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신비한 힘
아주 많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건,
마치 숨겨놓은 보물이라도 있는 것처럼 흥분되고 행복한 일이에요.
더구나 혼자 있을 때, 혼자 있고 싶을 때,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가장 필요한 친구 같은 거죠.
내게 영화란 잠시나마 다른 세상으로 시간 여행을 다녀오는 것. 그것도 누구의 방해 없이 몰입할 수 있다면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혼자만의 특별한 순간으로 남는답니다.
무섭고 끔찍한 영화를 제외하고는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다양한 장르를 드나들죠. 각본 속의 판타지가 감독의 날카로운 철학적 프리즘을 통해 다채롭게 펼쳐진 작품을 감상하고는 관객의 모자를 벗어 정중히 환호를 보냅니다.
그리곤 한동안 가슴을 가득 채운 환희로 마른 감성을 달래고, 머릿속에서는 영화의 멋진 장면들이 살아나 지루한 일상에 반짝이는 유희가 됩니다.
최근 베스트로 꼽을 만한 작품이 나타나 저의 마음을 뒤흔들고 깊숙이 자리 잡았어요.
바로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영화 <벨파스트>. 세 번을 보고도 아쉬워 종영할 때까지 “한 번만 더!”를 외치는 저를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우연히 멋진 신사를 만나 기막히게 섹시하고 완벽한 탱고를 한 곡 추고 난 기분이랄까요.
그런 날은 내 처지나 상황이 말 못 하게 어려워도 집으로 돌아올 때의 마음은 훨씬 가벼워져서 새로운 힘으로 내일 맞을 준비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즐겁고 사랑스런 해피 엔딩만 그런 건 아닙니다.
<조커>처럼 제 심장을 쥐고 흔드는 영화에서도, <나, 다니엘 브레이크>처럼 사정없이 가슴을 따끔거리게 하는 영화에서도, 그리고 <쿠오바디스, 아이다>나 다큐멘터리 <사마에게>와 같은 처절하게 전쟁에 대항하는 영화에서도 현실의 인생을 소중한 마음으로 바짝 끌어안게 만드는 카타르시스는 충분합니다.
이런 감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후에는, 좀 더 너그러워지며 부드럽고 미세한 감각들이 살아나 작고 미묘한 느낌까지 알아채게 됩니다.
그 변화가 정말 기분을 좋게 만들어요. 다시 살아나는 느낌, 그건 바로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잊고 있던 소중한 것을 기억해내게 하며 눈에 띄지 않던 행복까지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죠.
남편을 만나 단번에 사랑에 빠지게 된 순간 새로 태어나는 듯 황홀했고, 고집스러운 아버지의 잔소리를 나를 향한 부탁으로 받아들이게 되던 그 어느 날 아침에도 다른 사람이 된 듯 마음이 평안해졌어요.
낯설고 어려운 디지털 공부에 짜증이 폭발하던 날, 모아둔 장학금으로 선뜻 노트북을 사주면서 격려하던 아들이 “엄마가 못하면 누가 할 수 있겠어!”라고 말해주는 순간 우린 서로의 삶에 빛이 되는 경험을 했어요.
이렇듯 우리 인생 최고의 순간엔 언제나 뭉클한 감동이 함께하고, 그것은 논리적인 이유만큼이나 무겁게 가라앉은 자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신비한 힘으로 존재합니다.
전 그것을 자주 감동하려는 사람들의 비밀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쩌면 제가 영화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감동은 인생을 닮은 영화의 클리셰로 수없이 등장하지만 특별한 순간 마치 처음처럼, 떨리는 심장 소리로 우리를 찾아옵니다.
언제든 그런 순간이 오면 환영하듯 내 인생의 그림자에 숨겨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요.
멋지게 꾸며낸 영화 속 세상에 숨겨둔 마음을 한 줌 꺼내 놓아주기만 해도 살 이유가 되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