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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Feb 12. 2024

초등 저학년, 책 읽기와 글쓰기의
골든 타임 1

다양한 자리에서 부모님들과 자녀의 책 읽기와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요즘은 영어 유치원을 다니며 일찍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아이들도 많고, 우리나라의 모든 교육은 결국 대입으로 귀결하는 현상이 있다 보니, 어린아이들의 교육 또한 먼 미래의 입시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아이들은 너무 일찍 시험 공부(?)를 시작하고, 그렇게 너무 일찍 시험공부를 시작하다 보니, 어렸을 때는 책을 읽지 않다가,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가 어렸을 때, 바빠서 책을 못 읽었는데, 중학교에 가기 전에 책 읽기와 글쓰기를 잡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초등 5, 6학년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주로 같은 고민을 하는 듯하다. 그런데 사실 비슷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답변이 고민스럽다.


일단 책 읽기와 글쓰기는 '잡아준다'라는 표현이 적절한 분야가 아니다. '잡아준다'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어떤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자세나 방법이 부분적으로 잘못되었을 때, 이 부분을 '교정한다'는 의미로 쓴다. 


하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과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사람의 생각을 중심으로 경험, 가치관, 주변 환경을 포함해 다양한 영역이 연계되는 활동의 산물이다. 그러니 감히 누가 그 사람의 책 읽기와 글쓰기를 일시적인 순간에 잡아줄 수 있을까? 아이 또한 아이만의 세상이 있다. 어른이 만들어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사실 애초에 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다.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가 어렸을 때 영어 교육을 시작하는 이유는 아이가 어렸을 때, 일찍 외국어(언어)에 노출되어야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받아들인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내가 말하고자하는 바는,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외국어 교육에 있어서 초등 저학년 시기가 중요하다면 , 우리말 교육에 있어서도 초등 저학년 시기는 골든 타임이라는 점이다. 아니 오히려 정확히 표현하자면, 모국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외국어 교육보다 우선해야 한다. 아무리 일찍 영어 교육을 시작한다고 해도 사고 자체를 영어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초등 고학년 아이들이나  중고등학생과 이야기를 나눌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네지가 필요하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재잘재잘 자기 생각을 말하곤 한다. 그리고 "이건 뭐예요?", "저건 뭐예요?", "이건 왜 파란색이에요?", "저건 왜 빨간색이에요?" 등등 잠시도 쉬지 않고 질문을 쏟아낸다.


예전에 어린 조카가 방학 기간 놀러 와 하루 자고 간 적이 있다. 처음엔 호기롭게 이 녀석과의 하루를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까 계획이 많았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후, 내 눈가엔 다크 서클이 생기기 시작했고, 끊임없는 질문과 대화에 내 체력은 바닥이 났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그런 시기이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고, 세상에 대한 모든 것이 궁금하고, 내가 궁금한 모든 것을 알고 싶은 그런 나이이다.


이 말을 곧,


초등 저학년 아이들은 스펀지와 같다. 그래서 왕성한 호기심에 대해 어른들이 반응하는 만큼 세상을 쭉쭉 빨아들이며 성장하는 시기라는 말이다.


이 시기에 경험만큼 값진 공부는 없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경험은 독서이다. 이 시기에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아이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 듯 세상과 사람에 대한 경험치를 내 안에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독서는 일시적인 활동이 아니다. 유아기에 부모님이 읽어주었던 책 한 권이 초등 저학년 아이의 책 읽기에 밑바탕이 되고, 초등학교 1학년 때 읽었던 그림책 하나가, 초등학교 고학년 책 읽기에 기둥이 되고, 중 고등학교에 올라가 인문 고전을 읽는 힘의 근원이 된다.


내가 부모님들께 자주 드리는 말씀이 있다.


책 읽기와 글쓰기에는 지름길이 없다. 그래서 누군가 아이의 독서와 글쓰기에서 별다른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빠른 시간 안에 도착지로 안내하겠다는 말을 한다면,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귀를 닫으시라는 말이다.


어떤 아이는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책을 읽었는데, 그 아이가 7년 8년 들인 결과를 누군가 1~2년 안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면 오히려 이게 이상하지 않은가? 특히 독서와 글쓰기는 더욱 그렇다.  '생각'은 제삼자가 개입할 여지가 가장 적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라고 할지라도 아이의 생각을 만들 수는 없다. 생각은 스스로 해야 한다. 


스펀지처럼 빨아들일 수 있는 시기에 좋은 책을 단계 별로 읽다 보면, 고학년 아니 중고생이 되어서도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리고 그 아이는 죽을 때까지 책과 함께하는 인생을 살 가능성이 높다. 어느 순간 어른이 옆에서 잡아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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