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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Aug 30. 2024

서점 주변을 기웃거려야 하는 이유

보아야 관심도 생기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얼마 전 중학생인 남자아이가 가방에서 조용히 책을 꺼내 읽는 모습을 보았다. 조금 의외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인연을 이어오던 친구였는데, 책을 자주 접하지 않았던 이유로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방해하고 싶지 않아 한동안 옆에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는데, 아이가 어떤 이유로 지금의 책을 읽게 되었는지 궁금증이 발동해 결국은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아이는 최근 철학에 관심이 생겨 철학에 관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서점에 들러 어떤 책을 읽을지 살피다가 우연해 그저 눈길이 가는 대로 한 권의 책을 골라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가 고른 책은 '니체'에 관한 책이었다. 아이는 이 책을 읽기 전에 니체에 대해 몰랐고, 니체의 책을 읽게 된 계기는 그저 우연일 뿐이다.


'속으로는 아이가 소화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괜히 이 책을 읽다가 오히려 책에 대한 관심도가 더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


하는 걱정에 다른 책을 권할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냥 입을 다물고 아이가 책 읽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이가 묻는 말에 답만 해주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굳이 내 잔소리나 조언이 아니더라도 아이는 그 자체로 좋은 경험이 되었으리난 생각이 들어서이다. 항상 가방에 일본 만화책을 가득 넣어 다니던 아이가 스스로 철학에 관심이 생기고, 서점에 혼자 책을 골라  책을 읽는다는 경험만으로 충분하다.


이후 아이는 본인이 선택한 책을 다 읽었는데, 솔직히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본인에게 적절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말을 했다. 참고 지켜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시간이 있을 때마다 서점에 간다. 꼭 책을 사려고 가는 것은 아니다. 요즘 어떤 책이 나왔는지도 궁금하고, 이 책 저 책 구경하다 보면 몰랐던 하지만 보물 같은 책을 발견하기도 한다.


요즘은 인터넷 서점을 자주 기웃거린다. 접근성도 좋고 편하다. 그래서 틈이 날 때마다 아이쇼핑을 하고, 지금 당장 사지는 않더라도 장바구니 한가득 책을 담는다. 그리고 시간에 여유가 있을 때, 장바구니에 담긴 책들의 정보를 더 찾아보고 책을 구매해 읽곤 한다.


만나는 아이들마다 내 취미를 추천한다. 내 취미가 아이쇼핑이라고 하면 호감을 갖다가도 인터넷 서점에서 책 아이 쇼핑한다고 하면 김 빠지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아이들을 만나면 내 취미를 소개할 예정이다.


아이들이 서점에 주는 푸근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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