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언어분투기 1. 플루언트, 몇 년째 영어 공부 2부
나의 언어분투기 1. 플루언트, 넌 대체 몇 년째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거니? 2부
(문과 성향으로 여러 언어를 넓고 얕게 흥미가 동하는 대로 경험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읽으면 좋은 글]
나의 언어분투기 1. 플루언트, 넌 대체 몇 년째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거니? 1부
: 외국인끼리 소통할 때 쓰이는 플랫폼 언어
영어를 쓸 일도 없는데 왜 배워야 돼요?
영어를 가르치다 보면 '영어'를 사용하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학생들이 종종 있고, 그런 학생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높은 확률로 위의 질문을 한다. 사실 맞는 말이다.
일반 대중이 살아가는 동안 외국인과 교류할 기회가 얼마나 있겠는가?
하지만...
현재 영어는 70개국에 퍼져 있는 10억 명이 사용하는 공식적인 '글로벌 언어'다.
인터넷에 있는 정보의 60퍼센트 정도가 영어로 쓰여져 있다. (한국어 웹사이트는 전체의 0.7%)
자료 조사를 할 때, 영어를 쓱쓱 읽어 내리고 구글에 정확한 영어 검색어를 입력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무려 90배나 많은 정보, 그것도 수십 개국에서 10억 명이 실시간으로 올리는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지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는 AI 'chatGPT'도 영어로 질문을 했을 때 훨씬 정확하고 활용가치가 높은 답변을 제공한다. 영어 활용 능력에 따라 현대 사람들이 애써 외면하는 보이지 않는'계급'이 갈리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세상을 이끌어 가는 것은 상위계급이었다.
18세기 이전 유럽에서는 라틴어를 사용하는 사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귀족계급이 정하는 '규칙'에 의해 세상이 돌아갔다. (동아시아는 한문을 쓰는 사대부가 지배) 그러던 것이 20세기 되면서 급부상한 영, 미 제국이 '규칙'을 만들 권리를 넘겨받았고 그들의 언어가 '계급어'가 되었다.
너무 지나친 생각 같은가?
그렇다면 왜 우리는 지금 바다 건너 미국의 대통령 선거나 연준의 '금리인상' 소식에 우리나라 뉴스보다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일까?
결국 둘 중 하나다. BTS, 오징어게임, 기생충 같은 문화상품을 더 많이 생산하여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게 만들거나, 아니면 우리가 링구아 프랑카인 영어를 배워야 한다.
미국 외교관 양성 기관 FSI(Foreign Services Institute)가 정한 외국어 학습 난이도
가장 어려운 5 레벨에 해당하는 5개 언어 중 4개가 동아시아 언어로, 광둥어,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다(나머지 하나는 아랍어). 하루 2시간씩 주말 없이 매일 공부한다고 쳐도 3년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
영어 원어민이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가 한국어이다. (휴, 다행히 나한테만 어려운 게 아니었다!)
서로 다른 별에서 온 것처럼 극명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영어를 배울 때 가장 큰 걸림돌 5가지
첫째, 한국인과 미국인은 생각의 순서가 반대다. 미국인은 작은 것에서 큰 것 순으로, 한국인은 큰 것에서 작은 것 순으로 생각한다.
둘째, 한국어에 비해서 영어는 빌트인 된 뉘앙스 숫자가 너무나 적어서 단어를 꼬아 모자라는 표현을 보충한다.
셋째, 한국어 단어는 직관적이고 영어 단어는 추상적이다.
넷째, 영어는 주어의 선택이 제한적이고 동사가 방향을 결정한다.
다섯째, 영어 단어는 같은 단어라 해도 그 모양이 여러 가지다.
