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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Aug 02. 2024

책을 읽었으면 흡수를 해야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아이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책에 대한 이해도가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나름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 중에서도 중학생 정도에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아예 책을 읽지 않거나, 대충 읽는 학생들은 논외로 하겠다. 


책을 읽더라도 어려서부터 시작된 잘못된 습관으로 한 줄의 문장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런 유형의 친구는 책의 중요성을 알고 읽더라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이때는 어렵더라도 문장 하나에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하고, 초등학생이라면 가끔은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이다.


애매한 유형은 이렇다. 학교에서 성적도 상위권에 속하고, 책도 꾸준히 읽어왔고, 중학생이 되어서도 책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그런데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깊이가 잘 안 느껴지는 아이가 있다. 이런 유형의 학생들이 꽤 있는데, 대체적으로 평상시에 무기력함이 느껴지고,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때도 성실하게는 하는데, 스스로 주도하다는 느낌은 잘 들지 않는 경우이다. 


반면 '시야'라는 표현으로 설명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인데 시야가 넓은 학생은 책을 읽을 때 흡수하는 표면적이 넓다. 그런데 시야가 좁은 학생은 같은 책을 읽더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야의 범위 내에서 생각하니 흡수하는 질과 양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차이는 매우 크다. 책을 읽어 시야를 넓히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능력이 먼저 필요하기도 하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이니, 병행되어야 효과적이라는 설명이 적절하다. 여기서 말하는 시야를 다른 말로 설명하자면 '지적 호기심'이다. 


부모님 말씀에 순응하고 성실하게 학원 안 빠지고 다니고, 숙제도 열심히 하지만, 주어진 일 이외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의 경우 세상에 대한 관심이 없다. 내가 사는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없는 아이는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해서도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설계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에 비해 역사에도 관심이 있고, 정치에도 관심이 있고, 영화, 음악 등에도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주도적으로 고민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던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자세를 보인다. 결국 태도의 문제이다. 아이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 호기심이 왕성하다. 그래서 이것도 묻고, 저것도 묻고, 가끔은 아이의 질문 공세에 부모님이 감당하지 못할 때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면서 왕성했던 호기심이 사라진다면 아이의 문제일까? 어른의 문제일까?


집에서 아이들과 다양한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공부하듯이 하지 말고 편안하게 가벼운 토론이 일상이 되도록 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유대인들의 공부 방법이라 하여 하부르타가 사람들 사이에 많이 화자 된다. 유대인들의 하부르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과 원리가 중요한 것 아닐까?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의문을 갖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핵심이다 배경 지식은 사고를 하기 위한 작은 일부일 뿐이다. 마치 배경 지식이 주라고 생각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생각이다. 배경 지식을 쌓는 것보다 지적 호기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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