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k끄적쟁이 Jul 26. 2023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24. 인스타브레인, 도둑맞은집중력 part2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24. 인스타 브레인, 도둑맞은 집중력(평생학습 4부작 첫 번째) part 2

(연관성이 있는 2권 이상의 책을 엮어 사유의 폭을 확장하는 이야깃거리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먼저 읽으면 좋은 글]

내 손 안의 세이렌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24. 인스타 브레인, 도둑맞은 집중력(평생학습 4부작 첫 번째) part 1


파블로프의 개, 스키너의 쥐

임의적 보상을 간절히 열망하게끔 생명체를 훈련시킬 수 있다는
스키너의 통찰이 우리의 환경을 지배하고 있다.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받아먹던 먹이의 달콤함에 취해 종소리만 들려도 침을 흘리게 된 파블로프의 개, 지렛대를 누르면 튀어나오는 먹이를 발견하곤 계속 먹기 위해 미친 듯이 지렛대를 눌러대는 스키너의 쥐.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우리도 스마트폰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진다. 조건반사적인 개만도 못하다곤 할 수 없지만 기꺼이 스스로 '스키너의 쥐'가 되어 스마트폰을 열렬히 만지작거린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때문이다.


간혹 도파민을 보상 물질로 얘기하기도 하는데 도파민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게 아니라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의 최우선 과제는 생존이다. 따라서 도파민은 생존에 유리한 선택에 집중하게 만든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주변의 위험요소를 꾸준히 살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인간은 관련 정보를 원하도록 진화해 왔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뉴스 페이지, 메일 혹은 SNS를 가리지 않고 접속할 때마다 새로운 정보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하루에도 수백 번 도파민을 분비하게 하니 스마트폰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갇힌 우리, 출처: (왼) 데일리메디팜, (오른) 네이버웹툰 '사장님을 잠금해제'


매일밤 해외여행의 대가


도파민 분비머신인 휴대전화의 과도한 사용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바로 우리의 수면이다.

우리가 잠들게 하는 호르몬이 멜라토닌이라는 녀석이다. 저녁 무렵에 분비되기 시작하여 우리의 숙면을 도왔다가 아침 햇살 속 블루라이트를 감지하면 억제되어 우리를 깨어나게 한다. 문제는 스마트폰 화면이 다량의 블루라이트를 내뿜는다는 사실이다. 이 인공적인 빛에 강력하게 반응한 우리 눈은 뇌에 멜라토닌 만드는 것을 억제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잠들기 전에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면, 블루라이트가 뇌를 깨워서 멜라토닌 수준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2~3시간 동안 영향을 미친다. 우리를 매일밤 태국 방콕(한국보다 2시간 느림)으로 날려 보내는 셈이다.

 

그런데 잠이 하는 일을 살펴보면 매일 하는 방콕여행의 대가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수면 부족이 장기화할수록 질병에 걸릴 가능성도 계속해서 커지는데, 그중에는 뇌졸증과 치매도 있다. 일반적으로 '청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라고 보고 있다. (자는 동안에 낮에 쌓인 조각난 단백질 형태의 노폐물을 청소하는 일을 한다.)
수면 부족은 또한 우리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열흘 동안 밤에 6시간 이하로 자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마치 24시간 내내 깨어 있던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 게다가 수면 부족은 정서적 안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와디캅, 어서 와 태국은 처음이지?, 출처: 태국영화 '카르마'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어떻게 하면 20억 명의 주의를 빼앗을 수 있을까?


우리를 옭아맨 스마트폰 속 각종 기술들이 처음부터 이런 의도로 개발된 것은 아니었다.

선의를 가지고 개발했지만 나중에 자신의 창조물이 생각지도 못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모습을 발견하는 일은 일반적이다. - 로젠스타인, 페이스북 '좋아요' 기능 개발자

설계자와 기술 전문가로서 얻은 가장 큰 배움 중의 하나는, 무언가를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꼭 인간성에도 좋은 건 아니라는 거예요. - '무한 스크롤' 기능 개발자

'좋아요'의 개발목적은 친구들의 게시물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무한 스크롤'의 개발목적은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을,

'추천 알고리즘'의 개발목적은 개별 사용자에게 꼭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좋은 기능들이 현재는 

이용자들을 쉽게 분노하고 대립하게 만들며, 

최대한 시간을 빼앗아 중독으로 빠뜨리는데 이용된다.


많은 기업들이 사람들이 핸드폰을 더 오래 들여다볼수록 더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이젠 그것만 남았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참여시킬수록 이익을 얻는데 참여도가 높다는 것은 사람들을 더 많이 빠져들게 만든다는 걸 의미한다.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규칙을 발견하고 그걸로 부자가 된 권력자들은 이제 스스로 그 힘을 놓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선 빼앗긴 자들이 나서야 한다. 싸우지 않고서 잃을 걸 돌려받을 순 없을 테니... (3부에서 계속...)


언젠가 제임스 윌리엄스(전 구글 전략가)는 일류 기술 설계자 수백 명 앞에서 강연을 하며 '현재 자신이 설계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싶은 분이 얼마나 계십니까?라는 단순한 질문을 던졌다. 강연장은 침묵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손을 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손 안의 세이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