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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Feb 02. 2024

유아기와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책을 읽는 방법

글과 그림의 특징, 그리고 아이들의 상상력

초등학생과 수업을 하는데, 한 아이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린다. 


"쌤, 오늘 분명히 누군가를 닮은 것 같은데, 누구더라?"

하며 한참 생각하더니 아이는 이제 깨달았다는 듯 소리친다.

"아, 알았어요. 선생님, 완전 붕어빵 닮았어요."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아이의 말을 듣고 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선뜻 아이의 말을 부정하기 어려웠다.


그날 나는 베이지색 폴로 꽈배기 니트를 입었다. 니트의 색깔 하며, 물고기 비늘처럼 보이는 꽈배기 문양에, 팥 대신 내장 지방으로 볼록한 배까지. 내가 봐도 붕어빵과 닮았다. 거기다 얼굴까지 동글동글하니, 내 얼굴이 어항 속 붕어처럼 보였다.


아이의 말을 듣고, 아이들의 상상력이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아주 예전에 아이들이 TV에 등장해 아이들만의 엉뚱한 상상을 이야기해 사랑받았던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날 수업은 예능의 한 장면 같았다.


유아기에 있는 아이라면, 혹은 초등 저학년 아이라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정답은 없지만, 난 단연 좋은 그림책을 꼽는다. 그 이유는 바로 상상력이다. 최근 세상은 아이들에게 '창의적 인재'로 성장해야 한다는 말을 밥먹듯이 한다. 그런데 의문이다. 어린 시절 충분히 상상하지 않은 아이에게 창의적 인재가 되라는 것이 이치에 맞는 말인가?


'창의적'이라는 말은 발상의 전환이다. 같은 사물이나 현상이더라도 다른 이들과는 다른 시각에서 바로 보는 능력이 창의력의 밑바탕이다. 그러니까 결국 창의적 사고력의 밑바탕에는 상상력이 있는 셈이다.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대부분 사람들은 엉뚱한 상상을 하는 능력이 줄어드는 것 같다. 그 대신 다양한 사실을 받아들이거나, 어떤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커진다.


그렇다면 유아기와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그 시기에 키워야 하는 능력은? 아이만의 자유로운 상상력이다.


문자와 글자는 각기 특징이 있다. 문자는 문자를 사용해 의사를 전달할 때, 전달자의 생각을 정확히 전달하는 특징이 있다.


반면 그림은 어떨까? 그림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생각이 반드시 똑같이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그 해석에 있어 글자보다 그림은 보는 사람의 해석의 여지가 크다. 어린아이들이 좋은 그림책을 많이 보야야 하는 이유이다.


똑같은 사과 그림을 보더라도, 누군가는 성경에 나오는 선악과를 떠 올 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로빈 후드의 한 장면을 떠 올 수도 있다.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는 같은 사과를 보고 학창 시절 한 여학생에게 받은 사과 모양의 양초를 떠올리기도 한다.


이제 상상력이라고는 빈곤하기 이를 때 없는 나와 같은 어른은 이처럼 판에 박힌 상상을 하겠지만, 세상에 모든 것이 궁금해, 한 시도 질문하기를 멈추진 않는 아이라면, 아마도 단순한 사과 그림 하나를 보더라도 끝없는 상상의 세계를 펼칠 수 있을 테다.


그런데 반대로 이렇게 그림책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할 연령대에 있는 아이에게 초등학교, 혹은 중 고등학교에 올라가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이유로 단순한 지식이 가득한 책을 한꺼번에 책장에 꽂아 아이에게 선사한다면? 아이는 책을 보며 어떤 상상을 할수 있을까? 먼 미래에 필요할지도 정확하지 않은 지식을 머리에 넣어놓고자 정작 중요한 지금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좋은 그림책을 몰입해 읽는 아이의 눈빛은 다르다. 옆에서 바라만 보아도 아이가 지금 자기가 구축한 새로운 세상에 빠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자녀가 초등 저학년이 되면, 조급한 마음에 무리하게 글밥이 많은 책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님이 많다. 사실 이때가 자녀의 독서 교육에 가장 많은 실수가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럴 필요 없다. 초등 저학년까지는 좋은 그림책을 보며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보는 것이 책을 읽는 가장 큰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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