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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끄적쟁이 Oct 15. 2022

인플레이션이라는 세금을 피하는 법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2.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인플레이션 2부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2.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인플레이션 2부

(연관성이 있는 2권 이상의 책을 엮어 사유의 폭을 확장하는 이야깃거리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인플레이션 이미지, 출처: 코리안 포스트


미래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 바로 미래에 일어날 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다. (당신이 투자자가 아니라면 푸틴, 시진핑, 바이든, 파월의 말 한마디 때문에 그렇게 밤잠을 설치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 주에 당장 놀러 갈 계획이 있는 사람이 여행 계획을 잘 세울 수 있는 법이다. 국가와 인플레이션의 관계가 그렇다. 국채를 통해 많은 빚을 진 채무국가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만약 채권자의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율이 높으면 채무자에게 이득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화폐 가치가 떨어지므로 부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인플레이션을 조장하는 것이다. 오로지 국가만이 이런 짓을 벌일 수 있다.


정치인들에게 인플레이션으로 국가의 부채를 상환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예나 지금이나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데,
첫째, 인플레이션은 소리 없이 일어난다.
둘째, 인플레이션은 의회의 결의안이나 장관의 공식 선언 없이 익명으로 진행되는 행사다.
셋째, 공식 인플레이션 수치는 조작도 가능하다.
넷째, 인플레이션으로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시킬 수도 있다. 해외 부채를 처리할 때도 인플레이션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 셈이다.
결국 인플레이션만큼 국가의 채무를 해결하기에 매력적인 방법은 없다.

하노 벡 '인플레이션' 중


정치인들은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목으로 인플레이션을 조장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에만 반영되는 것이 아니다. 자산 인플레이션도 동시에 발생한다. 그로 인해 생긴 짐은 '적게 가진 자'가 더 많이 짊어지게 되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집도, 금도, 유가물도 없다. 지갑 속에 현금이 조금 들어 있을 뿐이다. 인플레이션은 바로 이 현금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의미다. 결국 인플레이션의 최대 피해자는 빈곤 계층이다. 인플레이션은 세상에서 가장 불공정한 과세인 것이다.


하지만 화폐 발행권이 주는 이점으로 인해 돈과 통치자가 존재하는 한 인플레이션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폐 발행 - 예산 적자 - 지폐 발행량 증가 - 인플레이션의 순서로 진행되는 이 게임은 시대가 바뀌어도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다.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만성적 재정 악화에 시달리는 국가에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지금까지 그들은 인플레이션을 조장해 부채를 없애려고 해왔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의 종말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져 보인다. 그럼 이런 영원한 인플레이션, 아니 화폐가치 하락의 상황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인플레이션 게임의
승자는 채무자, 패자는 채권자다.
한마디로 이자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보상금인 셈이다.
인플레이션 게임에서 채권자와 채무자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은
인플레이션 자체가 아니라
'예상치 못했던' 인플레이션이다.
예상 인플레이션율보다 실질 인플레이션율이
더 높으면 예금자는 인플레이션 게임의 패자가 된다.

하노 벡 '인플레이션' 중

먼저, 인플레이션의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유가물에 눈을 돌려야 한다. 주택, 주식, 귀중품 등 가치를 가진 물건을 사야 한다.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을 피하려고 도피를 한다. 자산 가격이 상승하기 전 혹은 상승하고 있는 동안 유가물을 매수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자산 가격 거품이 꺼지고 난 다음에 유가물을 매도하면 투자한 자금의 대부분을 잃고 만다. 자산 거품이 꺼졌을 때가 아니라 정점에 올랐을 때 매도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인플레이션 발생 시작 시점에 영끌하여 가장 가치 있는 유가물을 산 뒤, 거품이 꺼지기 전 팔면 인플레이션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가치 있는 유가물을 구분하기 힘들 것이고,

거품이 언제 꺼질지 판단하기 불가능하며,

예상 인플레이션이 실질 인플레이션보다 낮게 되면 무거운 이자가 당신을 무너뜨릴 것이다.


그럼 어쩌라고!!!?

우선 금리가 오르는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3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장기채권, 월세 받는 자산, 고PER주식

1년짜리 정기예금을 단기채권, 10년짜리 정기예금을 장기채권에 비유할 수 있는데,

금리가 오르면 장기채권이 받는 타격이 가장 크다.(남들 4% 이자받을 때, 혼자 10년 동안 2%를 이자를 받는다면?)

금리가 오르면 월세를 받는 자산이 고전한다.(월세가 은행 이자만도 못하다면?)

실물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하고, 만연해 있던 저성장이 사라져 고른 성장이 나타나게 되면, 성장주의 강점 중 하나였던 '차별적 성장'이라는 희소가치가 잃고 '가격조정'을 받는다.


