분질러버릴까 하는 충동이 일기도 한다.(너무 과격했나...)

그런데 마지막으로 갈수록 피노키오에 연민에 마음이 들고, 내 마음은 어느새 피노키오와 함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마력이다. 

피노키오는 결코 단순하게 읽고 넘길 동화가 아니다. 그런 오해는 축약본이 전부일 거라고 생각해 온 우리의 착각이다. 그런 책들은 많다. 돈키호테가 그렇고 걸리버 여행기가 그렇다. 방대한 분량의 책들이고 많은 은유와 풍자, 그 시대의 문화를 담고 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명작 동화라는 이름으로 어마어마하게 축약된 이야기를 읽는 아이들이 많아 안타깝다. 책은 내가 소화할 수 있을 때 원문을 읽는 것이 최선이다. 내 나이에 읽어야 할 좋은 책들은 세상에 너무 많다.


그러니 지금 아이에 맞는 책을 읽게 하자. 그리고 고학년이 되어 피노키오를 원문으로 읽는다면 이게 바로 인문학 공부의 시작이다.




이전 03화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을만한 정말 웃긴 그림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