우리가 모국어를 배우면서 알게 된 노하우를 써먹을 수 있는 것이 많은 외국어는 배우기 쉽고, 그렇지 않은 외국어는 배우기 어렵다. 한자 문화권인 우리는 영어와 공통된 문화 지식 기반이 없다. 영미권의 상식이 우리에겐 열심히 공부해야 얻을 수 있는 지식인 것이다.(서양철학, 종교, 역사, 문학 등)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영어. 하지만 포기하기엔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를 공략하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그녀(영어)를 사로잡으려면 그녀가 어떤 방식(문법)으로 자기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는지 의문을 품고 아주 많이 관찰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왜 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말을 하지?'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문법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여기에 더해 말을 주고받을 때 공감대를 이루는 문화 지식을 첨가하면 '연인 관계' 수준로 발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그녀의 모든 사고방식(문법)을 파악하고 100% 맞추기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법이란 사람이 말하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생긴 것이지, 말하는 것을 규제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예전부터 다양한 다른 언어들과 연인이었던 경험이 있는 그녀(영어)이기에 사고방식(문법)이 유연하고 허용적이다. 중요한 건 우리 언어 능력에 맞게 영어 문법을 적절히 통하는 방법으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영어와 우리 사이를 가로막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방법을 하나씩 살펴보자.
1. 한국인과 미국인은 생각의 순서가 반대다. 그러므로 영어를 대할 때, 하나의 사물을 중심에 두고 그것의 관점에서 주변의 다른 물건을 파악하는 연습을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작은 것에서 큰 것의 순서로)
2. 단어를 꼬아 모자라는 표현을 보충한다. 문장의 요구에 맞춰서 단어를 휠 줄 알고 필요하면 없는 단어를 만들어 쓸 수 있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그녀(영어)는 간결함을 좋아한다. 가능한 짧게 표현하는 방법을 연습하자.
3. 한국어 단어는 직관적이고 영어 단어는 추상적이다. 추상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려면 반드시 한정사라는 것을 붙여야 한다. 단어에 a와 the 관사를 붙이는 것이다. ('a dog'과 'dog'은 완전히 다른 의미다) 관사 없이도 소통할 수 있는 한국어 사용자에게 영어의 관사는 아주 성가시고 불편한 존재다.
한국인이 영어를 배울 때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이 '추상'과 '구체'의 차이에 대한 감을 기르는 것이다.
4. 영어는 주어의 선택이 제한적이고 동사가 방향을 결정한다. 행동은 동사를 가운데에 두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만 움직이지, 그 반대 방향으로 갈 수 없다. 동사가 왕이다. 동사가 주어를 지배하고 목적어를 이끈다.
따라서 우리가 영어와 쉽게 친근해지려면 주어+동사만으로 문장을 만들면서 동사를 다양하게 바꿔보는 연습을 절대 건너뛰지 말아야 한다. 처음 3개월 동안 주어+동사 훈련에만 매진해라! 어떤 문장을 만들 때 적절한 동사를 고르는 것으로 시작하게 머리가 훈련되면 입에 윤활유를 바른 듯 '유창성'이라는 것이 생긴다.
5. 영어 단어는 같은 단어라 해도 그 모양이 여러 가지다. 이는 말 못 할 그녀의 출생의 비밀(?) 때문이다. 사실 영어는 '혼혈아'이다. 우리말이 한자어와 한국 고유어 두 언어의 결합이라면 영어는 수많은 언어의 결합체다.
영어를 배울 때 '단어가 어디서 왔는가'를 구분하고 출생이 다른 동의어끼리 짝짓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단어 외우기보다 훨씬 중요하다. 사실 고급 영어란 똑같은 말을 라틴어 단어로 바꿔 쓰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단어의 유래를 알아두면 콧대 높은 그녀의 장인어른에게도 손쉽게 점수를 딸 수 있다.
무엇보다 '영어와 한국어는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언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그녀에게 다가가는 첫걸음이다. 서로 다른 별에서 쓰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말에 있는 모든 단어를 영어로 그대로 옮기면 당연히 어색한 표현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메시지 전달'이 핵심이다. 정말 그녀의 마음을 얻고자 한다면 머릿속 '김소월'은 잠시 접어두고 초등학생이 들어도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기본동사'만 사용해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자. 그녀가 사용하는 표현을 경청하고, 그것을 응용해라. 짧아도 괜찮다. 당신이 다가가기 위해 먼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녀도 두 팔 벌려 당신을 반겨줄 것이다. (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