몰빵투자도 위험하다.

금리가 뛰면 인플레에 강한 자산이 인기를 끈다. 원유와 같은 원자재 투자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더 강해지고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쏠림 투자를 한다면 꼭지에 물려 장기 부진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 원자재 가격이 심하게 올라 실물경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게 되면 원자재에 대한 수요 역시 중장기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원자재 투자는 급격한 상승만큼 하락도 빠르고 급한 편이다.


달러의 가치는 죽지 않는다(?)

주식, 채권, 원자재, 금 등이 모두 하락하는 궁극의 위기 국면에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이럴 땐 안전 자산인 달러 투자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달러는 위기에 강한 궁극의 안전 자산으로 취급되는데, 그 이유는 현금이 가지는 즉각적인 활용성에 더해 세계 기축통화의 지위를 가져 자신의 가치 하락분을 다른 통화들에 전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수출 : 환율효과만으로도 다른 자산 하락분의 20~30% 정도를 상쇄시킬 수 있다.)


해답은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한 분산투자 전략이다.

역사적인 투자 성공 사례를 조사한 결과 90퍼센트 이상이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한 분산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포트폴리오 구성 예)

달러, 금 등 수익은 많지 않지만 안정성이 보장된 자산 1/3

시장에서 좋은 위치를 점유하고 있고, 수익 변동 추이가 안정적인 대형 우량주 1/3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한 중소기업의 중저가 주식, 신흥국 주식, 첨단기술이나 생명공학 업계의 주식, 고수익 채권 혹은 정크 본드 1/3


포트폴리오 분산화 원칙은 아주 간단하다. 상관관계가 전혀 없거나 음의 상관관계가 있는 투자 자산을 섞어 사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상관관계가 향후 상관관계와 반드시 일치한다는 보장은 없다. 일례로 비트코인은 오랜 기간 주식시장과 상관관계가 낮았지만 최근엔 나스닥과 동조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단순하고, 저렴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답일 수 있다.

가지고 있는 돈을 모든 자산 유형에 같은 비율로 분산 투자하는 절대 죽지 않는(?) 바퀴벌레 포트폴리오처럼 말이다.

주식 4분의 1, 금 4분의 1, 국채 4분의 1, 은행계좌 현금 4분의 1로 구성하면 된다.


분산투자: 주식, 채권, 원자재와 금이라는 대안 투자 자산, 달러
4가지 분산투자
첫 번째는 자산의 분산
두 번째는 지역, 섹터 및 종목의 분산
세 번째는 통화의 분산
마지막으로 시점 분산. 최저점에 투자해서 최고점에 나오고 싶은 마음은 투자자 누구에게나 있겠죠. 그걸 모르기 때문에 시점을 조금씩 나누어서 투자를 하는 겁니다.

오건영,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중


투자 자산을 흔드는 대표적 거시경제 변수 2가지가 있는데, 성장과 물가이다.

고물가 환경에서는 채권이 정말 취약하고, 원자재 투자가 좋다.

고성장 시기에는 주식이 무조건 유리하다. 저성장 시기에는 주식 투자는 불리하다.

보통 저성장 저물가 시기에 주가는 약세, 채권은 강세, 그리고 원자재는 약세를 보이는데,

만약 저성장 저물가 환경에서 연준이 돈을 풀게 되면(유동성이 공급되면), 성장주를 중심으로 주식이 오르는 현상도 발생한다.


가장 좋은 투자대상은 지금은 별로지만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 자산이다.

지금 현재, 우리가 고성장, 고물가와 저성장, 저물가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우선 고물가 상황에 취약한 채권을 피하고, 인플레이션에 강한 원자재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넣고, 주식은 가치주 중심으로 편성하거나 인플레이션에 강한 미국 대형주의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

또 애매한 고물가 국면이 서서히 저성장, 저물가로 변하게 된다면 어떤 대응이 적합할까? 안전 자산인 달러, 금, 미국채 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가 워낙 빠르게 나타나기에 이럴 때일수록 특정 자산으로 집중보다는 다양한 분산투자 전략이 필수이다. 그리고 지금 현재의 경제 환경에 집중하기보다는 앞으로의 변화를 감안한 유연한 투자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화폐는 인류의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이다.

신뢰할 만한 기관에서 화폐를 발행한다면 그 화폐는 신뢰할 수 있고 가치도 안정적일 것이다. 비트코인이 새 시대의 화폐로 주목받는 이유도 타락 위험성이 있는 중간자 없이도 작동하는 '신뢰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신뢰가 기반된 화폐는 지불수단으로써 인정받는다.

하지만,

화폐 발행권을 통해 이점을 얻으려는 통치자가 존재하는 한 돈과 인플레이션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채권자에게는 지옥, 채무자에게는 천국이다.

앙드레 코스톨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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