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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Feb 05. 2024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다독이 목표가 되면 반드시 무리수가 따른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주말에 수도권에 있는 도서관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동네 도서관이야 내가 사는 동네에도 있지만, 집에서 먼 지역의 도서관을 주말에 찾은 이유는 강연 때문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도서관 로비에 앉아 한숨 돌리고 있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아빠, 엄마, 아이까지 가족 단위로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는 흐뭇한 장면들이 눈에 보였다. 


그런데 몇 가족이 잘은 모르지만, 캠핑을 갈 때 사용하는 카트 같은데, 커다란 카트에 잔뜩 책을 담아 도서관에 반납하고, 그리고 다시 카트 한가득 아이들이 읽을 책을 빌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아마도 평일은 직장 생활 등 부모님들이 바쁘니 주말을 이용해 일주일 간 아이들이 읽을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가는 것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아이가 일주일에 읽기에는 책의 양이 꽤 많았다.


카트 한가득 담긴 책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과거에 비해 지금은 책에 대한 접근성이 참 좋은 시대이다. 동네마다 도서관이 있고, 학교에서도 책을 빌릴 수도 있고, 심지어 한 달에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아이들이 읽을 책을 마치 아침마다 우유를 배달해 주듯 집 앞에까지 갖다 주기도 한다.


그러니까 아이가 책을 읽을 마음만 있다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책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시대가 온 셈이다. 바람직한 변화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 아닐까? 잘 활용하면 좋지만, 과하면 득 보다 실이 클 수도 있다. 아이들의 독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나는 도서관에서 본 가족과 일면식도 없고, 그 많은 책을 빌린 이유도 모른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하는 바는 아이들의 독서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부모님이 독서가 중요하고, 아이가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큰 나머지, 많이 읽는 것을 독서의 목표로 삼으면 생각지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이 목표가 되면 아이에게 한꺼번에 많은 양의 책을 주게 된다. 그리고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책을 읽고, 읽었다고 생각하는 책의 양이 많아질수록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러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것 같고, 곧잘 읽는다는 생각이 들면 더 욕심이 생기고, 이왕이면 아이가 책을 잘 읽으니 미리미리 공부에 도움도 될 겸 큰 마음먹고 전집류의 지식 정보책을 한가득 아이에게 선사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그럼에도 옆에서 지켜보니 거부감이 없다면 내 아이는 책을 잘 읽는 아이이니 아이에게 더 많은 책을 줄수록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가 읽어야 하는 책의 양은 점점 많아지게 된다.


주어진 시간 안에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책 한 권을 읽는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더 중요한 점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몰입과 생각이 함께해야 하는데, 짧은 시간 안에 책을 읽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 같은 패턴으로 책 읽기를 반복하면, 독서에서 몰입과 생각의 영역이 빠져버리고, 글자의 겉으로 드러난 내용 위주로 책을 읽고 내 머릿속에서 책은 사라지는 독서가 된다.


아이들은 책을 읽고 책에 등장하는 인물을 통해 위안을 받기도 하고, 친구가 되기도 하고, 마음껏 상상하기도 한다. 그리고 애착 인형처럼 몇 번을 봐도 또 보고 싶은 애착 그림책, 애착 동화책이 생기기도 한다. 어찌 보면 연령 대가 어린아이들의 책 읽기란 책이라는 친구를 만나는 과정이다.


친구를 사귀는데, 서로 충분히 교감하지 않고, 서로 충분히 이해하지 않는다면,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없는 법이다.


한 가지 더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어렸을 때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책을 읽고, 칭찬을 받은 아이들 중에는 책을 띄엄띄엄 대충 읽는 습관을 형성하는 친구들이 많다. 습관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 한 번 습관이 들면 꼼꼼하게 읽어야 할 때 마저도 나도 모르게 습관이 나오는 법인데, 공부를 하기 위해 교과서를 볼 때도 같은 습관이 나온다. 그리고 문장을 읽는 호흡이 짧으니, 문장의 호흡이 책을 만났을 때, 막연한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아이에게 다독이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독을 해야 한다. 책을 잘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다독이다. 하지만 잘 읽기도 전에 아이가 독서를 시작하는 단계부터 다독이 목표가 된다면 다독이 다독이 아닌 셈이다. 


많이 읽는 것보다, 먼저 책 한 권과 친한 친구가 되는 것이 올바르게 다독을 할 수 있는 과정이니 많이라는 욕심을 버려야 내 아이가 책을 잘 읽고 좋아하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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