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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Feb 09. 2024

그림책을 읽을 때 유의해야 할 부분

그림책을 읽을 때는 그림을 보아야

그림책을 좋아한다. 그림책은 취학 전 아동이나 저학년 학생들이 보는 책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부모님들과 책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초등 저학년이 되면 글밥이 있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조바심이 있는 듯하다.


물론 학년은 올라가는데 글밥이 있는 책을 읽지 않으려 한다면 문제일 수 있다. 그리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연스럽게 글밥이 있는 책들과 친해져야 한다.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 중에 '다비드 칼리'가 있다. 그래서 다비드 칼리의 그림책을 함께 읽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특히 '적'과 '싸움에 관한 위대한 책'을 수업에 많이 활용하는데, 짧은 그림책이지만, 폭력과 전쟁의 본질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이 담겨있는 책이다.


참호 속에서 굶주림, 외로움과 싸우고 있는 누군가의 아들인 일반 병사와 가슴 한편 훈장을 주렁주렁 단 채, 술잔을 들고 있는 장군의 그림은, 그 대비만으로도 전쟁의 참상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다비드 칼리의 그림책은 중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충분하다. 오히려 저학년 아이들보다는 고학년이나 중학생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기에 좋다.


'나는 지하철입니다'라는 그림책도 좋아하는 그림책 중 하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었다. 난 신대방역 근처에 살았는데 2호선 개통 후, 동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지하철을 타고 서울 한 바퀴를 순환하는 것이 유행 같았다. 삶은 계란을 나누어 먹는 할머님도 계셨고, 지하철이 사랑방 같았다.


나 또한 외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그런 추억 때문인지 '나는 지하철입니다'를 처음 읽었을 때, 오래전 세상을 떠난 친구와 같았던 할아버지가 떠올라 마음이 뭉클했다. 때로는 그림책은 아이보다 어른에게 큰 감동과 위안을 주기도 한다.


그림책에는 글도 있고 그림도 있다. 물론 글도 잘 읽고 그림도 잘 보아야겠지만, 그래도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그림책의 중심은 그림이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림책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그림책을 읽을 때, 가만 옆에서 지켜보면 그림을 충분히 보기보다는, 그림 옆에 있는 짧은 글을 읽고 책장을 '휙~' 넘겨 버리는 경우를 자주 본다. 대부분 그림책은 분량이 길지 않다. 분량이 많지 않은 그림책을 짧은 글만 보고 책장을 덮어버리니, 사실 많은 부모님께서 그림책을 구입하기 꺼려하기도 한다.


그림책 작가로 앤서니 브라운은 글과 그림을 함께하지만, 글보다는 그림에 장점이 많은 작가라 생각한다. 


대표작인 '돼지책'을 보면, 앞부분의 엄마의 모습을 묘사할 때는 얼굴의 이목구비를 그리지 않았다. 그러다 글의 후반부 엄마의 얼굴은 온화하게 웃는 엄마의 이목구비가 또렷하게 묘사된다.


전반부와 후반부 엄마 얼굴의 변화는 가족 안에서 엄마가 느끼는 심리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림책은 그림 안에 보물들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어떤 그림책은 그림책의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갤러리에 가 좋은 미술 작품을 보는 느낌을 준다.


아이와 함께 좋은 그림책을 볼 때는, 글을 읽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림을 보며 그림의 의미를 생각하는 데에 집중해 보자. 그림책 작가는 그림을 통해 독자에게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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