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인류 행복 총량을 올렸다

고민: 이거 학폭인가요?

by Book끄적쟁이

커버사진 출처: 게티 이미지


Q: 학년말이다 보니 이제는 감정의 골이 생겨서 조그만 말 한마디에도 친구에게 상처받고 속상해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를 학폭으로 다루어야 하는지 참 의문이에요. 쌓인 감정이 있다 보니 매일매일 작은 사건도 어찌 보면 학폭사안인데 말이죠. 요즘 계속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매일매일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기분입니다. 법이 문제인가요?, 사람이 문제인가요? T . T - 울고 싶은 초등담임교사


A: 책 '인간관계론' 한번 읽어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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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관계는 갈등의 연속


내가 맡은 업무는 학교폭력을 중재하는 일이다. 학폭이라고 하면 요즘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성인범죄 뺨치는 사건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상은 친구관계 갈등인 경우가 많다. '친구가 이유 없이 때렸다.', '하지 말라고 했는데 모래를 뿌렸다.', '놀렸다,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 욕했다' 등등 매일 학교에서는 수만 가지의 이유로 서로 싸우는 상황이 발생한다. 담임 선생님의 조정으로 서로 사과, 화해하며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지만, 자주 부딪히는 성향의 아이들은 일회성으로 갈등이 끝나지 않는다. 특히 '예민한 아이 VS 장난기 많은 아이', '화가 많은 아이 VS 남탓하는 아이' 조합은 상극이다. 서로 떨어뜨려 놓아도 자석처럼 붙어서 구석에서 싸우고 있다. 이렇게 반복되는 싸움은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낳는다.


자식싸움은 부모싸움으로...


내겐 9살짜리 아들이 있는데 우연히 마주치는 녀석의 말과 행동에 흠칫 놀랄 때가 있다. 너무 나를 닮아서... 사실 어찌 다를 수 있을까. 유전과 환경 두 갈래로 수년간 영향을 받았는데 말이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 격언의 위대함은 갈등 상황에 놓인 양쪽 부모님과의 상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처음 통화하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익숙한' 느낌. 부모는 아이를 쏙 빼닮았다. 물론 반대겠지만.


예민한 아이의 어머님은 상대 아이에 대해 얘기한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애가 있을 수 있냐고. 분명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그 애가 우리 애한테 한 행동 때문에 밤에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아이 아빠가 무척이나 화가 난걸 간신히 말리고 있다고 하신다. 반면 장난기 많은 애의 엄마는 어떨까. 세상 느긋하시다. 애들은 다 그러면서 크는 거란다. 같이 장난 좀 친 것 가지고 왜 이리 야단법석인지 이해가 안 된단다. 별 것도 아닌 일로 전화 좀 안 했으면 하는 눈치다. 두 분 간 입장차이는 국민의 힘과 더불어민주당만큼이나 멀어 보인다.

20180108.010190758040001i1.jpg 아이싸움이 어른싸움 된다. 출처: 영남일보


'인간관계론'에서 발견한 3줄


합의점을 찾는다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 양측의 입장차에 멘붕이 온 나를 구원한 건 '인간관계론' 속 3줄이었다.

사람을 대할 때는 상대가 논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우리가 상대하는 사람들은 감정적이고, 편견으로 가득 차 있으며, 자존심과 허영으로 움직이는 존재다.
당신이 내일 만나게 될 4명 중 3명은 공감에 굶주리고 목말라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공감하면, 그들은 당신을 사랑할 것이다.
논쟁을 멈추고, 반감을 없애고, 호의를 일으키며, 상대가 귀 기울이게 하는 마법의 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이 당연합니다. 제가 당신이었다면 의심할 여지없이 똑같이 느꼈을 겁니다.'


첫 부분에서도 언급했듯이, 학교에는 늘 갈등상황을 불러오는 '요주의 인물'이 있다. 그럴 때마다 그 아이의 부모님은 상담전화를 받았을 거다. 때론 에둘러, 때론 직설적으로 '댁에 아이가 문제 있다'라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달받았겠지. 사실 알고 있었겠지만, 그래도 소중한 자녀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면, 그땐 자신의 자존심이 위협받는 상황이 되어버린다(당신이 잘못 키워서 그래!). 비난받을수록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삐뚤어진 열정이 가득 차게 된다(내 분신 같은 자식 건드는 놈은 다 부셔버릴거야!).


노련한 지배인처럼


'부모님들이 원하는 건 뭘까? 어떻게 하면 그들도 원하는 걸 얻고, 나도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까?'


수년간 자식에 대한 지적을 들었을 그분들의 관점에서 생각하니 실마리가 보였다. 나는 순차적으로 양쪽에 전화를 돌렸고, '인간관계론'에서 잔뜩 성난 사람들을 대하는 지배인처럼 딱 3가지만 지켰다.


첫째, 그분들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었다.

둘째, 학교교사의 관점에서 자녀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

셋째, '학교폭력 사안 발생 시 처리절차'를 안내한 후, 학부모님 스스로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도록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마법 같다는 책 속 표현이 맞았다. 각각 40여분의 통화가 진행되는 동안 격앙된 목소리 톤이 점차 차분해졌다. 자녀의 잘못과 자신의 관리 소홀을 인정하는 표현도 나왔다. 학폭신고, 경찰신고 운운하던 처음 입장을 철회하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관계개선 절차를 믿어보겠다고 하셨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마치 '진보, 보수 대통합'과 같은 기적이 벌어진 것이다. 경청, 공감, 비난하지 않기, 스스로 선택하게 하기 덕분이었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MXFIQDOOIUHSVJLUWAYCFCJF2U.jpg 우리는 해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출처: 마크맨슨 유튜브 채널

최근 책 '신경 끄기의 기술'을 쓴 마크 맨슨이 한국을 방문하고 찍은 영상이 화제다. 대한민국이 자본주의와 유교문화의 단점을 극대화해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가 됐다는 게 영상의 핵심이지만 진짜 메시지는 마지막에 담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해답을 찾는 나라라고 말한다. '회복탄력성'이 뛰어나 전쟁, 독재, IMF와 같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우리 각자의 답은 다를 수 있다. 나는 연루된 모두에게 상처를 남기는 '친구관계 갈등'에 대한 답을 '인간관계론'에서 찾았다. 그리고 그날 통화를 마친 후, 인류의 '행복 총량'에 조금이나마 기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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