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k끄적쟁이 Oct 08. 2022

오일남과 스노우, 게임의 룰을 만드는 자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3. 헝거게임 트릴로지, 오징어게임 1부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3. 헝거게임 트릴로지, 오징어게임 1부

(연관성이 있는 2권 이상의 책을 엮어 사유의 폭을 확장하는 이야깃거리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 문서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의 스포일러를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에피 트링켓이 연단을 되돌아와 살며시 종이를 펼치고, 분명한 목소리로 이름을 호명했다. 그건 내가 아니었다. (내 여동생) 프림 에버딘이었다.

헝거게임 1권 중에서

  인생의 어느 시기에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때가 있다. 헝거게임의 주인공 '캣니스'에게는 12구역 헝거게임 참가자 추첨에서 여동생의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가 바로 그때였고,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성기훈'에게는 의문의 남자에게서 456억짜리 게임의 초대장을 받았을 때였을 것이다. 자기가 나서지 않으면 어린 여동생과 당뇨에 걸린 어머니는 99%의 확률로 죽을 것이고 사랑하는 딸을 머나먼 타지로 떠나보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두 인물에게 본인의 의지에 의한 선택이라는 것이 존재했을까?




  배고픈 자들끼리 상대를 물어뜯지 않으면 내가 먹히는 비정한 살육 게임이 바로 '헝거게임'이다. 24명의 참가자 중 단 한명의 생존자만 허락하는 게임의 법칙에 따라 일시적인 협력은 있어도 영원한 동료는 없다. 친구의 심장에 비수를 꽂아 넣을 수 있는 냉혹한 '살인기계'만이 최후의 승자가 되어 배고픔의 구렁텅이를 벗어나는 행운과 명예를 누리게 된다. 16세에 불과한 소녀는 인간성을 상실한 살인기계가 되어 살아남을지, 인간다움을 유지하며 삶을 마무리할지 끝없는 고민에 빠진다. 실질적인 가장이기도 한 그녀는 고향에서 기다리는 '가족'과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전장 속 '동료'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다른 게임 참가자 기훈에게도 상금으로만 생각했던 1억이 알리, 일남, 새벽, 상우의 생명 값이라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했을 때, 똑같은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게임 속 첫 동료였던 루는 친동생 '프림' 또래의 어린 소녀이다. - 헝거게임 1권 213쪽




  캣니스와 성기훈을 지옥도에 빠뜨린 자들은 누구인가? 바로 게임의 주최자 '스노우' 대통령과 노인 '오일남'이다. '헝거게임'과 '오징어게임'이라는 배틀로얄 게임의 룰을 만든 사람들이며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룰을 넘나들거나 바꿔버린다. 룰 밖에 존재하는 초월적 존재들인 것이다. 헝거게임의 목적은 판엠이라는 국가의 수도 '캐피톨'에 대한 반란의 씨앗을 자르는 것이다. 수도를 둘러싼 12개 구역에서 매년 2명의 10대 소년, 소녀를 모아 게임의 형태로 공개 처형함으로써 잠재적 반란 자원 및 그 의지를 말살한다. 유일한 생존자마저 남은 생을 참혹한 생존 전쟁이 남긴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며, 차기 헝거게임 참가자의 후견인으로서 슬픈 역사 반복을 조력하게 만든다. 오징어게임의 목적은 세계 1% 부자들을 위한 '콜로세움'을 재현하는 것이다. 피와 살이 튀는 소위 '끝까지 가는 싸움'을 금하는 현대 사회에 '456억'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당근을 미끼로 참가자들을 불러 모아 목숨이라는 최고 판 돈을 건 내기를 부자들에게 생중계하는 것이다. 추리닝 입은 '검투사'들이 때론 상금을 위해, 때론 단지 살아남기 위해 달고나를 열심히 핥는 모습에선 묘한 페이소스마저 느껴진다.


  중간에 갑자기 룰을 바꿔 같은 지역 2명을 공동 승자가 되게 만들었다가 마지막에 서로를 죽이게 만들거나, 자신은 죽지 않는 '게임 참가자'가 되어 목숨을 건 다른 참가자들을 농락하는 '신들' 앞에서 끝까지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았던 주인공들은 무력해진다. 그들이 진정 게임의 승자가 되는 방법은 '게임 그 자체'를 부수는 수밖에 없었다. (2부에서 계속...)

이전 04화 인플레이션이라는 세금을 피하는 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