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민호 Jan 26. 2024

아이들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아시나요?

아이들을 살리는 책 읽기

"띠띠띠띠"

현관문의 비밀 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분명히 아이들이 있어야 하는 시간인데, 인기척이 없다. 혹시 엄마가 없는 틈을 타 침대에 누워 스마트 폰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에 아이 방 문을 열어보니 책상에 앉아 동화책을 읽고 있다. 책에 푹 빠져 엄마가 들어오는 소리도 못 들은 아이의 뒷모습이 사랑스럽지 아니한가.


어린 자녀를 둔 모든 부모님이 자녀에게 바라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잘 읽는 아이로 성장하길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다. 특히 문해력이다, 어휘력이다, TV만 틀면 한숨이 나오는 현실에서 살다 보니 자녀의 독서에 대한 갈증에 목이 마르다.


얼마 전, EBS에서 독서와 관련한 프로그램이 나와 관심 있게 보았다. 책을 좋아하지도 않고, 잘 읽지도 않는 자녀를 둔 아빠의 걱정으로 프로그램은 시작한다. 이럴 때 부모님의 조급한 마음은 잔소리로 이어진다. 아버지는 자녀의 독서에 대한 걱정이 진심인 듯하다. 잔소리에 그치지 않고, 자녀의 독서를 일일이 체크하였다.


그런던 중 아버지와 자녀 사이에 열띤 논쟁이 벌어진다. 다양한 책을 읽기 원하는 아버지와 학습 만화류의 책만 읽는 아들 사이에 학습 만화를 읽는 것도 독서로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었다. 불꽃 튀는 토론 중 아이는 회심의 질문으로 아버지에게 일격을 가한다.


"왜 책을 읽어야 해요?"


아이의 질문에 아버지는 말문이 막히고, 이것으로 아들 승!


만약 내 가정에서 같은 장면이 연출된다면, 부모님은 자녀에게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실제 강연에서 학부모님을 만나 같은 질문을 하면 선뜻 대답하는 분이 드물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생각은 아침에 밥을 먹고 12시가 되면 다시 밥을 먹고, 퇴근 후 밥을 먹는 삼시 세끼처럼 그저 그렇게 중요하며 당연하다고 생각했지, 왜 내가 아이가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한가에 대해 따로 생각해 본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니 아이 입장에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왜 중요한지 설명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계속 중요하다고 하니 스스로도 독서의 중요성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아이가 정말 책을 좋아하고 잘 읽기를 원한다면 미리미리 고민하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진지하게 준비하는 것이 어떨까? 그래서 어느 날, 내 아이가 나에게 "왜 책을 읽어야 해요?"라는 질문을 하면 한껏 여유 있는 표정으로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면, 아이의 마음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공부를 잘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대학 진학을 위해서라도 책을 읽어야 하고, 독서를 통한 어휘력과 문해력, 비판적 사고력의 향상이 성적과 직결된다는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 정도만 맞는 말이다.


책을 자연스럽게 좋아하고, 그렇게 책에 관심이 생기고, 그러다 다양한 책을 꼼꼼하게 잘 읽다 보면, 공부를 잘하는 능력은 어느 순간 아이 안에 들어온다. 그런데 독서를 시작하는 유아 단계에서부터 공부를 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책을 읽기 시작하고 너무 일찍 독서에 학습을 억지로 연결하면 그때부터 아이의 독서는 산으로 가기 시작한다.


부모님은 답답하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책을 좋아했고, 많이 읽기도 했는데, 중학새이 되어서는 책을 읽지도 않고, 글쓰기도 만족스럽지 않은데 성적도 기대 이하다. 부모님의 걱정은 커질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의 말미에 한 대학 교수가 등장해 우리나라 초등 독서의 기형적인 모습을 지적한다. 아이들의 독서가 지나치게 학습과 연계된다는 점을 비판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과도한 학습만화 독서 현실도 학습과 독서를 지나치게 연계한 부작용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독서 또한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연령대 별로 그 특성에 맞는 책들을 읽고 즐기다 보면 문해력, 독해력, 학습 능력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런데 과정을 보지 않고 오직 목적만 있는 독서는 아이에게 독이 될 수 있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왜 책을 읽어야 해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주저 않고 이렇게 답할 것이다.


"언어의 한계가 곧 내가 아는 세상의 한계이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이다. 난 인간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이처럼 가장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설명한 문장은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세상 만물을 언어로 인식한다. 언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양질의 독서이다. 결국, 독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같은 인생을 살아도 다른 사람보다 훨씬 적은 세상과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거니 참 불행한 일이다.


자녀가 여러분에게,

"왜 책을 읽어야 해요?"

라는 질문을 한다면 어떤 답변을 해주실 건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