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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Jul 12. 2024

초 중등학생의 역사 공부 방법

암기가 아니라 흐름의 이해

이제 아이들 기말고사가 끝이 나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중학생 아이들과 기말고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의외로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역사 시험을 망쳤다는 말이다. 물론 중학교 역사에는 세계사가 포함되어 범위가 넓기는 하지만, 그렇게 어려워할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초 중등학교를 거치면서 배우는 교과목 중 가장 중요한 과목을 꼽으라고 하면 '역사'를 꼽는다. 민주 시민의 양성하겠다며 교육을 하는데, 학생들에게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면, 시민으로서의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을까?


이제는 너무 뻔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하지 않는가. 100% 동의한다. 옛날을 살았던 사람이나 현재를 살았던 사람이나, 사람은 어느 시대에 살았던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욕망을 느끼며 살았다. 그래서 형태는 다르지만 과거에 일어났던 일과 현재의 일이 본질이 같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역사가 본이 될 수도 있고, 반면교사가 될 수도 있다. 


먼저 시험 대비 측면에서 보면 아이들이 역사를 어려워하고, 시간 대비 효율이 나지 않는 이유는 모든 걸 암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처음 역사를 배울 때, 무엇에 중점을 두고,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받아들여서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미리 역사 공부를 하고 역사 수업을 들었어도, 시험을 앞두고는 역사 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역사의 흐름이 머릿속에 있는 상태에서 시험 준비를 하는 것과, 없는 상태에서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초등 5, 6학년 아이들과 역사 논술 수업을 하면서 괄호 넣기나 문화재, 관직의 이름을 외우는 것에 치중하여 역사 수업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처음 역사를 접하는 학생들이, 그것도 초등학생이 역사책을 읽으며 인위적으로 외워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역사는 앞에 일어난 사건과 뒤에 따라오는 사건이 반드시 인과 관계에 있다. 역사는 시간의 흐름 위에 여러 이해관계로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 뒤의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는 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처음 역사를 배울 때 이 인관 관계를 이해하는 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과 관계를 중심으로 인물을 알아야 한다. 단적으로 예를 들면, 고려 초기 광종이 과거제와 노비 안검법을 실시한 업적을 외우는 건 잘못된 역사 공부 방법이다.

귀족의 도움으로 혁명을 일으켜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면 무엇이 가장 두려울까? 귀족들의 군사력이다. 그래서 개국 초기에는 왕권보다 신권, 즉 귀족의 세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왕조가 3대, 4대가 이어지면 반드시 왕권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있다. 핵심은 귀족의 군사력을 빼앗는 거다. 노비는 귀족의 사병이다. 그래서 왕권 강화를 위해 고려의 4번째 왕인 광종은 노비 안검법을 실시했다. 조선의 태종 이방원도 왕권 강화를 위해 사병 혁파를 최우선 순위로 두었다.

같은 관점에서 과거제를 실시하면 정치를 하는 데에 있어 관리의 선발권을 왕이 갖게 된다. 나에게 충성할 수 있는 사람으로 궁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 왕권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왕건이 호족의 도움을 받아 고려를 개국했지만, 개국 초 귀족의 세력을 견제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4대  광종에 이르러 귀족의 세력을 억제하고 왕권을 강화하는 데에 과거제와 노비 안검법이라는 제도가 필요했던 것이다. 혁명으로 인해 신권이 강한 개국 초의 권력 지형과 왕조에서 최고 권력을 지향하는 왕의 본능적 습성을 이해하면 고려 초나 조선 초의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대한 이해 없이, 광종 하면 노비 안검법, 과거제도, 태종 하면 사병 혁파 등을 외우려 하니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단적인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역사의 모든 부분이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흐름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처음 역사를 공부하는 초등학생이 특히 토론으로 역사를 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정조 이후 일제에 의한 국권 강탈까지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자료이다. 아이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모든 사건이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한눈에 흐름을 알면 외울 필요가 없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역사 공부는 매우 중요하지만, 인문학적 관점에서 공부해야 시험 성적 외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주변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서 한국사 인증 시험에 대해 물어보면 굳이 권장하지 않는다. 초등학생이라면 역사책을 읽고 흐름을 이해하고 자신의 역사관을 조금씩 쌓아가기 시작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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