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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rce Dec 07. 2020

후쿠오카: 커피 원두 가게

오래된 동네 상점이 있는 곳을 좋아해요


집 근처를 산책하며 오가다 커피 원두 가게가 눈에 띄었다. 매일 아침 기분에 따라 커피를 모카포트, 핸드 드립, 혹은 에스프레소 머신에 내려먹기 때문에 항상 원두를 떨어지지 않게 사놓는 편이다.


맘이 급하고 일단 커피를 얼른 마셔야겠을때는 에스프레소 머신, 원두를 막 새로 샀거나, 드리퍼 물길을 따라서 커피가 부풀어 오르는 걸 조용히 지켜보고 싶을때는 핸드드립, 그리고 보통은 모카포트로 뽑아 먹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 아침 원두가 똑 떨어졌고, 지난 번에, 가야지 생각했던 커피 가게가 생각나서 다녀왔다. 세련되진 않았지만 외관부터 정성들여 가꾼듯한 꽃화분과 커피를 소개한 입간판. 커피 맛도 주인 분도 좋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나는 일본어를 거의 하지 못해 ㅅㅇ이 통역을 맡았다. 가볍지 않으면 좋겠고, 산미가 강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과테말라 안티구아를 좋아해요. 라고 마지막 문장을 말하기 전에 과테말라 커피를 추천해주셨다. 추천해주신 커피를 사들고 계산은 아이가 맡았다. 요즘 부쩍 혼자 하고 싶은게 많아진 아이가 돈을 드리고 물건을 받는 일을 꼭 자기가 하고 싶어한다. 우리는 다소 민망해하며 사과 말씀을 드렸는데, 주인분이신 할아버지는 아이를 예뻐하며 과자를 건네주셨고 우리에게는 다른 종류의 원두로 뽑은 커피를 맛보라고 내어주셨다.


매일 커피로 일상을 시작하고 휴식을 취하곤 하는데 집 근처에 이런 가게가 있다니 기분이 좋아졌다. 얼른 일본어도 늘어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질문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싶어졌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만든 힙한 가게는 아니었고, 가족단위의 주거가 중심인 동네에 오래되어 보이는 곳이었는데 이런 가게가 많은 동네를 애정한다. 좋아한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내 삶에 온기를 더해주기까지 한다는 생각도 한다. 이번에 과테말라 200그람을 사왔는데 얼른 다 먹고 다른 원두를 사러 가봐야지. 조금 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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