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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향기마을 Oct 04. 2022

글쓰기,  요새 아이들, 누가 좋아하나요?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이야기


글쓰기,
요새 아이들 누가 좋아하나요?



그러게요. 그림도 어렸을 때나 그릴까 3학년만 되어도 귀찮아합니다.

조금만 깊이 한 번만 더 생각하는 것도 어려워하고 더구나 연필 잡는 것도 싫어하는 아이들까지 있어 참 안타깝죠.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글쓰기가 가져다 줄 수많은 장점들을 꺼내기도 전에 저 멀리 도망가버립니다.


이렇게 소문이 자자한 아이들과 상상해서 이야기를 쓰고 팝업에 그림까지 그려 책을 만든다니,

당신이 그걸 20년 했다고???


그 비결이든 비밀이든 지금부터 하나씩 풀어볼까 합니다.


한 번 잘 들어 보시겠어요?







엄마는 책 읽고 아이는 책 덮고...


저는 제가 누가 시켜서 하는 걸 너무 싫어해서 제 아이들에게도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특히 공부할 때, 아이들과 싸우며 실랑이하는 것이 정말 싫었어요. 강제로 시키는 것도, 재미없는 것을 억지로 놀이처럼 만들어 시키는 것도 너무 힘들었어요.

아무리 어렵고 중요한 공부라도 즐겁게 하길 바랐답니다.


그래서 늘 여기저기 관심을 가지며 제가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쭈욱 성장하면서 스포츠나 게임, 음악처럼 문화생활 같은 그런 공부는 없을까요?


자연스럽고 어떤 아이라도 적응할 수 있으며,

특별한 시스템이 필요 없고,

아이들 누구나 즐기고 좋아하는 것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배우는 모든 과정에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면요?



예술 분야와 거리가 멀었던 제가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북아트 프로젝트에 마음이 빼앗겼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어요.


사실 요즘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글쓰기와 책 읽기라는 것은 교육의 일선에 계시는 분들은 대부분 다 아는 일이죠.

특히 자기 생각을 쓴다거나 느낌을 적는 정도도 정말 어려워하고 일단 글씨 쓰기부터 싫어하니 작가가 되어 이야기를 쓰고 책을 만든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라고 여기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정말 글 쓰는 것만 아니면 뭐든 하겠다던 아이들이 꼬박꼬박 북아트 시간을 기다리고, 자신의 책을 만드느라 시간 내내 고민하며 한 자 한 자 써나가는 모습을 보는 일은 그동안 제가 겪었던 북아트 시간에서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사실이 늘 저를 흥분시키며 어떤 아이들을 만나더라도 걱정 없이 대할 수 있는 비결이죠.


또 이것이 20년 동안 아이들의 이야기 세계에서 마음껏 누렸던 기쁨이고 제가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은 첫 번째 비밀이랍니다.









그럼 대체 이런 현상의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 어른들이 출판하려는 책의 의미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책 쓰기 프로젝트가 정말 유행이지요?

퍼스널 브랜딩을 하느라 책을 쓰기도 하고 몇 주간 함께 모여 실용서를 전자책으로 내느라 분투하는 프로그램을 찾기는 너무나 쉽습니다.


저도 궁금해서 여기저기 설명회를 들어보기도 하고 공저 출간으로 에세이집을 내기도 했는데요.

우리 아이들이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려서 팝업과 책 형태에 조화시켜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과정과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작가가 글만 쓰고 나머지는 출판사 에디터님들에게 맡기는 것과는 달리 우리 아이들이 책을 만들 때는, 책이라는 온전한 형태가 이 세상에 태어나는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는 것이죠.



아무리 짧은 책 한 권이라도


1. 상상하고 떠올리고 연상하고 수다 떨고

2. 그래서 이야기 뼈대 잡고

3. 연습지에 이야기를 쓰고 그림 그리고 (순서는 상관없죠.)

4. 편집 교정 작업을 스스로 또는 함께 하고

5. 책 모형을 정하고 (아님 먼저 정하고 시작할 수 있어요.)

6. 페이지 디자인과 글, 그림 배치

7. 글을 먼저 완 성지에 옮기고

8. 팝업 그림과 바탕그림을 그리고 색칠

9. 제목 정하고 표지를 디자인하고

10. 마지막 바인딩 (바인딩 필요 없는 책도 많죠.)


완성지까지 마무리하려면 이런 기본 과정을 거친답니다.



그러니 연필 쥐고 흘린 땀방울과 종이라도 뚫을 눈빛, 꼭 완성해서 엄마 아빠에게 보여주고 싶은 열망이 그 책 한 권에 담깁니다.

누구도 아닌 오롯이 자기 세계를 들여다보고 하나하나 찾아서 이야기로 만드는 과정이, 고스란히 글과 그림, 팝업과 접는 책의 특별한 형태적 요소에 녹아들어 새로운 실체가 되는 경험은 바로 완벽한 기쁨이 됩니다.


