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노벨문학상: 한강 (대한민국)
한강의 단편소설 '파란돌'에 나오는 말이다.
"당신의 성격, 당신의 말투, 당신의 걸음걸이, 그러니까 당신의 모든 것은 당신의 병과 이어져 있었습니다."
이 문장은 한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깊은 상처와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상처조차도 사랑과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는지를 보여준다.
한강이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상실과 연약함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에 천착하게 된 데에는 그녀가 태어나 10년 간 머물렀던 한 도시의 영향이 컸다.
광주.
1980년 1월에 광주를 떠나 서울로 올라온 그녀에게 그곳은 더 이상 하나의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 명사가 아니라 인간의 폭력과 존엄이 극단적으로 공존하는 시간을 가리키는 보통 명사가 되었다.
'소년이 온다'의 인물들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반응한다. 어떤 이는 두려움에 달아나고, 어떤 이는 끝까지 저항하며, 어떤 이는 상처와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남는다. 이야기 속에서 인간은 숭고한 존재이기도 하고, 잔인한 존재이기도 하다. 죽은 이를 기억하고, 그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인간이 지닌 가장 고결한 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학살을 자행한 군인들, 고문을 일삼은 이들은 인간이 얼마나 쉽게 야만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군중의 도덕성에 대한 작가의 통찰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인간은 개인일 때보다 집단 속에서 인간답지 않은 결정을 내리기 더 쉬워진다는 것이다. 어떤 군중은 상점의 약탈과 살인을 서슴지 않으며, 또 다른 군중은 숭고한 용기와 희생을 발휘한다. 이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선하거나 악한 존재가 아니라, 환경과 집단의 힘에 따라 그 본성이 증폭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질문은 '우리는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이다. 폭력이 자행된 후, 가해자들은 흔적을 지우려 하고, 생존자들은 침묵을 강요받는다. 그러나 기억하고 증언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비인간적인 존재로 변하지 않기 위한 필수적인 행동이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라는 문장은, 그날 이후 살아남은 자들이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작품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끝없는 허기를 느끼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먹는다는 행위조차 죄책감을 동반하며, 고통 속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에게는 끝나지 않는 싸움이다. 그러나 바로 이 싸움, 살아남아 기억하고 증언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인간으로 남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