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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Jul 30. 2024

책 읽기와 좋은 인성 기르기

인성 동화나 교육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오늘 신문을 읽으면서 '이게 정말일까?' 하는 기사가 있었다. 내용은 네 살짜리 아이를 둔 부모가 아이를 위해 고가의 명품 목걸이를 샀고, 한국에서는 뭉 클레어 패딩이 10대 학생들의 교복이라며 한국의 명품 소비를 비판하는 기사였다.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비판하지는 않지만, 난 명품에 대한 관심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명품을 구매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지만 열심히 일해서 자기가 번 돈으로 명품을 사고, 그 소비로 효용을 느끼는 사람이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린아이들이 소지하는 명품은 자신의 노동으로 산 노력의 대가가 아니니 문제라 생각한다. 어쨌든 그 기사의 말미에는 그런 부모의 과다한 명품에 대한 욕망이 아이의 인성을 망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아이의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아지니, 인성 동화나 아이의 인성 교육서와 같은 책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든다. 인성 동화나 인성 교육서가 따로 있을 필요가 있을까? 혹은 그런 책이 가능할까?


세상에는 이미 좋은 이야기 책들이 많다. 좋은 이야기 책을 보며 등장인물들의 처지에 공감하고,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하며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만큼 아이들에게 좋은 인성 교육은 없다. 그러니까 좋은 이야기 책을 잘 읽는 것만으로 그 자체가 훌륭한 인성 교육이지 인성 교육을 위한 책이 따로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몇 해 전, 가슴 따뜻하게 읽은 책 한 권 소개하려고 한다. 임장자 작가의 진도에서 온 수호라는 책이다. 하얀색 깔끔한 표지에는 시골에서 봄직한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가 있다. 요 녀석이 수호인 것 같다. 그리고 사진 이야기책이라는 독특한 부제가 달려있다.


이 책은 실제 수호라는 강아지의 이야기다. 작가는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수호의 성장을 따라간다. 그래서 더 읽는 이가 공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태어난 지 두 달도 안 된 어린 수호는 멀리 이사를 와 낯선 환경에 살게 된다.


수호의 곁에는 수호를 돌보아주는 아줌마도 있고, 덩치가 큰 친구들도 있다. 수호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즐겁게 살아간다. 그런데 세상에는 항상 내 편만 있는 건 아니다. 수호도 그렇다. 그렇게 큰 위험을 겪은 수호는 친구의 보살핌으로 상처를 치유하지만, 소중한 친구와 이별해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한다.

그렇게 수호는 강아지에서 개로 성장한다. 이렇게 짧게 이야기하니 수호가 강아지가 아니라 한 아이의 성장기라 보아도 그리 느껴질 것 같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은 다르지 않다.


3학년 남자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 주었다. 친구와 이별을 해야 하는 장면에서는 아이들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사진 속 강아지의 모습에 진정 마음 아파했다. 그리고 슬퍼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을 아이들도 그대로 느낀 것 같아 좋았다.

그래서 좋은 책을 읽는다는 건 중요하다. 내 생각이 너무 판타지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어려서부터 좋은 책을 꾸준히 읽고 성장하면 나쁜 사람은  없을 거라 믿는다.

진도에서 온 수호를 읽고 같이 슬퍼했던 아이들은 마음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말로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느껴보는 것이 훨씬 좋다. 개인의 가치관 또한 하루아침에 정립되지 않는다. 

이렇게 하나씩 가치관을 쌓아가며 어른이 되면 좋은 인품을 지닌 어른이 되지 않을까 한다. 결국 책은, 특히 어린 시절 읽는 책은 책을 읽고 지식을 쌓는 것이 주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렇게 하나씩 벽돌을 쌓아갈 때 훗난 아이에게 큰 힘이 되어줄 테니 말이다.

진도에서 온 수호 덕분에 말도 뉴스와 신문을 보며 삭막해진 마음을 그나마 따뜻하게 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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