이 짜릿한 경험을 맛본 아이들은 다음 만들 책이, 곧 새롭고 낯선 여행이 되고, 그 여행에서 열심히 참여한 보물찾기 게임이며, 스스로 꿈꾸던 소망을 이룬 기적이 됩니다.


물론 설마...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기대와
아이들의 만족스러운 성취,
그 차이...


그 차이가 정말 크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바로 아이들의 완성된 책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생각과 마음이 자기도 모르게 드러내는 태도에서 읽힐 때입니다.


내 아이의 그림을 보고 실망했다는 엄마들도 매우 많았고 창의적이라고 생각했던 내 아이의 이야기를 보고 환상이 깨졌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정말 많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지난 20년 동안 지켜본 우리 아이들은 글자 하나에 온 힘을 다해 눌러쓰고 신호등이나 풍뎅이 다리 그리는 데 신경을 쓰느라 손이 까매지며 홀로 애씁니다.


지금 아이에게는 그게 중요하니까요.


정말 한 번도 중간에 책 만들기를 포기한 아이들은 못 봤습니다.

다만, 조금 느릴 뿐이고 시간과 격려만이 필요할 뿐이죠.


그 결과로 그야말로 첫 번째 책이 탄생하는 순간에는 너무나 자랑스러운 왕의 깃발을 휘날리며 제 앞에 서게 됩니다.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자신이 만든 책을 언제 가져갈 수 있냐고 몇 번이고 물어본답니다.


그런데... 그랬던 아이들이 다음 시간에 만났을 때는 엄마나 아빠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어떤 예찬을 받았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 실제로는 많은 칭찬과 축하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 시큰둥해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가 정말 중요한데요.


맞춤법 지도나 마음에 들지 않은 색칠을 지적을 하면 아이는 실망하고 다음엔 아예 부모에게 보여주지도 않는 경우도 허다하죠.

이런 사실만 보아도 그 잘했다는 기대에 얼마만큼의 추를 매달아 측정했는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영어나 수학만큼 눈에 보이는 수치가 코앞에 성적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니 자세히 천천히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하는 일이라 그럴 겁니다.


하지만 어쩌면 아이들의 가늠할 수 없는 무한대의 상상의 세계를 아이들이 만든 책만큼 잘 보여주는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인 글과 그림으로 3차원의 입체적 요소인 팝업과 적극적인 시각효과를 가지는 접는 책의 형태 속에 자신이 누구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하고 싶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죠.



이게 좋았어

이건 힘들었어

저걸 하고 싶어

진짜 궁금한 건 바로 이거였어

어제 본 그게 정말 좋았어

개구리 뛰는 게 너무 웃기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그게 아니야

요즘 내가 관심 있는 건 바로 이거야



이렇게 많은 말들을 글과 그림에 다 내놓았는데도 어른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단순하게 판단해서 평가해버리는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는 내색도, 말도 안 했다지만 눈빛과 표정 목소리와 말투, 태도로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아이들의 무의식에 쌓이는 소리...

그러면 글자도 보기 싫어지겠죠.


어른들의 평가하는 오랜 습관은 아이들에게 치명적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이야기



더구나 예민하기로 치면 어른들의 100배는 갈 아이들의 눈치 레이더에 안 걸리려면 아예 그런 마음 씨앗조차 만지지 마세요.


그래야 바보 같지만 바보 같아도 바보 같지 않은 사랑받는 어른으로 존중받는, 참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이야기죠.


당신도 어른인데 어떻게 아느냐고요?

글쎄요...

적어도 아이들은 저를 자신들의 왕국을 지켜주는 파수꾼쯤으로 알걸요?


최소한 말이 통하는,

가까이해도 귀찮지 않고,

다음에 만나서 자기 이야기를 마음 놓고 꺼내도 다 들어줄 거라고 믿는,

그리고 작고 붉은 초콜릿 한 알로 불 뿜는 드래건으로 변하게 만들 수 있는, 

만만하지만,

자신이 만드는 어떤 이야기도 책으로 만드는 마법사,

존중의 거리에 마시멜로보다 부드러운 이해의 쿠션을 가진  

그런 사람으로 여길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저 같은 사람을 만나면 자신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려주고 연필을 들어 일필휘지로 글과 그림을 보여줍니다.


저는 귀 쫑긋 반짝이는 눈빛을 보내며 진심을 담아 예찬을 하죠.

서로 친구가 되려면 정성 들여 관찰한 예찬은 필수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정작 싫어하는 것은 글쓰기가 아니라 앞서 정체가 밝혀진 우리 어른들의 반응과 평가, 그리고 어딘가 굳어 있는 눈먼 태도라는 것을 이젠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과 어떻게 즐겁게 글을 쓰냐고요?

다음엔 또 그 비밀, 가지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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